- 6년제로 전환 후 첫 국가고시
- 국내大출신 사실상 전원 합격
- "생명 다루는 시험 너무 허술"
- 안팎서 비판 목소리 쏟아져
응시생 1615명에 단 1명 불합격. 올해 처음 시행된 6년제 약학대학 졸업자들의 약사 자격 취득을 위한 약사국가고시(약시)의 합격률이 너무 높아 비판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대학 입학 정원을 늘리는 대신 합격률을 떨어뜨려 제대로 된 약사를 육성하겠다는 애초 6년제 약학대 도입 취지와 달리 올해 합격률이 사실상 100%인 것으로 드러나 국가시험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거 4년제 약대 시절 약시 합격률은 80%대였다.
22일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치른 제66회 약시에 전국에서 1716명이 응시, 1668명이 합격해 97.2%의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부산지역에서는 부산대(66명) 경성대(48명) 인제대(24명) 등에서 응시생 전원이 합격했다.
이번 약시는 종전 4년제 약학대가 6년제로 바뀌고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가운데 치른 국가시험이다. 현재 약학대 체계(2+4년)는 일반 학과에서 2학년까지 필수 학과목을 수강한 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를 통과하면 약학대에서 4년 과정을 더 공부하고 약시를 치른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합격률 때문에 국가고시로서 의미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대학 응시자는 사실상 전원 합격했다. 이번 약시에 탈락한 48명 중 47명은 필리핀 등 외국대학 출신이다. 국내 6년제 약학대 탈락자는 응시생 1615명 중 단 1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험 출제 기관 측은 유례없이 높은 합격률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이번 시험을 앞두고 온·오프라인상에서 "최근 몇년 약사 공급이 부족했던 만큼 6년제 약학대 첫 졸업생 시험은 쉽게 나올 것"이라는 말들이 떠돌기도 했다.
약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의사·의대생들한테 두고두고 놀림거리 되게 생겼다' '약시 1명 불합격, 이게 시험인가' '물수능, 이건 홍수 약시?' 등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약사 정모(37) 씨는 "이번 합격생들은 재시험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뒤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시험을 무조건 쉽게 내서 다 합격시키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 최모(여·42) 씨는 "최근 약사 공급이 달렸다고 하지만 해도 너무했다"며 "역사상 유례없는 1명만 탈락한 약시 꼬리표가 평생 따라다니게 생겼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