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770m의 산악지역에 있는 베들레헴은 예수가 태어난 땅이다. 지금은 이스라엘 땅에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도시다. ‘베들’은 집을 뜻하고, ‘레헴’은 빵을 뜻한다. 베들레헴은 ‘빵 만드는 집’이란 뜻이다. 옛날에는 이곳에 밀을 빻는 정미소가 있었다.
그런데 예수의 고향은 나사렛이다. 어머니 마리아와 양부 요셉이 살던 도시다. 그런데 왜 예수는 베들레헴에서 태어났을까.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는 110㎞나 된다. 당시 사람들은 걸어서 하루 16㎞를 갔다. 나사렛에서 베들레헴까지 꼬박 1주일 여정이다. 만삭의 몸을 이끌고 마리아와 요셉은 왜 이곳까지 왔을까.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식민지였다. 로마 황제의 명에 의해 호구 조사가 실시됐다. 요셉은 자신의 고향인 베들레헴에서 호적 신고를 해야 했다. 만삭의 몸으로 베들레헴에 도착한 마리아는 숙소를 찾았다. 베들레헴 지역에는 자연 동굴이 많았다. 마리아가 찾아간 숙소도 동굴로 된 집이었다. 그날 거기서 예수님이 태어났다.
그 동굴 위에 교회가 세워졌다. 1500년 전에 세워진 예수탄생 교회(The Church of Nativity)다. 325년에 지어졌다가 파괴되고 529년에 재건됐다. 예수탄생 교회의 입구는 무척 낮다. 고개와 허리를 한껏 숙여야만 들어갈 수 있다. 베들레헴이 이민족에 정복됐을 때, 말을 타고 성지에 들어서는 걸 막기 위해 기존의 출입문을 없애고, 더 낮게 만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겸손의 문’이라고 불린다.
교회 바닥에는 지하통로가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동굴로 된 공간이 나온다. 예수가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자리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예수의 탄생은 신비다. 하나님이 몸소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내려오는 일이다. 말씀(로고스)이 육신이 되는 일이다. 하늘의 뜻이 사람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통로가 생기는 일이다. 그러니 이보다 큰 기적과 신비가 있을 수 없다.
예수가 탄생한 자리 바로 옆에 말구유가 있다. 화강암으로 된 구유다. 화강암은 베들레헴에서 흔한 돌이다. 가장 높으신 분이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곳이 바로 여기다. 당시 유대 땅은 로마의 식민지였다. 전쟁용으로 쓰일 수 있는 말을 함부로 키울 수 없었다. 그러니 이곳은 나귀를 키우는 마구간이었다. 우리 곁으로 더 가까이 오고자, 가장 누추한 곳으로 예수님은 오셨다.
예수 이전부터 유대인에게는 죽음 뒤의 부활관이 있었다.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일단 땅속에 묻히고 육신이 썩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유대의 메시아가 오면 새로운 몸을 갖고 무덤 속에 있던 이들이 다시 일어난다고 믿었다. 유대교인은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 메시아가 이 땅에 오는 날, 죽은 사람도 부활한다고 믿는다.
사형선고를 받은 예수가 십자가를 짊어진 곳에서 처형당한 예루살렘의 골고다 언덕까지는 직선거리로 고작 800m다. 이 짧은 거리는 예수에게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땅에서 하늘까지 거리였을까. 예수 뒤에 남은 이들에게도 그랬다. 히브리어로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라고 불리는 십자가의 길은 그리스도인에게 구원을 향하는 순례길이기도 하다.
야트막한 골고다 언덕 꼭대기에는 성묘 교회가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따가운 이스라엘의 햇볕 아래서 숨을 거두었던 곳이다. 교회 안에는 예수가 부활한 자리라고 전해지는 텅 빈 무덤이 있다. 초월의 사건이 거기서 벌어졌다. 다름 아닌 예수의 부활이다. 삶과 죽음은 우리에게 양립할 수 없는 단어다. 그런데 예수는 달랐다. 그는 부활을 통해 삶과 죽음을 하나의 직선으로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