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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크립트는 저의 전작 '복종과 침묵, 40번 실장'의 후속 스크입니다.
http://cafe.daum.net/sweetjissouseki/dZSt/3992
그냥 읽으셔도 되지만, 더 재밌는 감상을 위해 위 스크를 읽고 감상하시기를 권합니다.
1.
치익-
반짝이는 캔 뚜껑을 누르자 캔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거기서 조금 더 힘을 주자
따악!
캔이 시원스런 소리를 내며 열렸다.
열린 캔 입구에 코를 대고 숨을 한 번 들이쉬면 머리가 맑아지는 카페인의 냄새가 아찔하다.
그렇게 한껏 냄새를 음미하고 열려진 캔 입구에 입을 대고 커피를 한껏 들이키면
“꿀꺽, 꿀꺽, 꿀꺽….캬아!”
입속에 달콤 쌉싸름한 맛이 가득 퍼진다.
설탕과 감미료가 잔뜩 들어간 싸구려틱한 맛이지만 그 맛마저 사랑스럽다.
“휴우…….”
이렇게 시원스레 캔커피를 들이킨 뒤면 한숨 소리마저 편안하다.
단촐한 사무용 책상과 의자 몇 개만 놓여진 이 곳은 나의 가게, 실장숍 ‘실장학교’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모든 ‘교육’을 마치고 40번 실장을 출하한 순간은 나의 일년 사이클 중 몇 안 되는 휴식 시간이다.
예약을 맞추려면 앞으로 일주일 이내로 41번 실장이 될 자실장을 찾아야하지만 일단 잠깐이나마 주어진 휴식을 마음껏 즐기는 편이 더 현명할 것이다.
김사장으로부터 입금받은 액수도 꽤 많고 간만에 시간도 생겼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로 여행이라도 다녀올까?
마침 독일에서는 곧 옥토버페스트가 열릴 시즌이고 페이스북에서 본 후기를 보면 덴마크나 스웨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지겹게 다녀왔지만 최신 정보 수집을 위해서 일본의 로젠사라도 한 번 더 다녀올까.
그러고보니 월간 짓소에서 본 로젠사의 최신 위석적출 시스템은 꽤 걸작이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한 번 다녀올….
똑똑.
이런, 가게문에 휴업 팻말 거는 걸 잊었다.
사육실장 행동교정을 위해 방문한 사람인가?
“택뱁니다.”
다행히 손님은 아니었지만 이건 이것대로 당혹스럽다.
택배로 받을 물건 같은 것은 없었을텐데?
무슨 택배가 온 건지 이해를 못 한 나의 앞에서 택배원이 상당히 묘한 표정을 지었다.
“무표정님...맞으시죠?”
“...네?”
참으로 아름다웠던 대학 시절의 별명이 낯선 택배원의 입에서 나오는 것을 듣자 나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싶어졌다.
“네. 제가 맞는 것 같습니다.”
“...네, 그러면 여기 서명 부탁드립니다.”
그러니 서명을 하는 나의 손끝이 약간 부들부들거려도 택배원이 이해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택배원을 보내고나서야 나는 당혹감을 떨쳐내고 택배상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내 손에 들린 것은 상당히 가벼운 무게의 택배용 골판지 상자였다.
윗부분 우측하단에는 실장학교의 주소와 ‘무표정 군’라는 글자가 꽤나 반듯하고 예쁜 글씨체로 정성스레 써있었다.
보낸 사람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지만 짐작가는 곳이 있었다.
이 글씨체로 이 별명을 써서 택배를 보낼 사람은 내가 알기로 딱 하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참 예쁘게 웃던 여자였는데 말이지.’
나는 가위를 가지러 가면서 계속 생각했다.
그 여자가 뿌리던 향수가 장미향이었나?
시트러스 향이었던 것 같기도한데.
손으로는 상자의 테이프를 자르면서
나는 그 여자가 썼던 향수가 무슨 향이었는지를 계속 생각했다.
“아, 그래. 레몬향이었지.”
“센세를 말하는테치?”
“음?”
정신을 차리고 택배 상자를 보자 나의 직업이자, 판매상품이자, 밥벌이 수단이자, 인생의 반절을 차지하고 있는 생명체가 누워있었다.
실장석이 택배상자에 누워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실장석의 말은 더더욱 어처구니 없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건가?
“닝겐상, 안녕하신테치?”
실장석을 앞에 두자 나는 습관적으로 얼굴을 굳혔다.
옷은 깨끗.
운치 지리지 않았음.
크기를 보니 나이는 한 살을 넘기지 않았음.
인간을 두려워하는 기색도 깔보는 태도도 보이지 않는 것을 봐서는 인간의 손에 자란 것으로 추측.
사육실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들실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깨끗함.
사육실장이면 인간에게 누워서 인사하는 무례를 저지를리가 없음.
여러가지로 따져보았을 때 사육실장의 자일 가능성이 높음.
‘센세’ 라는것은 그 여자를 말하는 말하는 것일터.
“닝겐상, 혹시나해서 말해두지만 와타시는 탁아당한게 아닌테치.”
나의 표정이 '불쾌'라고 인식했는지 자실장은 묻지도 않는 변명을 하였다.
“너는 누구냐.”
“와타시는 보시는 바와 같이 자실장인테치. 태어난지는 두 달 정도인 테치. 센세가 와타시를 이 상자에 넣고 닝겐상에게 보낸 테치. ”
버릇없이 누워있는 자세와는 달리 자실장은 정중하게 자신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 능숙한 대답에 위화감을 느꼈다.
왜냐하면 나의 브리더 경력에서 두 달만에 이렇게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 실장석을 단 한 번 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센세가 상자가 열리면 이것을 보여주라고 했던 테치.”
자실장은 드러누운 채 등 뒤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자실장이 내민 종이는 희미한 레몬향이 풍기는 산뜻한 글씨체로 씌여진 손편지였다.
나는 그 향기에 순간 회한, 그리움, 후회가 뒤섞인 감정을 느꼈다.
그래, 이 향이었지.
나는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안녕 무표정군, 잘 지내니?
다른 지역에 있어도 네 소식은 꾸준히 들려오는구나.
이번 세레브 실장 대회에서 우승한 실장석이 네가 가르친 실장석이라면서? 정말 대단해!
우연히 그 아이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실장석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
그 기품있는 몸짓, 우아한 표정, 품격있는 말씨는 정말 감동적이더라구.
아마 그 실장석을 가르치느라 캔커피 꽤나 마셨겠지?
그런데 난 그 아이를 보면서 어째선지 너무나도 슬펐어.
왜 그랬을까?
어쨌든 이 편지를 보낸 건 택배에 있던 그 아이를 맡기고 싶어서야.
