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北-中군가 작곡가’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 행안부, 자료제출 요청
연평포격 유족 “피눈물 분노 치밀어”
강기정 “연말 완공… 역사에 맡겨야”
與 “선열들 통곡”… 野 “매카시즘”
광주시가 48억 원을 들여 조성 중인 ‘정율성 역사공원’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 출신 정율성(사진)은 항일운동을 위해 중국에 건너가 1939년 중국공산당에 가입한 뒤 지금의 중국 인민해방군 행진곡인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한 음악가다.
논란은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2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북한의 애국열사능이라도 만들겠다는 것인가”라며 조성 철회를 요구하면서 본격화됐다. 박 장관은 “정율성은 해방 이후 북한으로 귀국해 조선인민군 구락부장을 지냈으며 인민군 협주단을 창단해 단장이 됐다. 그가 작곡한 조선인민군 행진가는 한국전쟁 내내 북한군 사기를 북돋았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강기정 광주시장은 SNS를 통해 반박했다. 강 시장은 “정율성 선생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우호에 기여한 인물로 김구 선생과 함께 꼽은 인물”이라며 “이제 적대적 정치는 그만하고, 우정의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전사한 고 서정우 하사의 모친인 김오복 여사는 강 시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보훈 가족에게 피눈물 나게 하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사업”이라며 중단을 촉구했다. 김 여사는 광주의 고등학교에서 37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다. 그러자 강 시장은 다시 SNS를 통해 “6년 전 계획됐고 이미 예산 집행도 끝나 연말에 완성 예정이다. 평가와 공과는 역사에 맡기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여야도 설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을 내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희생한 선열들이 들으면 무덤에서 통곡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위원장인 이병훈 의원은 “항일운동가이자 음악가인 정율성을 공산주의자로 낙인찍는 것은 20세기에나 볼 법한 매카시즘적 행태”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행정안전부는 광주시에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사업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강성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