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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암산 구간 종주후기.
하늘재(鷄立嶺, 520m)는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의 접경지대인 국경(國境)이었으며 문경의 관음리에서 충주의 미륵리로 넘어 다니던 고갯길로
관음세계(觀音世界)에서 미륵세계(彌勒世界)로 現世에서 未來로 南에서 北으로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옛 고개인
하늘재에서 오늘의 산행은 시작된다.
고개위에는 산림청에서 세운 커다란 돌비석으로 백두대간을 알리고 있으며 주변도 소공원처럼 조경을 하여 깨끗하게 만들어 두었는데
다시 주면을 재정비하는데 그 뜻을 파악할 수 없었다.
미륵리(충주)쪽은 옛길 그대로이나 관음리(문경)쪽은 확, 포장하여 차량접근이 용이해 보통 종주자 들은 이곳을 이용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소형차 진입도 불가한 정도로 파헤쳐 나무를 심으며 아주 큰 공사를 하고 있었다.
하늘재를 사이에 둔 월향삼봉(탄항산.856.7m)과 포암산(961.7m)은 하늘재를 지키는 사천왕이고 금강문이라 했다.
이 고개는 신라가 북진을 위하여 8대왕인 아달라 이사금 3년(156년)에 만들었다고 하는 정말 역사가 증명하는 옛길인 것이다.
(그래서 포장도로를 파내고 좁은 흙길로 만드는 중인가?)
한강 유역은 원래 백제의 발상지였는데 고구려가 475년 한강유역을 차지하면서 이후 삼국통일이 되는 6세기 중반까지 백두대간을 경계로
신라와 날카롭게 대치했던 곳이다.
새재, 하늘재, 죽령은 이를 축으로 남한강 유역의 충주에는 고구려군 야전사령부가.
낙동강 상류 상주에는 신라군 야전사령부가 진을 치고 있었던 전략적 요충지였다.
이 고개를 중심으로 문경시 문경읍 관음리 쪽에는 반가사유상, 석조여래좌상, 삼층석탑과 갈평리 오층석탑 등이 있고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 쪽에는
미륵사지등이 있어 불교유적지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도착과 동시 미륵리에서 넘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차에서 내리기 바쁘게 사진을 찍고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포암산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차례라도 정해져 있는 듯 했다.
시원한 물이 졸졸 흐르는 하늘샘에 도착한다. 한때는 음용 불가란 팻말이 있었지만 또 한때는 아주 물맛 좋기로 소문난 곳이기도 했다.
포암산은 아주 급경사길이다.
베를 짜서 펼쳐놓은 것 같다하여 베바우산(布巖山)또는 마골산(馬骨山). 계립산(鷄立山)이라고도 했단다,
참나무숲길과 함께 세미클라이밍으로 올라야하는 바위길 엔 직사각형의 바위가 층층이 쌓여있어 책 바위로도 통하고 허위단심 멀리 바라보이는
대미산쪽을 보니 멀어 보이는 대간길이 걱정되기도 한다.
이 구간은 상당한 인내심을 요하는 구간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계단공사로 많이도 편리해진 곳이기도 했다.
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깨끗이 씻어주는 느낌이다.
급경사 계단 길을 올라온다고 숨이 턱에 걸려 들숨날숨하며 힘들게 올라왔지만 정상에서 바라본 상모면이나 문경 쪽 농촌풍경은 정말이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잠깐 둘러보고는 다시 운행한다.
오늘 구간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기에 부지런히 움직여야만 한다.
너덜길이 드문드문한 내리막을 한참 가니 꼭두바위봉(838m)을 눈앞에 둔 안부인 관음재(馬骨峙)에 이른다.
약간 왼쪽 길은 만수봉(985m)을 거쳐 월악산(1,092m)가는 길이고 대간 길은 오른쪽으로 오른다.
통제구역이라 편한 마음은 아니지만 어쩔 수없는 종주자의 마음이다.몇 군데 바윗길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길이 괜찮은 아우토반이다.
조산(돌무덤)이 있는 곳에서 우린 우측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길이라고 들었지만 정말 고생 스럽고 후회한 하루였다.
살다보니 나에게도 기쁨이 있는가 하면 슬픔과 괴로움도 있는 것이다.
기쁨이야 당장 누구와도 나눌 수 있지만 슬픔이란 나눌 수도 누구에게 맡길 수도 없는 것이다.
오로지 나 자신 스스로 슬기롭게 승화시켜 새로운 힘이 될 수 있는 퇴비 같은 존재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겐 항상 不滿과 滿足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불만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스려 가고 있으며 인내와 겸손으로 나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가는 작업이 바로 산으로 가는 길이며 백두대간을 찾는 것이다.
이별은 새로운 만남의 도약이고 잘못함은 잘하기 위한 첫걸음일 것이니 나의 잘못도 크게 비하(卑下)하지 않으려고 수련하는 과정이 바로 산과의 만남이라고
변명 같은 답으로 함께한 동지들에게 감사하면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아름다운강산,정병훈 하문자.
첫댓글 포암산 오르는 하늘재 공사가 한창이네요. 참샘 식수터도 잘 가꾸어 보기 좋습니다. 포암산에서 관음재 거쳐 관음리로 내려오다 길이 중간에서 슬며시 없어져서 치고내려오느라 큰고생을 했는데 정선생님도 그곳으로 내려오셨네요. 사진과 글 잘 보았습니다.
연세드신분이 계셔 구간을 줄여본다는 욕심에 시도를했지만 더 고생을 시킨 결과였던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사유지 출입이 아주 어려울것 예상되는 곳이라 절대 이곳으로 하산을 해서는 안될 곳이더군요.
지금은 사과들이 어려서 그나마 괜찮은데 수확철 가까울땐 의심받을 소지도 충분하고
암턴 주인이 없어 무사히 탈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양심상 넘어와서는 안될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