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쇠를 녹일 무더위에 땀이 마르지 않으니
가슴 헤치고 맨머리로 소나무 난간에 앉았노라
옥경의 신선 벗이 나를 지성스레 생각해 주어
맑은 바람 한 줄기를 나누어 보내주었구려
무더위가 쇠를 녹인다는 말은 한여름 더위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위는 1940년에 펴낸 옥담 김위원(金偉洹)의 시문집
《옥담고(玉淡稿)》에 나오는 한시 ‘부채선물에 화답’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두 번째로 오는 “대서(大暑)”입니다.
사무실 안에서야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겠지만
들판에서 일을 하는 농부들이나 밖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대서와 같은 한여름은 견디기 어려운 절기입니다.
더울수록 혀끝에서는 찬 것이 당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운 음식으로 몸을 보양해온 게 옛사람들의 슬기로움입니다.
▲ 무더운 여름날, ‘이열치열’로 더위를 물리치세(그림 이무성 작가)
흔히 이열치열로 먹는 먹거리로는
전설의 동물인 용과 봉황 대신 잉어(혹은 자라)와 오골계로 끓인
“용봉탕”, 검정깨로 만든 깻국 탕인 “임자수탕”
그리고 보신탕, 삼계탕, 추어탕 등을 예로부터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습니다.
그러잖아도 더운데 땀을 줄줄 흘리며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은
여름철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으려고 피부 근처에 쏠리는
많은 양(다른 계절의 20~30%)의 피로 인해 몸 안의 위장 등
여러 장기에 피가 부족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지요.
몸 안 온도가 떨어지면 식욕이 떨어지는 등 이른바 더위를 타게 됩니다.
따라서 덥다고 차가운 음식만 먹을 게 아니라
몸 안의 장기를 보호해주는 더운 음식으로 몸 안의 균형을 잡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