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대회에는 전국 1만6000여명의 약사들이 운집(킨텍스 집계), 정치권을 향한 한 목소리를 냈고, 여야 대선후보들로부터 '성분명처방 확대실시' 공약을 따냈다.
이날 약사대회에는 대회에 참석한 정동영·이명박·이인제 후보가 수위의 차이를 두고 ‘성분명처방 확대실시’를 언급해 모인 1만6000여명 약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약사대회 분위기 잡은 고양시약 ‘풍물패’
오전 10시부터 모이기 시작한 약사들의 발걸음을 재촉한 것은 다름아닌, 고양시약사회 회원들로 구성된 풍물패의 신명나는 연주였다.
풍물패는 행사장 입구와 그 주변을 돌며, 전국 각지에서 상경하는 동료 약사들을 맞이했다.
부산시약사회 옥태석 회장은 “새벽 아침부터 서둘러 25대 버스를 나눠 타고 이곳에 왔다”면서, “입구에서부터 풍물패가 ‘약사’ 동료들을 반겨주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행사장 입구에 마련된 업체 부스에는 롯데제과를 비롯, 제약사와 약국체인, 약국 기기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그동안 여러 논란을 빚었던 롯데제과의 기능성 껌을 전시한 공간에는, 호기심에 몰려든 약사들로 크게 붐비는 등 관심을 받았다.
대선 후보 5명의 약심 잡기...‘성분명 처방 확대실시’에 주력
유력한 대선후보 5명 대부분은 의협 등 타직능 단체의 표를 의식한 듯, ‘성분명 처방 확대실시’에 대해 명확히 선을 긋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지지율에 갈급한 이인제 후보가 “의약품 성분에 대해서는 약사들이 전문가”라며 “약의 최고 전문가인 약사가 환자와 상의해 의약품을 처방조제할 수 있도록 성분명처방은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약속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도 ‘성분명 처방 확대실시’라는 주제를 꺼내들기는 했지만, 정 후보는 ‘국민의 이익에 바람직하다면’, 이 후보는 ‘의약사간 협력이 해결된다면’이라는 단서조항을 붙였다.
‘일반약 슈퍼판매 금지’에 대해서는 정동영·이인제·이명박 후보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약의 주인은 약사라는 대전제에 세 후보 모두 공감의 뜻을 내비치며, 약사만이 약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약사관련 정책에 대한 언급없이 ‘사람에 투자해야 미래가 있다’는 그의 평소 지론을 밝혔으며, 이회창 후보는 구체적인 설명없이 “약사 여러분이 희망하는 모든 것을 다 지키겠다. 나는 한번 말한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광진구에서 28년간 동네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남희 약사는 "이명박 후보의 경우 카드수수료 할인, 성분명 처방, 동네약국 살리기, 슈퍼판매 반대 등 모두 대체적으로 약사 현안에 대한 중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약사는 후보자 개개별 평가에 대해 "이회창 후보는 구체적인 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어 아쉬웠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그는 "약사 단체 행사에 왔으니 약사들의 입맛에 맞는 얘기를 꺼내놓는 것은 당연하다"며 "대선이 코앞인데 무슨 약속인들 못들어주겠냐"고 공약 맹신을 경계했다.
하지만 "약사에게 꺼내놓은 정책이 하나같이 같아서 사실상 공약만 보고 표를 던지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후보자들의 의지가 한결같기를 바란다고 이 약사는 밝혔다.
화합의 장...자이브 댄스 등 약사 장기자랑 이어져
대선 후보들의 연설이 끝난 직후에는 본격적인 약사 중심의 행사가 이어졌다.
약사회는 약 바로알기 운동 선포식을 비롯, 결식아동 지원사업 후원금 전달식, 금연운동 홍보대사 위촉식 등을 진행했다.
2부 화합의 장에서는 KBS 김홍성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2부는 주로 약사들의 장기자랑으로 진행됐다.
특히, 부산시약사회의 ‘영남사물놀이’와 서울시약사회 합창단, 경기도약사회의 자이브 댄스가 인기를 끌었다.
대회장을 뒤로하는 약사들의 뒷모습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거리 관계상 2부 행사를 참석하지 못하는 약사들이 대거 대회장을 빠져나가면서 2부 행사는 다소 맥이 빠지는 분위기였다.
행사장 곳곳에 버려진 전단지와 쓰레기들도 눈에 띄었다. 전라북도에서 왔다는 한 약사는 어지러진 행사장을 보며 “행사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행사가 막바지에 이르자 약사대회를 자평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왔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의 이태형 약사는 “1만6000여명이 한날 한시에 모일 수 있다는 것이 약사들의 힘”이라면서, “오늘 대회에서 약사로서의 자부심을 크게 느끼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신상직 약국이사는 “약사로서 뿌듯하고 큰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이 남는다”면서,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참석한 후보들은 오늘 자신이 던진 말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달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홍대업·김정주·한승우 기자
"회원들이 느낀 감동, 나도 그대로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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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대회가 끝날 무렵 행사장에서 만난 원희목 회장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약사대회 소감을 묻는 질문에 원 회장은 “회원들이 느꼈던 감동 그대로 나도 느꼈다”며 “우리의 결집력을 대내외적으로 표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평했다.
성분명처방 확대 실시를 일부 언급한 후보들에 대해서는 “중요한 것은 약사들이 국민건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된 후 오늘 말한 공약들의 실천여부를 끝까지 주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는데 더욱 매진할 것"이라며, "오늘의 단합된 힘이 이를 실현시킬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오늘 전국 각지에서 불편함을 무릅쓰고 이곳까지 찾아온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면서, “우리의 결집력과 힘을 보여준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강조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