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평생을 살며 올림픽 수영 경기를 꽤 열심히 본 축에 든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규정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야 처음 알았다.
31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수영 남자 배영 200m 예선을 지켜보던 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영국 대표로 올림픽 메달을 둘 목에 걸었던 루크 그린뱅크(26)는 시종 앞서나간 끝에 편안히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1분 56초로 헝가리 대표이자 막역한 사이인 후베르트 코스에 2초 넘게 앞선 기록이었다. 월등한 기록으로 이날 준결선에 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심판이 실격을 선언하는 바람에 낯빛이 달라졌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심판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도입된 세계수영연맹의 규정, 선수들은 턴을 한 뒤 15m를 지나서도 물 속에 있어선 안 된다는 규정을 어겼다고 설명했다. 그 지점에서 선수 머리는 물 밖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위 사진에서 보듯 세 번째 턴 이후 카메라에서 가장 가까운 레인을 역영하던 그린뱅크의 머리는 빨갛게 표시된 15m 지점을 지난 상태에서도 머리가 물 속에 있었다.
전광판을 올려다보며 낙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그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안타까워했다. 나중에 "정말 화가 난다. 난 좋은 폼이었다고 느낀다. 완전 속은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영국 수영 대표 가운데 가장 메달권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그는 리플레이 화면을 보며 항의하거나 이의를 제기할 구석이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규정은 배영, 접영, 자유형에만 적용되고 접영은 제외된다.
그린뱅크는 2020 도쿄올림픽 수영 남자 4x100m 계영에서 은메달을, 남자 배영 200m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그는 또 2019년 세계선수권 수영 남자 4x100m 계영 우승에 이어 버밍엄에서 열린 대영제국 대회 금메달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