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개문시간 연장’으로 축소, 설치장소 논란 여전
대한약사회가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저지하고 대국민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24시간약국’이 계속 표류되고 있다.
기존에 운영돼 왔던 당번약국과 달리 24시간약국은 새로 제기된 형태로 회원들뿐만 아니라 행정 측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대한약사회는 “24시간약국은 상징적인 개념으로 밤 9시 전후 활발한 활동을 하는 국민들이 많은 우리사회의 생활에서 제기된 것”이라며 “의약분업 이후 일찍 폐문하는 약국들이 많아져 이런 생활패턴과 맞지 않았던 상황이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24시간약국’이 사실상 심야약국으로 축소된 것이다. 이마저도 수용하려는 약국이 없어 서울시약사회는 보건소에 심야약국을 설치하자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또 대구시약사회는 ‘분회 약사회관’에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제안도 “약국은 상가에만 설치할 수 있다”는 대약의 회의적인 입장에 부딪치고 있다.
심야약국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약사혼자 경영하는 ‘나홀로 약국’들의 경우 심야약국을 하기 힘든 것은 물론이고 상황이 나은 약국도 심야시간에 매출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렵다는 것이다.
늦은 시간까지 열고 있는 대형마트의 약국도 상당수 있을 뿐 아니라 여기서도 심야에는 매출이 별로 없는 상황이라는 반발이 많았다.
행정측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었다. 서울시의 한 보건소장은 “일반의약품을 취급하는 심야약국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그는 “늦게까지 운영하는 일반약국이나 마트내 약국이 있는 상황에서 일반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야간에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환자는 일반의약품이 아니라 응급실로 가는 것이 안전하다”며 “요즘은 시골에서도 응급실이 운영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찾는 환자를 위해 심야에 약국을 연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추석연휴를 맞아 당번약국 챙기기에 바쁜 약사회는 “심야약국은 길게 가자”는 방침이지만 회원들이 얼마나 이에 호응할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