그 아이는 좀 특별한 탓에 부모에게도 버림받아서 내가 맡아서 키우게 되었는데, 내 실력으로는 이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부끄럽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걸 너는 이해할 수 있길 바라며 이렇게 보내니 잘 부탁해.
그 아이를 키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내가 지불할게.
그럼 잘 지내고 꼭 그 아이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줘.
그럼 이만!
추신 : 어떤 점이 특별한지는 그 아이에게 직접 들어보는 편이 좋을 것 같아!
“허…….”
실로 자기주장 강하고, 제멋대로인, 참 그녀다운 편지였다.
때문에, 나는 보내는 이가 써있지 않았어도 쉽게 누가 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굳이 보내는 이를 쓰지 않은 것은 내가 짐작할 것을 그녀도 알고 있어서리라.
나와 그녀는 A대학의 실장교육학과 동기였다.
그다지 사교적이지 못했던 나와 달리 그녀는 쾌활하고 활기찬 말씨, 생글생글한 웃음으로 누구나와 친하게 지냈다.
기본적으로 쾌활하고 모든 것을 즐기는 활기찬 여자였지만 동시에 자신의 표정과 말씨, 몸짓등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고 그것을 무서울정도로 잘 활용하는 여자였다.
게다가 과 수석을 입학부터 졸업까지 단 한번도 놓치지 않은 그야말로 우리과의 스타였다.
졸업 직후에 로젠사에서 바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지만 어째서인지 거절하고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브리더계에 입문해, 그 특유의 사교성과 능력을 살려 이쪽 업계에서도 명성이 높다.
특히 나의 넘버링 실장석과는 달리, 분충이 아니면서도 감정이 풍부하고 애정을 갈구하는 실장석들을 키워내는 것으로 유명하며, 그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학대파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어쨌든 그런 그녀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 나에게 실장석을 보냈다?
꽤 똑똑해 보이는 녀석이지만 고작해야 생후 두 달된 실장석이다.
돈이 된다면 키우고 안 된다면 처분하면 그만인 그런 존재이다.
그런데 다른 브리더에게 그 자실장을 보낸다?
그것도 편지까지 동봉해서?
대체 어떤 의도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고 일단 이 실장석을 처리해야할 터이다.
그런데 그 전에
“어째서 누워있는거지?”
명색의 브리더로서 실장석이 누워서 인간을 올려다보는 꼴은 다소 보기 힘들다.
“닝겐상. 와타시도 닝겐상 앞에서 누워있는 것을 대단히 무례하다고 생각하는 테치.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으니 부디 이해해주길 바랄뿐인 테치.”
아
나는 순간 그녀가 말한 ‘특별한 점’의 편린(片鱗)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이상하다.
이것은 절대 생후 두 달 된 자실장의 말씨가 아니다.
이정도라면 내가 말투와 지능교육을 반년 정도 해야 나올 만한 어휘와 문장이다.
대체 어떻게?
“어떤 이유 때문이지?”
하지만 실장석에게는 감정을 보이지 않는 것은 나의 지론이며, 특기이다.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고 한 나의 질문에도 여전히 자실장은 택배상자에 누워서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못 먹은지 이틀이 넘어서 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서 일어나질 못하겠는 테치.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남는 음식물 쓰레기라도 베풀어주실 수 있는 테치? 움직일 수 있을 정도라도 부탁드리는 테치.”
자실장의 말을 들은 나는 내 판단을 수정했다.
이것은 이상한 정도가 아니다.
이 자실장은 똑똑하다거나 예의바르다, 라고 치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아무것도 못 먹은지 이틀이나 된 실장석이 이렇게 차분하며, 정중히 음식을 요구할 수 있을리가 없다.
나는 이 자실장에게 ‘왜 이렇게 똑똑한가?’ 대신 다른 의문이 들었다.
이것, 생물이긴 한건가?
“잠시만 기다려라. 푸드를 가져다주지.”
굳이 가져다주지 않을 이유도 없고, 관찰을 위해서도 푸드를 가져다주는 편이 나을 것이다.
가면서 자실장을 힐끔 쳐다봤지만 자실장은 여전히 표정도 변하지 않은 채 드러누워있다.
나는 암실로 통하는 복도에 있는 서랍에서 푸드들을 들고 왔다.
“먹다남은 찌꺼기라도 좋은데 푸드를 주시다니, 정말 감사드리는테치, 닝겐상.”
경악스럽다.
‘공복으로 방치 후 식사 전 감사인사하기’는 나의 넘버링 실장들도 대여섯번 교육받은 후에야 겨우 해내는 것이다.
대체 그 여자는 나한테 뭘 보낸건가?
“감사히 먹겠는 테치.”
나는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자실장을 위해서, 푸드를 직접 입에 넣어주었다.
푸드를 입에 넣어주자 자실장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감사인사를 하고 푸드를 먹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좀 더 차분한 기분으로 자실장의 이상한 점을 관찰할 수 있었다.
먹는 속도가 평범하다.
자실장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없이 여유롭게 푸드를 씹어삼켰다.
이번에 세레브 실장 대회에 우승한 29번 실장은 공복에는 먹는 속도가 20프로정도 빨랐고, 그것은 내가 교육한 실장석들 중에서 가장 느린 속도였다.
“이제 그만 주셔도 되는 테치.”
불과 5개정도를 입에 넣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주어도 된다고 하는 자실장에게 나는 오늘 몇 번째인지 모를 놀라움을 느꼈다.
보통 자실장들은 한 끼 식사로 푸드를 10개 정도 먹고, 공복시에는 15개정도 먹어야 만족하건만 스스로 소식하는 실장석이라니, 차라리 채식하는 사자가 더 그럴 듯 하다.
“푸드를 준데다가 직접 먹여주기까지 하니, 어떻게 감사해야할지 모르겠는 테치.”
푸드가 어느 정도 소화되었는지 자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꿆었다.
손의 위치와 허리를 핀 정도 모두 완벽한, 실로 깔끔한 자세였다.
“너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
나는 자실장에게 할 질문을 12가지정도 떠올렸다.
“죄송한테치, 닝겐상.”
뭐라고?
나는 약간의 불쾌감을 느꼈다. 대답할 수 없다는 건가?”
“지금 굶은 뒤 푸드를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아 머리가 흐리멍텅한테치. 지금 상태라면 닝겐상의 질문에 제대로된 답을 해낼 자신이 없는 테치. 정말 죄송하지만 와타시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신다면 어떤 질문을 해도 성실하게 대답하겠는테치.”
이런. 놀라움에 눈썹 끝이 살짝 올라가버렸다.
“알겠다. 30분 뒤에 다시 오도록 하겠다.”
슬슬 포커페이스를 유지할 자신이 없어진 나는 한손에 편지를 들고 교육용 암실로 향했다.
2.
