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법원읍 쇠꼴마을에 자리한 평화오르골은 지역 주민과 함께 특별한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DMZ 접경 지역의 특색을 담은 기념품인 오르골을 손수 만들고 마을 토박이의 숲 해설을 들으며 치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묵직한 안보 관광의 틀에서 벗어나 DMZ가 지닌 평화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뜻 깊은 체험이다. 이밖에도 쇠꼴마을에는 다양한 농촌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온종일 시간을 보내기 좋다.
평화오르골의 대표 기념품인 지뢰오르골
은은한 선율에 담긴 평화의 메시지
평화오르골은 파주를 찾은 이들이 분단의 아픔을 체감하는 여행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평화를 되새기고 갈등을 치유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 관광두레 주민사업체다. 쇠꼴마을에서 귀한농부학교 캠핑장을 운영하고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호 대표를 비롯해 설치미술가, 도예가, 오르골 기술자 등 지역 문화 예술인이 모여 로컬 상품을 개발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오랜 고민과 숱한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기념품은 바로 지뢰오르골. 도자기 표면에 유약을 발라 녹슨 느낌을 잘 살린 지뢰 모양의 틀 위에 총과 철모를 얹었다. 여기에 ‘파주의 소리를 담는다’는 주제를 녹였는데 태엽을 감으면 <아리랑>, <Over the rainbow> 등 평화를 염원하는 멜로디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지뢰오르골은 ‘우리나라 대표 DMZ 관광지’라는 파주의 지역 색깔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2020년 파주시 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은상을 받았다.
‘파주의 소리’가 담긴 지뢰오르골
나만의 오르골 만들기 체험
무엇보다 오르골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흥미롭다. 지뢰오르골 외에도 아이들이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플라스틱 오르골, 동그란 나무 상자에 전기인두로 그림을 새기고 색연필로 채색하는 버닝 오르골, 비대면 체험 키트로 인기가 많은 케이크 모양의 선물상자 오르골, 사진 오르골, 블루투스 스피커 오르골 등 다양한 오르골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드는 오르골은 화해와 평화의 소리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선물하고 싶은 이를 떠올리며 카드를 작성한 다음 액세서리를 손수 고르고 그림이나 글씨를 새겨 나만의 오르골을 만드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오르골의 틀을 이루는 나무상자는 마을 인근 미이용산림자원화센터에서 버려지는 목재를 재활용해 만든 것. 뚜껑을 여닫을 수 있는 보석함이라 활용도가 높다. 상자 안에 조화로 만든 방향제나 마을에서 만든 홍삼젤리를 담아 가져갈 수 있다. 오르골 만들기 체험은 평일, 주말 상시 운영하며 사전 예약은 필수다.
보석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나무 오르골
완성된 오르골은 선물용으로 포장해준다.
숲 해설가와 함께하는 ‘갈등의 숲, 평화오르골’
2021년 으뜸두레에 선정된 ‘갈등의 숲, 평화오르골’ 프로그램은 더욱 특별하다. 평화오르골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오르골 만들기와 숲 해설을 연계한 체험이다. 오르골 만들기에 앞서 약 1시간 동안 카트를 타고 마을 숲을 누비며 해설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쇠꼴마을 뒷산인 연평산에는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등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아늑한 숲을 이룬다. 숲길 곳곳에는 칡넝쿨과 등나무가 얽히고설켜 있는데 프로그램 이름인 ‘갈등의 숲’은 이와 관련이 있다. ‘갈등’의 어원이 칡과 등나무에서 비롯됐다는 것. 칡과 등나무는 다른 식물을 감아 오르며 자라는데, 각기 다른 방향으로 감고 오르며 갈등을 일으키는 모습을 분단 현실에 빗댄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갈등의 숲 해설은 평화, 통일, 안보 등 묵직한 주제에만 갇혀 있진 않다. 각각 다른 성질을 지닌 나무들이 공존하는 숲을 거닐며 개인의 일상적인 갈등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산 중턱에 자리한 전망대에 오르면 쇠꼴마을 전경과 연평산, 파평산, 감악산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한눈에 펼쳐진다. 4월이면 발아래 배나무 군락지에 하얀 배꽃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숲 해설이 끝나면 오르골 만들기 체험이 이어진다. 은은한 선율이 울려 퍼지는 동안 마음도 차분해진다. 감아둔 태엽이 서서히 풀리듯 남북 갈등도, 개인적인 갈등도 찬찬히 풀어지길 염원하는 시간이다. ‘갈등의 숲, 평화오르골’ 프로그램은 토요일 오후 2시와 4시, 일요일 오후 4시에 진행한다. 단체 예약이 대부분이라 개인 가족은 미리 문의하고 가는 게 좋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쇠꼴마을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통통열차
평화오르골이 위치한 쇠꼴마을은 사계절 체험마을로 유명하다. ‘쇠꼴’이라는 이름은 마을에 소가 먹는 풀이 많다고 해서 붙여졌다. 40여 년 전 쇠꼴마을은 파주에서 소가 가장 많은 동네였다. 당시 젖소를 키우던 목장 건물이 지금도 남아 있다. 마을 내에는 15년 전부터 운영해온 캠핑장을 비롯해 과수원, 연못, 마을 둘레길, 허브 식물원 등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뗏목타기, 통통열차 타기, 썰매 타기, 미꾸라지 잡기, 쿠키와 피자 만들기 등 사시사철 아이들이 좋아하는 체험이 이어진다. 가을에는 배 따기, 대추 따기, 고구마 캐기 등의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수확 체험은 마을 입장료 1만원에 포함되어 있고 추가 체험은 따로 신청하면 된다.
