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코푸시럽, 한독약품 세텐 캅셀·야르신 등 ETC 품목이 최근 들어 줄줄이 품절되면서 약국가에서 환자를 다른 약국으로 보내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등 조제에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A약사는 최근 유한 코푸시럽을 소진해 주문을 했으나 거래업체로부터 품절됐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재생산 시기를 묻자 “아직 알 수 없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A약사는 “처방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환자도 계속해서 다른 약국으로 보내고 있는데, 품절이 됐으니 다른 약국에서 꾸어올 수도 없지 않느냐”면서 “그런데도 영업사원들은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황당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성북구 B약사도 한독약품 세텐 캅셀이 없어 다른 약국으로 환자를 보냈다. B약사는 “환자를 보낸 후에 그 약국에 연락을 했더니 그 약국도 다 떨어져 또 다른 곳으로 보냈다더라”며 난감해했다.
이 같이 연초에 다빈도 처방약이 줄줄이 품절되는 현상은 연초에 드물지 않게 벌어지는 약국가 풍경이다.
업체들은 한해 생산 목표에 따라 생산을 마치고 나면 품절이 되더라도 다음 계획에 따라 생산을 준비하기 때문에 그 공백기까지 약국은 발을 동동 굴러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거래량이 크지 않은 동네약국.
의원이 비교적 밀집돼 있는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성동구의 C약사는 “우리약국은 거래량이 많아 어렵게나마 공급을 받고 있다”며 “영업사원들끼리 연락망을 통해 서로 구해서 거래량이 많은 약국에 빼준다고 하더라”고 말해 연초 ETC 품절로 인한 진풍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도매업체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품목들 외에도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약가인하로 인해 출하를 기피하는 품목들이 많아 다빈도 처방 품목 품절이 도드라지게 많아진 때문인 것.
한 도매업체의 관계자는 “한독 등 일부 업체 측으로부터 몇몇 품목의 생산과 판매를 중지한다는 공문을 받은 상태에서 약국에 공급할 약이 없는 실정”이라며 “작년 12월 초부터 출하량을 조절해 주문량의 일부분만 받고 있는 제약사들도 많다”고 답했다.
아울러 “약가인하 품목 중 품절된 것까지 합하면 전체 품절 품목은 헤아리기도 힘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업체 및 약국가에서는 이들 품목들이 동네약국까지 원활하게 유통이 될 시점을 빨라야 내주에서 이달 말경으로 내다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