딸깍
전구를 켜자 얼마전 까지 40번 실장이 있던 낡은 유리수조가 보였다.
아직도 남아있는 40번 실장의 흔적에 나는 약간의 허전함을 느꼈지만, 곧 잊혀질 것이다.
나는 어둠에서 의자를 꺼내어 앉았다.
그리고, 방금 본 그 자실장 같은 실장석을 길러내는 것이 가능한지 생각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너무나도 명확하였다.
불가능하다.
과정섞인 비유도, 감탄의 의미도 아니다.
나의 인간으로서, 브리더로서의 명예를 걸고 단언하건데 평범한 실장석을 저렇게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불가능이라도 단정지어도 그 자실장은 여전히 택배박스 안에 있었다.
선천적으로 그렇다?
저런 실장석이 선천적으로 태어난다면 나는 당장 실장학교의 문을 닫고 공원으로 달려가 들실장들의 인간노예로 평생 살아가겠다.
편지는 ‘특별한 점이 있다. 무엇이 특별한 점인지는 그 아이에게 물어봐라.’ 라고 했다.
그래, 결국 직접 물어봐야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브리더로서의 역량이 정답지를 보기전에 문제를 풀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편지에 있을지 모를 단서를 찾기 위해 또 다시 레몬향 섞인 편지지를 들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걸 너는 이해할 수 있길 바라며 이렇게 보내니 잘 부탁해.
처음에는 약간의 비꼼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황과 저 자실장을 보건데 아마 진심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나와 방향은 다르지만 그녀 또안 어엿한 일류 브리더이다.
그런 그녀도 감당하지 못하는 실장석이 저 실장석이다.
그녀는 무엇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며, 내가 무엇을 이해하길 바라는 것일까.
나는 편지를 읽고, 또 읽었다.
그러자 처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굉장히 이상한 문장이 눈에 띄었다.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길 바라.’
‘행복하게 해줘.’가 아니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달라.’ 라고?
학대당하던 실장석이기라도 한건가?
하지만 학대당했다고 행복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다.
혹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가 ‘특별한 점’인가?
하지만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라는 이유로 친실장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은 이상하다.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이상할정도의 자제력과 평온함.
나이에 비해 턱없이 정교한 말투.
허기를 채울 필요성을 못 느낌.
나는 대체 무엇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지 생각하다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몇 가지 변수들이 걸리지만 이것 이외에는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나는 어둠 속에 있는 교육용 도구들을 뒤적거리렸다.
그리고 그 중에서 번뜩이는 메스를 찾아낸 뒤 암실을 나갔다.
3.
“닝겐상, 오신테치?”
자실장은 여전히 택배상자 안에 바른 자세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이상할 정도의 바른 자세에 나는 약간의 섬뜩함을 느꼈다.
“아까도 말했지만 너에게 물어볼 것들이 있다.”
“무엇이든지 물어보시는테치. 성실하게 대답하겠는 테치.”
유리창으로부터 택배상자에 햇빛이 비추자, 택배상자 내부에는 그림자가 졌다.
자실장의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 지자, 자실장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빛났다.
나는 그 눈동자를 잠시 쳐다보았다.
서컥
그리고 대뜸 암실에서 가져온 메스로 들고 자실장의 오른팔을 잘라내었다.
그런데 자르면서 나는 손끝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저항감에 의문스러웠다.
자신은 자실장의 팔을 수도없이 잘라봤기에 알 수 있다.
이 저항감은 보통 자실장의 흐물거리는 팔을 자를 때의 느낌이 아니라, 성체가 되어서 팔에 다소 근육이 붙은 상태의 팔을 잘라낼 때의, 그 저항감이다.
약간의 당혹스러움을 마음에 품은 나와는 달리,자실장은 팔이 잘리기 전과 똑같은 무표정으로
굴러가는 오른팔을 힐끗 쳐다보았다.
“질문은 언제 하시는 테치?”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내 추측이 옳았음을 확신했다.
“너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거냐?”
내 질문에 자실장은 잠시 고민하였다.
“와타시는 그 ‘고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테치.
하지만 센세는 와타시가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으니 아마 맞는 것 같은 테치.”
역시 그랬다.
이틀 동안의 공복을 참고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실장석 따위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답은 분명하다.
이 녀석은 공복을, 즉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아마 통각은 커녕 촉감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테지.
“내가 너의 팔을 잘랐을 때 무엇을 느꼈지?”
자실장의 오른팔에서 피가 흘러내려 택배상자의 바닥을 적셨다.
“다음 식사 때는 푸드를 하나 더 먹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 테치.”
자실장의 패기가 넘치는 대답에 나는 정신적으로 헛웃음 내뱉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들이 남아있다.
“너는 왜 식사를 하는 거지?”
그렇다. 공복을 느끼지 못한다면 식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태어났을 때는 마마, 오네챠들이 입에 뭔가를 넣고 삼키는 걸 보고 그냥 따라한테치.
처음에는 그냥 공놀이 같은 장난인줄 알았던 테치.
그러다가 며칠을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적이 있었는데 몸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던 테치.
그 때 이후로 몸을 움직이기 위해 식사를 한 테치.”
아.
그러니까 이 녀석에게 식사란 그냥 자동차에 기름을 넣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
먹으면 움직인다. 먹지 못하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것이 전부.
“너는 푸드를 먹을 때와 음식물쓰레기를 먹을 때와 차이를 느끼나?”
‘미각이 있는가.’를 묻고 싶었지만, 정말 미각이 없다면 미각이 있냐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냄새가 다른테치. 하지만 그것 말고는 잘 모르겠는 테치.”
맛은 모르지만 냄새는 맡을 수 있다, 이건가?
하지만 이 자실장은 아까 분명히 ‘음식물 쓰레기로도 좋은데 푸드를 주셔서 감사한테치.’라고 했지?
“아까 한 말에 의하면 푸드가 음식물 쓰레기보다 더 좋은 음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안거지?”
자실장은 여전히 표정변화 없이 평온히 답하였다.
“오네챠와 이모우토챠들이 와타시는 쓰레기가 어울리는 분충이라고 했기 때문인 테치. 그래서 항상 오네챠와 이모우토챠들은 푸드를 먹고 와타시는 부스러기를 먹은 테치. 그래서 와타시는 푸드가 음식물 쓰레기보다 더 좋은 음식이라고 생각한 테치.”
잠시 말을 끊고 자실장은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왜 푸드가 음식물 쓰레기보다 좋은 음식인지 이해를 못하겠는 테치.”
이런.
이 녀석에게 자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가 일가 하나를 통째로 기르는 특이한 교육법으로 유명하단 사실을 잠시 잊었다.
이 자실장의 말에 따르면 이 자실장의 자매는 분충이다.
