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녕하시지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날씨지만 한 낮은 아직 더운 것 같습니다. 감기 조심들 하시기 바랍니다.
학교에 다시 와 생활을 하다보니 제 사무실 앞에 있는 대의원회실을 보면서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봅니다. 오늘 이렇게 작심하고 모니터 앞에 앉은 이유는 대의원에 대한 제 생각을 여러분과 나누고자 함입니다.
작년에 어떤 후배가 결혼을 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많지만 제가 먼저 들어온 관계로 묘한 선.후배가 되었지요. 저는 그 후배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배의 동기 모두를 좋아했습니다. 대의원을 하면서 많이 힘들어서였을까요? 고생한 만큼 정도 그만큼 깊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후배들과 나눴던 일들을 추억하며 저는 무척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후배가 마련한 식사 장소로 향했더랬습니다. 그리운 얼굴들.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막상 그들을 만난 저는 무참했습니다.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예전의 친밀감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거든요. '아, 맞다 이들도 나도 모두 졸업했지.' 졸업이 뭐라고, 사회가 뭐라고, 같이 학교를 다녔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말이죠. 저만 그랬는진 몰라도 그때 그 분위기는 어색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결국 밥만 먹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을 때 문득 '파랑새는 날아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억은 추억이고, 현실은 현실이었습니다.
그 이후 제 개인적으로는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가슴 아픈 순간들도 겪어야 했습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더니 이제는 조금 어른이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간간이 들려오는 대의원회에 대한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그 식사 이후로는 별로 흥이 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별로 좋은 소식들은 아니었지만요. 올 초 집으로 가던 중 규찬 형에게 학교 정문 앞 순대국집 근처에서 잡혔습니다. 입방식을 끝내고 뒷풀이 중이었어요. 오랫만에 선.후배들, 동기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자리에서도 작년에 느꼈던 어색함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동문체육대회에서도. 대의원회 모임은 생기가 없어 보였습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 우리 대의원회에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내 안에는 내가 없다. 단 한 번도 나 자신을 위해서 산 적이 없는 거 같아"
제가 대의원회를 활동하던 2003년도 당시에 인기를 끌었던 SBS 드라마 '올인'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이 대사가 제 마음을 끈 것은 바로 제 마음을 대변한 듯한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신을 위하기 보다는 뭔가 제가 속한 단체를 위해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뒤 그 모든 것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대의원회 의장을 뜻하지 않게 맡게 되면서 마음 고생 참 많았지만, 정말 열심히 했었습니다. 2학년 2학기 때는 축제 준비로 인해 강의를 거의 들어가지 않아 시험 볼 때는 '죄송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백지를 내고 나오기도 했고요. 그 사이 40명의 대의원들 중 활발히 참여한 사람은 16~17명으로 줄었습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끝까지 함께 한 해늘 여러분은 내 평생 함께 할 친구들입니다.- 나머지는 학과 임원으로서, 개인 학업에만 몰두하고 장학금만 타갔을 뿐 아무런 참여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들에 대한 원망도 많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오히려 '그들이 현명했다'는 생각도 감히 해봅니다. - (전부는 아니지만)열심히 참여한 동기들에 비해 공부만 열심히 한 치사한(!) 동기들이 자신의 전공을 더 잘 살렸기 때문입니다. 이 무슨 불공정한 사태란 말입니까!
돌이켜 보건대, 대의원회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바로 '꿀리지 마라' 였습니다. '우리는 학회장과 동등하다', '총학생회장과 담판을 지을 때 강하게 밀어 붙여라', '얘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 그래야 나이 많은 학회장들한테 밀리지 않는다' 등등. 심지어 어떤 선배는 당시 총학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는 저를 보더니 "신구 최고의 권력자구만"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권력자라니. 그게 도대체 학생에게 할 소리인지 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이 사회에서 작고 작은 학교에서 그것도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놓고 학생들끼리 세력 싸움을 부추기는 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는 게 뭔지요. "우리 때는 이랬어" 따위의 영웅담입니까? 그게 그렇게도 듣고 싶으셨습니까? 이제는 우리 후배들에게 시간이 지나면 아무것도 아닐 권력 놀음에서 손을 떼게 해주십쇼. 학교는 공부를 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곳이지 '하얀거탑'의 세계를 배우는 곳이 아닙니다.
