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령은 일제 강점기 때 활약한 항일조직 흑색단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스파이들은 유령이란 이름으로 불렸는데
당시 총독 암살이라는 중요 임무를 띠고 활약하는 유령을 잡아내고
총독을 지켜내려는 일본 경호대장의 악랄한 색출작업을 긴장감 있게 그려내었다
다소 무거운 느와르 영화 속에 이런 감각적인 미장센을 첨가한 감독의 센스가 내 눈엔 아주 크게 보였다
이런 영상미를 살짝 넣어주니 영화가 갑자기 낭만적으로 변해 긴장이 해제되는 느낌이다
줄거리가 필요없는 오직 그림만이 보였던 짧은 순간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연기력으로 극을 돋보이게 한 건 분명하다
설경구 이하늬 박해수 모두 멋진 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이하늬는 출산 후 첫 작품을 이리도 멋지게 해 냈다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이 가장 불쾌한 단어라고 느껴지기에
이하늬의 완벽한 컴백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실 이 작품은 출산 전에 이미 촬영된 영화라고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내가 새롭게 발견한 인물은 바로 박소담이다
늘 비슷한 톤과 그 연령대가 할 수 있는 평범한 연기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에선 달랐다
액션에 박소담이 이렇게 잘 어울릴 줄이야
그녀가 액션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잘 드러나는 순간순간이 놀라웠다
아마도 이 영화를 딛고 더 우뚝 서는 연기자가 될 것 같다
이 장면을 배우 박해수가 주도하니
아주 잠깐 네플릭스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연상되기도 했다(ㅋㅋ)
혹시 감독이 오징어 게임에 대한 오마주로 이런 장면을 넣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영화 속 촬영지가 궁금해지는 건 아마 영화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가 갖는 속물적인 근성이 아닐까
이 장면이 나오면서 건물 전체가 클로즈업될 때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했다
마치 웨스 앤더슨 감독이 자신의 시그니처인 컬러를 쏙 빼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건물이나 절벽 아래의 바다 모두 CG로 만들었을 테지만....
항일투사들의 활약은 꼭 성공으로 끝을 맺기에
아무리 긴장감 있고 잔인한 총싸움 몸싸움 장면이 나와도
사이다를 곧 마실 수 있다는 기다림이 있기에 견딜 수 있다
중국 소설(영화)에서 가져온 모티브라고 하지만
일본의 점령을 경험한 두 나라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