하지만 편지에 의하면 정작 친실장에게 버림받은 것은 자매가 아니라 이 녀석.
어떻게 된거지?
혹시....
“너는 들실장이었나?”
“와타시는 들실장이 아니었던 테치. 하지만 사육실장도 아닌 테치.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 센세에게 여러가지를 배우다가 이곳으로 보내진 테치.”
그렇다면 더더욱 이상하다. 들실장이라면 모를까, 어째서 그녀의 펫숍에서 분충 대신 이 녀석이 버림받은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너는 친실장에게 버림받은 것이 맞나?”
자실장은 꽤 오래 생각하더니 대답하였다.
“마마는 와타시의 팔을 물어 뜯고 주먹으로 와타시를 때리면서 “내가 분충을 길렀던 데스! 오마에 따위는 그냥 뒈져버리는 데스!”라고 한 테치.
와타시의 몸에서 흰막대기가 튀어나오고 빨간물이 나온테치.
그걸 본 센세는 와타시와 마마를 떼어놓고 와타시에게 이상한 액체를 부어준 테치.
그리고 그 이후로는 마마를 본 적이 없는 테치.
아마 와타시는 마마에게 버림받는 게 맞는 것 같은 테치.”
즉 친실장에게 분충 취급을 받고 뼈가 튀어나올때까지 맞다가 그녀가 그 광경을 보고 둘을 떼어놓고 이 자실장에게 활성제를 부어주었다, 이 말이군.
대체 이 일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이렇게 된 이상 별 수 없다.
“너와 너의 자매, 그리고 친실장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봐라.”
내 말을 들은 자실장은 고개를 숙였다.
그림자진 택배상자 안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약간 숙인 그 모습은 죄인을 생각나게 하였다.
자실장이 다시 고개를 들 때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실장은 입을 열었다.
5.
실장석과 브리더는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이다.
왜냐하면 끝없는 탐욕, 저열한 두뇌,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자존감을 가지고 태어나는 실장석이 애완동물로서 판매되기 위해서는 브리더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리더는 실장석을 교육시켜 판매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그렇기에 실장석과 브리더는 서로에게 필요한, 기묘한 공생관계인 셈이다.
그렇다면 브리더가 실장석을 교육하는 것은 쉬울까?
실장석을 교육하는 것은 간단하다.
채찍과 당근. 잘못된 행동에는 벌을, 좋은 행동에는 상을 준다.
게다가 의사소통이 되기 때문에 개나 고양이에 비해 교육이 용이하다.
이렇게 교육해서 실장석은 나쁜 행동을 하지 않고 착한 행동만을 하게되고, 브리더는 실장석을 고객에게 팔아 돈을 번다...참으로 편한 이야기다.
하지만 길거리에 나가보면 의외로 실장숍 간판을 보기란 쉽지가 않다.
그 이유는 브리더는 고객의 집에 팔린 실장석까지 ‘교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장숍에서야 얼마든지 채찍과 당근을 사용할 수 있지만 브리더로서는 고객의 집에 팔려간 실장석까지는 어쩔 수 없다.
이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매 달 추가 교육을 제공하는 브리더도 있지만, 이는 시간적·공간적으로 꽤 부담될 뿐 아니라, 사육주의 집에서 편안한 삶에 젖어든 실장석을 불과 몇 시간 내에 다시 교육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브리더는 실장석이 고객의 집에 넘어가서도 분충짓을 하지 말도록 교육해야하며, 이 때문에 브리더에게는 섬세한 기술과 통찰력, 그리고 엄청난 집념을 필요하다.
만일 실장석의 분충짓을 한 번이라도 넘어가는 순간 모든 교육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브리더의 눈을 속이는 분충을 판매한다면 브리더로서의 생명은 끝장이기 때문이다.
만에하나 일어날 수 있는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하여 브리더들은 훈육기술을 공유하고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이것이 발전되어 브리더간의 협회가 조직되었다.
이 브리더 협회는 모인 지식과 기술들을 총동원하여 실장석이면서 실장석을 벗어난, 인형처럼 아름답고 기품있는 실장석, 속칭 ‘세레브 실장’을 만들어내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이것을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선물하여 언론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제 2의 실장석 열풍을 일으키기까지 하였다
이 열풍 속에서 협회는 쌓여가는 노하우와 자금을 바탕으로 계속해서 성장하여, 결국 A대학에 ‘실장석교육학과’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협회의 자금력과 역대 브리더들이 쌓아올린 훈육 기술과 지식들이 결합하여 생긴 실장석교육학과는 우수한 브리더들을 수없이 배출하고, 브리더들은 선의의 경쟁을 계속하였다.
이에따라 사육실장 업계는 브리더 저마다의 개성에 따라 분화(分化)하였다.
실장석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거나,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게 하거나, 보다 똑똑하게 만들게 하는 등 다양한 발상과 시도가 있었고 그에 따라 발전을 거듭해나갔다.
그들 중 성공한 사람의 지식은 후계를 위해 이어지고 실패한 시도 역시 반면교사가 되어 브리더 업계는 날로 성장해나갔다.
그중에서도 여자가 실장석을 교육하는 방법은, 그 다양한 시도 중에서도 특기할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예상치못한 어떤 변수가 그 시도를 망쳐버릴 것이라고는 여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것은 그 변수 스스로조차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6.
삼녀는 알 수 없었다.
“좋은 아침인 테치, 주인사마!”
왜 우리는 인사를 연습하는 것일까.
“장녀챠. 목 각도가 약간 오른쪽으로 틀어진 데스. 차녀챠. 웃는 눈이 지나치게 가느다란 데스. 삼녀챠. 그대로만 하는 데스. 아주 좋은 데스. 자, 다시 해보는 데스.”
왜 마마는 우리에게 인사를 연습시키는 것일까.
“좋은 아침인 테치, 주인사마!”
왜 우리는 이 텅 빈 하얀 방에 있는 것일까.
“장녀챠! 이번엔 고개가 왼쪽으로 뒤틀린 데스!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데스?
차녀챠! 그 분충 같은 웃음 좀 짓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하는 데스까!
둘 다 삼녀챠를 조금이라도 좀 배워보는 데스!”
왜 장녀와 차녀는 나를 저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일까.
나에게 주먹질을 하겠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좀 있다 푸드를 내놓으라는 것일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아마도 전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알겠는 테치!”
하지만 왜 마마가 쳐다보자 아무것도 아니였다는 듯이 바로 시선을 돌리는 것일까.
삼녀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굳이 이해할 의지도 없었기에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친실장이 훈련을 시키면 훈련에 따르고, 장녀가 자신을 때리고 차녀가 부려먹어도 거기에 따를 뿐이었다.
이유도 의미도 모르겠지만 굳이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기 때문에 그저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낼 뿐이었다.
“좋은 데스. 그럼 다시 한 번…….”