가을 수확 체험 중 하나인 배 따기 체험
쇠꼴마을의 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캠핑장
DMZ 여행 명소의 새로운 변신,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파주에 왔다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평화누리공원의 너른 잔디밭은 가을 하늘을 배경 삼아 산책을 즐기기 좋은 명소다. 파주는 지금 ‘DMZ 관광특화 도시’로 거듭 변신 중인데, 임진각 국민관광지 일대의 변신 또한 눈여겨 볼 만하다. 예전 임진각 국민관광지를 찾는 이들의 주목적이 안보 관광이었다면 요즘은 이곳을 찾는 이유가 더 다양해졌다. 야외 설치 작품과 바람개비가 인상적인 평화누리공원 외에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다채로워졌다. 평화누리공원 너머 수풀누리공원에는 야간 조명과 레이저아트가 설치되어 몽환적인 밤 풍경을 연출한다. 매주 금, 토, 일요일 저녁이면 수풀누리공원 내 13m 높이의 나무 조형물에 화려한 미디어쇼가 펼쳐진다.
아이와 함께라면 임진각 평화곤돌라에 올라 임진강 건너 민간인 통제구역 안쪽 땅을 밟아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말자. 곤돌라는 임진각에서 출발해 강 건너 민통선 안에 위치한 캠프그리브스까지 850m 이어진다. 과거 50년 동안 미군 주둔지였던 캠프그리브스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유명하다. 현재는 평화안보 체험 시설과 문화예술 전시관으로 운영 중이다. 평화곤돌라 탑승객이라면 캠프그리브스 내에 자리한 갤러리 그리브스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임진각 전망대 뒤쪽 경의선 철길 옆에 숨은 듯 자리한 포비DMZ 카페 또한 새로운 즐길거리 중 하나다. 통유리를 두른 아담한 건물도, 스탠딩 테이블 두 개와 벤치 몇 개가 전부인 내부 인테리어도 단출하지만 전망이 인상적이다. 임진각 철책과 마주앉은 채, 철책 너머 비무장지대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필터 커피와 카페라테를 맛볼 수 있다.
이철희 작가의 설치 작품 ‘We Are ONE'
통일을 염원하는 리본 너머 낡은 장단역 증기기관차가 멈춰 있다.
여행 정보
평화오르골(귀한농부학교)
체험비 : 플라스틱·나무 오르골 1만원, 지뢰오르골·블루투스 스피커 오르골 6만원, 갈등의 숲+평화오르골 투어 2만원
주소 :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술이홀로1333번길 128
문의 : 010-2704-7773
홈페이지 : https://pajusoly.modoo.at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주소: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임진각로 148-53
문의: 031-953-4744
숙박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 파주시 회동길 145 / 031-955-0090 / http://www.jijihyang.com/
힐즈호텔 : 파주시 탄현면 성동로 20-41 / 031-945-9800
한옥펜션 살림채 : 파주시 소라지로 327번길 126-20 / 031-948-9898 / http://slc98.com
주변 음식점
포비DMZ : 카페라테, 필터커피 / 문산읍 임진각로 177 / 070-7774-6552
장단가든 : 매운탕, 두부버섯전골 / 문산읍 임진나루길 133-12 / 031-954-1559
오두산막국수 통일동산점 : 메밀막국수 / 탄현면 성동로 / 031-941-5237
주변 볼거리
벽초지문화수목원, 파주이이유적, 파주출판도시, 헤이리 예술마을, 마장호수 출렁다리
글, 사진 : 강민지(여행 작가)
* 위 정보는 2021년 10월에 작성한 것으로, 이후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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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쇠꼴마을
여기서 20분거리 ㅋ
좋으시겠다. 좋은곳에 사셔서~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