대의원회를 활동할 당시 저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며, 많은 도움의 말씀을 주신 선배는 오직 한 명 뿐이었습니다. -의장이었던 제가 이러한데 다른 분들은 어떻겠습니까! 학과에서도 애매한 위치인 대의원들이 보다 편히 기댈 수 있는 곳은 바로 대의원회입니다.- 애석하게도 그 선배가 제시한 진로와 제가 원하던 진로가 갈리긴 했지만 그 선배를 떠올릴 때마다 '대의원회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리 18대 동기들과 연락을 할 때도 그렇고요.- 제 동기 중에서는 진로가 잘 안 풀려 동기 모임에도 잘 안나온 친구가 후에는 잘 풀려서 속시원한 마음으로 모임에 참석한 경우도 보았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겠습니까?
매번 같은 사람들이 나와 나누는 추억도 이제는 바닥이 나진 않으셨는지요. 저는 더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지겹기도 합니다. 각박한 사회 생활 속에서 만남을 갖는다는 것은 무척 기쁜 일이나, 그 기쁨만으로는 모임에 생기를 가져다 주진 못할 것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입니다. 더불어 사회적인 동물이기도 하고요. 대의원회가 각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이 되지 못한다면 모임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미 졸업한 (저를 비롯한)동문들은 후배들이 보다 의미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진로모색에 큰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현.차기 후배들은 수백명에 이르는 동문 선배들에게 귀찮다 싶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물으시고 자신의 진로에 유익한 정보들을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현기 때 들었던 조승휘 선배(1대)의 말씀을 참 좋아합니다.
"여러분이 하고 싶어서 되는 것도 아니고, 또 여러분이 거부한다고 해서 안 되는 것도 아닌 것이 대의원입니다. 대의원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닙니다."
후배들의 미래가 곧 대의원회의 미래입니다. 후배들이 졸업을 한 뒤 말 그대로 '꿀리지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이미 거쳐갔고, 앞으로 거쳐 갈 모든 대의원들에게 '대의원회를 했다'는 것에 부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총학에 꿀리지 않아야 한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좁은 시각에서 이제는 탈피할 때가 되었습니다.
첫댓글무엇으로부터인지..아니면 무엇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너에게 많은 생각과 고심을 하게 하는구나 생각의 갈래가 너무 많아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할때도 있었다 나 역시... 왜냐는 물음과 무엇때문에라는 고민속에 참 많은 시간을 보냈었단다.. 그 혼돈의 틀을 깨고 나오는데는 무던한 시간과 갈등이 있었어...난 그 해법을 다시 대의원속에서 찾았단다.. 창훈이가 나와 다르니 또 다른곳에서 해답을 찾을수도 있겠지만 난 그랬단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속에서 내가 해쳐나갈 길을 찾았다고 할수 있다..현실이니 이상이니 대의원이니 자치기구니 하는 그런것들 결국 사람들속에서 일어나는 픽션이야...너무 깊게..아프게 고민 말아라
첫댓글 무엇으로부터인지..아니면 무엇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너에게 많은 생각과 고심을 하게 하는구나 생각의 갈래가 너무 많아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할때도 있었다 나 역시... 왜냐는 물음과 무엇때문에라는 고민속에 참 많은 시간을 보냈었단다.. 그 혼돈의 틀을 깨고 나오는데는 무던한 시간과 갈등이 있었어...난 그 해법을 다시 대의원속에서 찾았단다.. 창훈이가 나와 다르니 또 다른곳에서 해답을 찾을수도 있겠지만 난 그랬단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들속에서 내가 해쳐나갈 길을 찾았다고 할수 있다..현실이니 이상이니 대의원이니 자치기구니 하는 그런것들 결국 사람들속에서 일어나는 픽션이야...너무 깊게..아프게 고민 말아라
저도 제가 속한 곳에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말씀해주신 의견 너무 감사드려요. 선배님의 말씀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