“안녕, 애들아~ 잘 하고 있니?”
갑자기 텅 빈 벽에서 사각형의 거대한 균열이 생기더니 그 사이로 여자가 들어왔다.
여자치고는 장신인 키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핑크빛 드레스를 입고 시원시원한 얼굴로 장난기어린 미소를 띤 여자는 28세, 실장숍 ‘실장학교’의 주인이었다.
(남자의 실장숍과 이름이 같은 것은 순전히 우연이다.)
여자가 방에 들어오자 방에 레몬향이 훅 하고 풍겼다.
“센세, 어서오는 테치! 너무너무 기다렸던 테치! 안아주는 테츄~”
“센세~와타시 열심히 인사연습한 테치. 와타시 잘한 테치?”
“어서오시는 테치, 센세.”
브리더의 교육현장 같던 방은 갑자기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온 친실장을 환영하는 들실장들의 골판지의 그것과 흡사해졌다.
그리고 장녀와 차녀 역시 들어오는 여자에게서 보통 자실장들이 친실장에게 느끼는 감정을 느꼈다.
“응응, 장녀쨩! 오늘도 열심히 했어?”
장녀와 차녀의 어리광에 응답해주면서 여자는 활짝 웃었다.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순수하고 아름답게 지은 미소에 실장석들은 아찔하였다.
그 미소에 매료된 실장석들과 사람들의 숫자는 이미 세 자리를 넘었고(여자도 있었다), 현재진행형으로 늘어나는 중이었다.
“와타시 오늘 인사 많이많이한 테치! 안아주는 테치!”
“응, 그래그래. 자! 귀여워 귀여워! 장녀쨩, 오늘도 귀여워!”
“장녀 오네챠만! 치사한테치! 와타시도 안아주는 테츙!”
“차녀쨩도 노력했구나. 자! 어이구어이구~”
여자가 장녀와 차녀를 한 팔에 하나씩 안자 자실장들은 여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그 광경은 브리더와 후보 사육실장의 관계라기보다는 오히려, 친실장과 자실장의 그 질척하고 끈적끈적한 관계를 연상하게 하였다.
“센세한테서는 새콤달콤한 냄새가 나서 너무 좋은 테츄!”
“헤에….기분 좋아지는 테치….”
“으휴, 이 어리광쟁이들! 삼녀쨩도 오늘 열심히 했니?”
삼녀는 여자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대답하지 못하였다.
열심히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루에 3시간부터인가? 아니면 4시간부터인가? 아니면 하루 종일 해야하는 것인가?
“와타시는 와타시가 열심히 했는지 잘 모르겠는 테치. 마마에게 물어보는 편이 더 정확할 것 같은 테치.”
“삼녀챠는 연습 시간은 물론, 쉬는 시간에도 계속 연습한데스. 셋 중에서 가장 열심히 한 데스.”
대답을 할 수 없었던 삼녀는 친실장에게 바톤을 넘겼다.
“그래? 어휴, 삼녀쨩. 말하지 그랬어~ 예쁘다, 예쁘다~”
여자는 자신의 목덜미의 체온과 향기에 푹 빠져있는 장녀와 차녀를 바닥에 내려놓고 삼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삼녀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여자의 손이 닿지 소리내어 웃었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장녀와 차녀가 저 여자의 손에 닿을 때마다 헤헤헤 소리를 내어 웃는 것을 보니 아마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맞으리라.
“헤헤, 감사한테치, 센세.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는 테치.”
여자의 애정과 온기가 삼녀로 옮겨가자 장녀와 차녀의 눈에는 불꽃이 튀었다.
조금 전에 삼녀를 바라보던 시선이 적의(敵意)였다면, 이번에는 분명한 살의(殺意)가 포함되어있었다.
제까짓게 무엇인가.
제까짓게 무엇인데, 우리보다 선생님의 이쁨을 받는 것인가.
저것이 없었다면, 저것만 없었다면.
친자매간에 적의와 살의, 분노와 질투 섞인 시선이 오가는 것을 친실장은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삼녀쨩뿐 아니라 다들 수고 많았어! 자, 오늘 점심식사야~”
여자는 주머니에서 실장푸드팩을 꺼내어 정확히 30개를 바닥에 놓았다.
그런데 푸드를 줄 것이라면 자실장 하나에게 10개씩 배분하면 될 것을, 굳이 30개를 바닥에 내려놓는 것은 퍽 이상한 일이었다.
“아, 그리고 로토쨩. 잠깐 나 좀 볼래? 여기 너희들 밥 두고갈테니까 사이좋게 나눠먹어야해~!”
여자가 로토라 불린 친실장을 데리고 함께 방에서 나갔다.
그러자 방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랭해졌다.
“오늘도 3녀만 칭찬받은 테치!”
“센세는 왜 이런 분충 따위를 칭찬하는 테치?”
여자가 나간 뒤의 방 안에서는 삼녀를 제외한 자매들은 분노하였다.
애정을 빼앗긴 장녀와 차녀는 분노하며 삼녀를 노려보았지만, 삼녀는 그 모습을 어느새 표정을 지운채 바라볼 뿐이었다.
미움과 증오를 이해하지 못하는 삼녀에게는 장녀와 차녀의 눈빛과 표정은 항상 보던 일상의 것이기 때문에 크게 놀라울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었다.
“오마에같은 분충 따위는 이렇게 해버리는 테치!”
“그게 당연한테치!”
콰드득!
장녀와 차녀가 질투와 분노로 삼녀의 팔을 한 쪽씩 물어뜯는 분충짓도, 그저 으레 있는 일 뿐이었다.
“데갸아아아악! 아픈 테치!! 왜 와타시의 팔씨를 먹는 테치!!”
그리고 여기서 이렇게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마무리되어야 한다.
15일 전, 친실장이 게으름 부리는 장녀를 체벌하기 위해서 팔을 물어뜯었을 때도 장녀가 이렇게 행동했으니 아마도 이렇게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행동하면 장녀와 차녀가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을 보니 아마도 틀림 없을 것이다.
이와같은 삼녀의 괴리감있는 사고는 보통 실장석들의 행동과 약간 다른 점을 보였다.
첫 번째는, 장녀가 팔을 잡을 때 까지는 신경도 쓰지 않다가 장녀가 팔을 물어뜯고 나서야 반응한 점이고
두 번째는, 비명은 높고 날카로웠지만 그 비명에는 팔이 없어진 것에 대한 당혹감과 고통에 대한 경악이 결여되어있었다.
요컨데, 마치 발연기를 하는 신인 배우처럼 그저 대본을 읽는 듯한 비명이었다.
세 번째는, 눈물을 흘릴 때의 얼굴 표정은 분명히 일그러저 있었지만, 그것은 경악과 당혹감의 표정이라기보다는 억지로 눈물샘을 비틀어 눈물을 흘리기 위한 일그러짐에 가까웠다.
