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길목에서 삶을 돌아보며

[풍운]

요즈음,  업무와 바쁘던 일상에서 한발짝 멀어져 보니,

경제적으로는 종전같이 수입이 넉넉하지 않지만

이제야 노후인생의 여유와 자유, 참 맛을 느끼게 되나 보다.

지난 세월 오로지 앞만 보고 정신 없이 살아온 데서 벗어나

‘뒤도 돌아 보고 옆도 보는’ 삶의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요즘 인생의 이모작 거리를 찾는 한편, 남은 세월 풍성하지는 못해도

여유와 낭만을 가지고 벗을 만나며 가족과 못다한 일들을 즐겨보려 한다.

 
백운 이규보의 시처럼 “문득 거울을 보니

웬 늙은이 하나가 거기에 서 있었다”는 말처름
학창과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까까머리 소년이

어느새 우글쭈글한 얼굴에 소갈머리 없는 늙은이가 되어버렸고,

돌아볼 수는 있어도 돌이킬 수 없는 세월이란 말을 실감한다.

 

지난 삶이 억겁을 보낸 듯하지만 지나고 보면 한 줌의 시간도 되지 않는다.

만산은 홍엽이고 대지 위에 뒹구는 게 낙엽인 감성을 불러 일으키는 계절이지만

가슴속은 되레 회한으로 가득한 요즘이다.

사실 세월이 지나면서 가슴속에 깊이 켜켜이 쌓인 것들이 참 많다.

 

서점가에 나온 [내 인생 후회되는 한가지]라는 책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사들의 삶의 편린이 담겨 있다.

 

안철수의원의 전에  알려진 시골의사 박경철씨는 의대생시절,

몸이 안 좋다는 아버지의 말을 과로 탓으로 넘겼는데 며칠 만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고 그것이 지난 26년간 그를 시리고 아프게 했다고 말했다.

 

연극배우 전무송씨는 찢어지게 가난하던 젊은 시절,

아픈 친구가 먹고 싶어 한, 보신탕 한 그릇을 돈이 없어 못 사주고

저 세상으로 떠나 보낸 일을 가슴에 안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박목월 시인의 장남인 문학평론가 박동규씨는 한동안

시래기국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사연은 어머니가 며칠간 시장을 돌며 배추를 주어와 끓인 시래기국을 보고
‘거지같이’라고 말한 자책감 때문이었다.

가난한 살림에 다섯 형제를 먹이기 위해 배추 한 포기 사려고

추운 길을 며칠 걸어 다녀야 했던 어머니의 심정을 모른 채

무심결에 내뱉은 말에 대한 부끄러움이었다.

 

저마다 가슴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가 있다.

세상을 떠난 부모님께 생전에 효도를 못한 일, 아내나 친구에 대한 미안함,

삶에 대한 미련 등 헤아리면 수도 없이 많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항상 따뜻하지마는 않다. 힘겹고 버겁다.
통상 후회는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위대한 개츠비]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는 “열심히 살아온 내 인생아,

잘 지내고 있니? 함께 걸어와준 내 인생아, 참 고맙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내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나의 밤은 후회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이제 늦가을 깊어만 가고 떠나려 한다. 삶의 무게도 그만큼 두꺼워진다.

이미 삶의 가을을 걸은 이들도 있을 게고,

가을을 걷고 있거나 조만간 겨울을 걸을 이도 있을 것이다.

만추의 길목에서 내 삶을 되돌아 본다.

[백합]

사연 하나하나가
우리네 삶과 똑 같은거 같아요.
우리 윗 세대 부모님들 께서는 의식주도 해결하기 힘든 세월을 사셨죠.
사연을 읽고 나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ㅠ ㅠ

[풍운]

맞아요
그당시 그분들의 노력덕분에
지금 우리가 잘먹고 잘살지 않을까요
우리는 언제나 그분들을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