모방과 거짓에 의한 행동은 이와같은 위화감을 보였지만, 거짓유무를 구분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린 장녀와 차녀는 그 위화감을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배가 고프니 먹는게 당연하지 않은테치?
멍청한 분충인 오마에는 그런것도 모르는 테치? 데프프픗.”
“자비로운 장녀 오네쨩과 와타시가 특별히 자비를 배풀어 푸드 하나 정도는 줄테니 엎드려서 이거나 처먹는 테치 데프프프픗!”
아마도 ‘이겼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차녀는 입에서 우드득하며 살점이 씹히는 섬뜩한 소리가 내며 푸드 하나를 저 멀리 던져버렸다.
그러자 삼녀는 눈물을 흘리며 푸드를 향해 걸어가, 주저없이 땅바닥에 배를 깔고 푸드를 씹기 시작하였다.
“장녀 오네쨩 저 천한 짓거리 좀 보는 테치. 어떻게 식사를 엎드려서 할 수 있는 테치?”
“멍청한 분충년이라 별 수 없는 테치. 저런게 우리 자매라니 한심해서 봐줄 수 가 없는 테치, 데프프픗.”
심플한 신데렐라적인 상황이었지만 일반적인 사고와의 괴리감과 감각과 고통의 부재. 그리고 그로 인한 위화감은 장녀와 차녀, 그리고 삼녀 스스로를 포함하여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였다.
“역시 변한게 없네, 이 아이들은.”
그리고 그것은 지금 이 상황을 의자에 앉아서 CCTV로 지켜보고있는 여자와, 그 여자의 무릎에 앉아있는 친실장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데스. 장녀와 차녀는 이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분충인데스.”
여자와 친실장은 옆 방에서 CCTV를 통해 세자매들의 행동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다만 원거리에서, 그것도 실장석들로부터 숨기기위해 만들어진 작은 카메라는 유감스럽게도 삼녀의 위화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였다.
“역시 안 되겠어.”
여자는 무릎에 앉아있는 친실장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숨을 쉬며 말했다.
“더 이상 장녀와 차녀를 키우는 건 시간낭비야. 저 둘을 가르치려고 하다가는 오히려 삼녀까지 망가지겠어..”
“와타시도 센세와 똑같이 생각하는 데스.”
자신의 자실장 중 두 명을 폐기처분하겠다는 여자의 말을 듣고도, 친실장은 분노는 커녕 적극적으로 동의하였다.
“그래, 그럼 장녀와 차녀는 여기까지. 내일 처분하는 걸로 하자. 자, 그럼 이제 애들한테 가봐 로토쨩.”
“...알겠는 데스.”
로토라고 불린 친실장은 여자의 무릎에서 내려와 고개를 숙이고는 옆 방을 향하였다.
하지만 미묘하게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는 듯이, 걸어가는 와중에 힐끔힐끔 여자를 바라보았다.
“참! 깜빡할뻔 했네! 어휴, 미안해, 로토쨩.”
여자는 나가려는 로토를 붙잡고는 찬장에서 콘페이토를 꺼내어 친실장에게 주었다.
“이거는 특별히 수고한다는 의미에서 주는 거야. 맛있게 먹어~”
“헤헤, 센세~ 늘 고마운 데스웅~.”
친실장은 기분 좋게 여자를 향해 웃음을 지었고, 여자도 미소를 지어 화답하였다.
“그럼 센세, 와타시는 이만 가보겠는데스웅~”
“응, 로토쨩! 수고해~”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친실장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탁
친실장이 나가고, 방문이 닫혔지만 여자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여자는 누구를 향하는지, 왜 짓는지도 모를 미소를 지우지 않으며, 핑크빛 노트북을 꺼내어 워드프로그램을 켜고 타자를 치기 시작하였다.
‘...이와같이 통칭 ‘세공사’를 필두로하는 종래의 교육방법은 수많은 연구와 시도를 거듭한 끝에, 실장석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정도로 섬세하고 아름다워졌다.
집요하고도 철저한 체벌을 주요 수단으로 삼는 이 고전적인 교육수단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을 받는 실장석들의 감정이 철저하게 제거된다는 것이다.
이 감정의 제거는 ‘변질’을 막고 주인의 말에 복종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육실장의 본질인 ‘반려동물로서의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즉, 이 방법을 통해 만들어진 실장석들은 주인이 웃으라고 하면 입꼬리와 눈꼬리를 올리고 울라고 하면 기꺼이 눈물을 흘리겠지만, 개나 고양이와 같은 일반적인 반려동물과의 교류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석처럼 섬세한 사육실장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사람의 수요는 막대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브리더들은 이 교육방법을 따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하여 필자가 안타까움을 느끼는 부분은 실장석과의 교류에서 정서적인 만족감과 애착을 느끼고 싶어하는 잠재적인 사육주들의 요구가 시장에 전혀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다음과 같은 교육방법을 제안한다.
린드 B 로젠 교수가 입증하고 다수의 브리더들이 경험하는바와 같이, 분충과 양충을 같이 양육하는 것은 분충에게는 전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오히려 양충의 분충화가 가속된다.
하지만 필자는 해당 연구가 분충과 양충을 한 마리씩 양육한 결과임에 주목하여 분충과 양충의 사육비율을 조정해본 결과, 흥미로운 결과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소수 분충과 다수 양충, 동일한 분충과 동일한 양충을 교육하는 경우 모두 양충이 분충화되는 결과를 가져왔지만 특이하게도 교육환경에서 ‘소수의 양충이 다수의 분충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는 소수 양충들에게 분충 행동에대한 경멸과 혐오를 심어주었다.
종래의 교육방법은 교육대상에게 분충짓에대해 극단적인 공포를 심어주는 것으로 ‘변질’을 막는다.
이에 반해, 해당 교육환경에서 ‘소수의 양충’은 브리더가 특별히 분충짓에 대한 언급이나 처벌을 없음에도 불구하고, 진심으로 분충짓에 대하여 경멸과 혐오를 가지고 해당 행동을 피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실험결과, 해당 교육환경에서 교육대상이 진심으로 가지게 되는 분충짓에 대한 경멸과 혐오는 기존의 교육방법보다 ‘변질’ 가능성을 대략 20% 가량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 방법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라, 다수 분충에 의한 괴롭힘은 양충들의 자존감을 상당수준 낮추기 때문에, 토시야키 교수가 정의한 분충화의 3대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지나치게 높은 자존감’을 억압하여 분충이 될 가능성을 30퍼센트 가량 낮출 수 있었다.
이와 같은 결과에서 착안한 필자의 교육방법은 소수의 양충이 다수의 분충에 의하여 괴롭힘을 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해당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논문이라고 하기엔 투박하고 자기기록이라고 하기엔 딱딱한 글을 타이핑하던 여자는 한숨을 쉬더니 노트북을 덮고 기지개를 쭈욱하고 폈다.
“야아- 장녀쨩과 차녀쨩도 이걸로 마지막이구나~
좀 아쉽지만...그래도 할 수 없는 걸.어리광부릴 떄 정말 귀여웠는데…”
내일 장녀와 차녀를 차분할 생각을 하자, 여자는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장녀와 차녀는 분충이지만, 여자는 자신들보다 우월한 삼녀에게 가지는 질투와, 자신에게 부리는 어리광과 그 분충성들을 포함하여 진심으로 그 둘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고 좋아하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자신의 일은 브리더.
시덥지않은 정에 휘말려서 일을 망치는 것은 사양이다.
“이미 각오했으니까.”
무엇보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건 이미 각오하였다.
여자는 실장석을 사랑하였다.
분충도, 양충도, 프니프니만 찾는 구더기의 저능함도, 테찌테찌거리는 자실장들의 혀짧은 소리도, 끝없는 탐욕도 역겨운 아첨소리도, 고통에 테챠아아 하고 지르는 소리도, 죽을 때 한순간 내는 지벳 소리도 포함해서 실장석을 사랑하였다.
어떤 이는 애호파라 하고 어떤 이는 학대파라 하겠지만, 여자는 실장석이라는 생물의 모든 것. 그 가증스러움과 사랑스러움, 역겨운 면 모두를 사랑하였다.
그렇기에 여자는 브리더 업계에 슬픔을 느꼈다.
아무도 실장석을 실장석으로 보고 있지 않다.
분충성을 모두 제거한다고?
그 분충성과 그 이면에 있는 사랑스러움이 모두 공존하는 것이 실장석 아닌가?
여자는 자신의 영혼을 매료시킨 이 생물을, 브리더 업계와 소비자들이 살아움직이는 인형, 값비싼 악세사리 취급하는 것에 슬픔과 염증을 느꼈다.
애호든 학대든 중요하지 않다.
여자는 인간이라면 실장석의 희로애락, 고상함과 역겨움, 그 모든 것을 제대로 직시해야한다고 생각하였다.
실장석을 생물로 보지않고 단순히 비싼 무기물로 취급하는 것은 학대나 학살 이전의, 실장석의 존재와 생물로서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을 넘어, 아예 없는 것 취급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즉, 실장석이 값비싼 무언가로 취급받지 않고 ‘생물’로서, ‘실장석’으로서 취급받게 하는 것이 여자의 목표였다.
이를 위하여 기존 브리더업계의 주류인 ‘세공사’의 교육방법 대신, 자신이 연구한 새로운 교육방법으로 실장석과 인간이 서로 올바른 반려동물로서의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것이 제 1보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장석을 위한 그 시도는 바로 그 실장석에 의하여 늦춰지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하였다.
7.
부스럭 부스럭
삼녀는 잠을 쉽게 잘 수 없었다.
피로를 느끼지 못하는 탓에 도무지 잠을 자기 힘든 삼녀는 자세를 바꾸려 몸에 신호를 보내다가 이상함을 깨달았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 테치?
어째서 이러는테치?
그 이유는 삼녀의 육체가 한계에 달해있었기 때문이다.
장기간에 걸친 식사량의 부족, 장녀와 차녀의 동족식에 의한 신체재생에따른 육체적 부담이 쌓이고 쌓여, 움직일 수 없게 된 탓이다.
이럴 때 지난 번에 어떻게 했던 테치?
삼녀는 움직이지 못하게 된 경험이 처음이 아니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되었던 시절, 식사라는 행동의 의미를 모르던 삼녀는 극단적인 소식을 하였고, 결국 영양실조로 실신하였다.
그때는 낮이었고, 여자와 친실장이 같이 있었기 때문에 여자는 곧 바로 삼녀에게 고열량의 콘페이토를 주었고, 콘페이토를 먹은 삼녀는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이것은 장녀와 차녀의 질투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였다.)
그 때의 경험으로 식사의 의미를 깨달은 삼녀가 생각한 원인해결 방법은 간단하였다.
무언가를 먹어야하는 테치.
하지만 지금은 밤 중 인데다가,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다.
보통 실장석, 인간이라도 패닉에 빠질만한 상황이겠지만, 특이한 신체를 가진 삼녀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콰드득!!
섬뜩한 소리를 내며 삼녀는 움직이지 않는 턱을 간신히 움직여 자신의 혀를 잘라내어 씹었다.
질겅질겅
몇 안 되는 살점이지만, 일단 삼녀는 간신히 움직일만한 열량을 섭취하였다.
입과 코에 피비린내가 확하고 풍겼지만, 삼녀는 개의치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삼녀의 옆에서 코를 골며 잠들고 있는 장녀와 차녀도 마찬가지였다.
“테츄...테츄…와타시 너무나도 세레브한 테츄….센세랑 평생 행복하게 사는 테츄...테츄…”
“테츄...스테이크와 콘페이토의 산인테츄...전부 다 와타시의 것인 테츄...아무에게도 못 주는 테츄…”
간신히 일어난 삼녀는 고뇌에 빠졌다.
이제 일어날 수 있지만, 이정도로는 내일 아침 연습을 할 수 없는 테치.
팔다리가 간신히 움직이는 이 정도로는 매일 아침에 있는 아침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삼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무언가를 먹어야하는 테치….
하지만 지금은 밤이고, 주위에 식사거리라고 할 만한 것은 전혀 없다.
자매들을 깨워 도움을 요청하고 싶어도 18일 전 이 시간에 잠을 깨웠을 때 분명 다시는 깨우지 말라고 했었다.
어떻게하면 좋은 테치?
자매들을 깨우는 것은 안 된다.
내일 아침 연습을 안 할 수는 없다.
주위에 먹을 것은 없다.
꽉 막힌 상황 속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삼녀는 문득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데갸아아아악! 아픈 테치!! 왜 와타시의 팔씨를 먹는 테치!!’
‘배가 고프니 먹는게 당연하지 않은테치?
멍청한 분충인 오마에는 그런것도 모르는 테치? 데프프픗.’
배가 고프면 다른 실장석을 먹으면 되는테치?
그것이 삼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생각해보면 장녀와 차녀가 팔을 뜯어먹었지만, 결국 다시 자랐고 그다지 해가 될 건 없었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밤중엔 오네챠들을 깨우면 안되는 테치.
만약 삼녀가 팔을 뜯어먹는다면 장녀 혹은 차녀가 일어나서 낮에 자신이 그랬던 것 처럼
‘데갸아아아악! 아픈 테치!! 왜 와타시의 팔씨를 먹는 테치!!’
라고 해야할 것 아닌가?
여기까지는 괜찮지만, 만일 그러면 팔이 뜯어먹히지 않은 쪽을 깨워버리는 것이 문제이다.
흠…….
실로 어려운 문제이다.
내일 아침에 연습을 하려면 “먹어야한다.”
밤에는 자매들을 “깨워서는 안 된다.”
두 가지 상반된 명제 사이에서 한참 동안 고뇌하던 삼녀는 순간, 떠올렸다.
그래, “깨우지 않고”, “먹으면” 된다.
간단한 방법을 떠올린 삼녀는 지체없이 방법을 실행하였다.
옆을 힐끗 쳐다보자 장녀가 여전히 잠꼬대를 하며 자고 있었다.
“아...센세...거기는...테교보오오옥?”
삼녀는 지체없이 장녀의 입과 코를 손으로 틀어막았다.
아그작.
그리고 목, 정확히 말하자면 성대가 있는 부분을 씹어먹었다.
소리를 지르려면 목이 있어야한다.
그렇다면 목부터 먹는다면 자매들을 깨우지않고 아무 문제없이 식사를 할 수 있지 않은가?
“...!!! @@(_)@((#)@!@@))@#!!!!!!! !!!!!!!”
목덜미가 깨물려 소리조차 지르지 못한 장녀는 자신의 신체가 목으로부터 시작해서 가슴, 분대, 창자까지 먹히는 것을 느끼며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발광하다가, 유언도 없이 파킨하였다.
아, 얼마나 먹어야하는 지를 몰라서 너무 많이 먹어버린 테치.
목부터 시작해서 장녀의 신체의 왼쪽 절반을 먹어치운 삼녀는 너무 많이 먹지는 않았나 걱정하였다.
다행히도 장녀는 말을 할 수 없는 것을 깨닫고 다시 잠 든 모양이고, 이제 몸이 제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걸로 충분한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장녀와 차녀는 하루에 푸드를 10개는 넘게 먹었고, 자신은 굶은지 꽤 오래 되었다.
이걸로는 부족한 것 같지만, 장녀를 더 먹어도 될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면 별 수 없다.
차녀도 먹을 수 밖에.
삼녀는 자신이 먹은 장녀가 깨어날까 염려되었기에, 장녀와 똑같은 방식으로 차녀를 먹기 시작하였다.
아랫부분을 먹으면 너무 많이 먹으니, 이번에는 윗부분을 먹어볼까?
삼녀는 차녀의 목덜미부터 시작해서 턱, 입, 코, 눈, 뇌까지 차녀의 머리통을 통째로 먹어치웠다.
아까 먹은 장녀와는 색다른 맛이 느껴지지만 즐거움보다는 그 미묘한 차이에 신기함을 느꼈을 뿐이었다.
차녀를 먹어치운 후, 삼녀는 제자리 뛰기와 스트레칭을 몇 번 하였다.
이제야 평소대로 움직이는 테치.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이 컨디션은 대략 일주일 정도 유지되리라.
아마 당분간은 장녀와 차녀가 푸드를 먹어치워도 연습에는 별 지장 없겠지.
더 이상 움직였다가는 장녀와 차녀를 깨울지도 모른다.
배도 채웠으니 이만 자도록 하자.
식어버린 시체, 광기 아닌 광기, 역겨운 피비린내와 썩은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이 모습을 방 구석에 놓인 CCTV는 그저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다음 날 아침 이 광경을 발견한 친실장은 그대로 기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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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꾸 같은 부분을 우려먹는 것 같아서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좋지 않은 것 같지만, 봐도봐도 고쳐도 고쳐도 고쳐야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은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ㅠㅠ
2. 댓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혹평도, 호평도, 비평도, 짧은 코멘트도, 조리있게 까는 것도, 재밌다고 하시는 것도, 모두다 환영입니다. 아니, 오히려 제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댓글로 장점과 단점을 말해주신다면 다음 스크를 쓰는데 큰 도움이 되오니, 어느 말이든 좋으니 댓글을 달아주시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3. 특히 ~~~는 좋은데, ~~~를 고치거나 개선하면 좋을 것 같다, 라는 식으로 말씀해 주신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4.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댓글 다신다고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만 댓글에 성실하게 대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5. 이 스크가 작성된지 2,3개월 이내라면 항상 댓글을 확인하고 대답해드릴테니, 정주행 중이여도 잠시만 시간을 내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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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기 혀를 먹는다면 열량을 얻는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더 열량이 소모 됩니다. 소화효율이 100%라 해도 겨우 벌충할까 말까 인데 소화효율도 낮은 실장석이 자기몸을 먹는다는건, 혈액소모도 본다면 오히려 더욱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소화효율 보다는 빠른 소화속도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지 싶습니다. 혀가 재생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나마 열량이 보충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혈액소모 부분에선...그렇군요. 이쯤에서 소설적 허용으로 생각해보죠.
@KSUUU 재생력이 강한 실장석이기에 신체훼손에 따른 에너지 소모가 더욱더 심하게 일어나야 하겠죠.
@블레이드 그 에너지 소모가 일어나기 전에 냠냠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신체 훼손에 따른 열량 소모는 출혈과 세포 분열로 인한 코스트가 전부 아닐까요
장기적으로 보면 마이너스겠지만, 일단 당장 뱃속에 아무것도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니 일단 당장 위에 무언가가 들어가 열량이 섭취되었다는 신호를 보내면 움직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당.
원피스에 붉은다리 제프가 자기 다리를 먹어서 살아남았다는 부분을 생각하고 써봤는데 영 개연성이 없나봅니다 ㅠㅠ
기대되는 레후 41번 오네챠는 특별한레후
존나게 세레브한 오네챠인 데스웅!
전에 썼던거 재업인가요?
1,2편 문장과 틀린부분 보충하고 뒷부분까지 합쳐서 하나로 올린 것입니다
이것은 극상의 스테이크인 데스웅.
과분한 칭찬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고심해서 쓴 흔적이 엿보입니다.
고심은 많이했죠...고심만 한 것 같지만...ㅠㅠ
오오 복종과 침묵
40번 실장도 까메오로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하핳
오오 3개월만에!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3개월동안 기다려주신 분이 계신다니 정말 황송할 따름이네요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꿀잼스크노예가 돌아온데스 데프픗
...프니프니만 좀 잘 해준다면 좋은 레후
명령에는?
복종!
41번 실장을 나타내는 키워드에도 유의해서 감상해보셔요!:)
와 이것 오랜만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ㅠㅠ
소시오실장인 데챠아아!!!
어라 저는 쓰면서 못 생각했는데...소시오패스라 그거 맞는 말이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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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메다메 콘페이토와 민나노모노~
다음화...다음화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