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오마이뉴스 13.09.23 14:05l 최종 업데이트 13.09.23 15:27
캄보디아 야당, 결국 국회 개원식 등원 거부
[현장] 개원 하루 앞둔 22일 오후 10시, 야당 지지자 기도장소 습격
박정연(planet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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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정연) 7월 총선이 부정선거이므로 공정한 조사가 이뤄지기까지 국회 개원식을 연가해달라는 캄보디아 국민들의 열망이 뜨겁다. 23일, 열린 캄보디아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개원 연기를 요구하기 위해 나선 캄보디아 젊은 승려들. |
캄보디아 통합야당(CNRP)이 결국 대정부 여당을 상대로 장외투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23일 오전 9시 (현지시각) 열린 국회개원식에 지난 7월 28일 총선에서 55석을 확보한 통합야당이 불참함에 따라 부정선거를 둘러싼 시비는 결국 전국적인 반정부시위로 확산할 전망이다.
삼 랭시가 이끄는 통합야당은 지난 7일 공정성 논란의 중심에 있던 국가선관위(NEC) 측이 훈센이 이끄는 여당(CPP)이 68석을 얻어 총선에서 승리했다고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집회 시위를 통해 정부 여당을 압박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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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정연) 정치적인 이슈에는 다소 보수적이던 캄보디아 승려들이 이번 총선의 정부여당 개입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최근 집회에선 승려 한 명이 분신하려다 실패한 해프닝도 있었다. 한편, 친정부 성향의 불교계 원로들은 승려들의 정치개입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종교계에서 이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 듯 싶다. |
야당은 그동안 집권여당의 부정선거개입을 강력히 비난하며, 유엔이 조정역으로 참가하는 공동조사위 설치를 거듭 주장해왔으나, 정부 여당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야당은 이에 반발, 내무부의 불허방침에도 2박 3일간의 프놈펜 철야집회를 강행했으며, 전국에서 몰려든 수만여 명의 지지자들이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28년간 장기독재를 이어온 훈센 총리의 퇴진까지 요구했었다.
야당의 부정선거를 둘러싼 시위와 집회가 한 달여간 이어진 가운데 야당집회장소로 계획된 프놈펜 자유공원 근처에서 행사를 하루 앞둔 지난 14일(현지 시각), 사제폭탄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철야집회가 열린 당일인 15일에는 프놈펜 시내 모니봉 다리 근처에서 한 남성(29세)이 경찰에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도 발생했었다.
그동안 반정부투쟁의 중요한 몫을 차지해온 벙깍호수 철거민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과 젊은 승려들까지 이번 야당의 반정부집회에 적극 가세함으로써 부정선거를 둘러싼 논란은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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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정연) 지난 7일 선관위 공식 발표 후 캄보디아 국민들의 민주화 열기가 뜨겁다. |
국회 개원을 하루 앞둔 어제(22일·현지시각)까지도 시민단체 회원들과 젊은 승려들이 주축이 된 불교단체 회원 수백여 명이 국회개원 연기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국왕에게 제출코자, 프놈펜 왕궁 앞에서 가두시위와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 총선과 관련하여 첫 사망자 발생한 후 국왕의 '폭력중지' 요청에 따라 경찰도 물리적인 공권력 사용을 어느 정도는 자제하는 인상을 심어주어, 더 이상의 인명피해는 없는 듯 싶었다.
하지만 국회개원을 하루 앞둔 어제 오후 10시 무렵(현지 시각), 철야로 이어진 벙깍호수 철거민들의 시내 왓 프놈 사원(Wat Phnom)내 촛불 집회 장소에서 또다시 불행한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복차림의 괴한들이 20여 명의 철거민들이 모여 철야기도를 마치고 장내를 정리 중이던 현장을 급습했다.
새총과 곤봉과 전기총으로 그 자리에 있던 집회참가자들뿐만 아니라,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급히 도착한 기자들과 사회운동가들까지 구타하는 사고가 발생, 현재 10여 명이 부상을 입어 시내 인근 깔멧병원에서 치료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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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정연) 바리케이트를 사이에 두고 경찰과 대화중인 여성운동가 뗍 완니 씨(31). |
국제인권상을 받은 저명한 사회운동가 뗍 완니씨(Tep Vanny·31)는 그 시간 괴한들이 습격해오자, 왓프놈 사원 옆 미국 대사관 안으로 급히 피신할 수 있었으나 그녀가 타고 있던 차량의 유리창은 이미 괴한들의 습격으로 박살이 난 후였다. 그러나 현장을 미처 피하지 못한 그녀의 어머니 시 히압씨는 괴한이 쏜 새총에 눈 두덩이를 맞아 현재 입원 치료중이다.
일부 증언자들에 의하면 뒤늦게 현장에 나타난 경찰도 괴한들을 적극적으로 막으려 하지 않았으며, 미국대사관 차량 1대가 현장에 진입하려 했으나, 경찰의 제지로 돌아갔다고 목격자인 보 쭈로이씨가 밝혔으며, 오히려 경찰이 괴한들을 '비호'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후 급히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 사회운동가들도 괴한들의 습격을 피하려다 전기충격기에 맞기도 했으며, 소속 취재기자는 이로 인해 카메라가 일부 파손되기까지 했다고 오늘 새벽 현지 영자신문 <프놈펜 포스트>가 긴급히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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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정연) 23일 개원식을 앞두고 통합야당은 이미 어제(22일) 씨엠립 앙코르와트에서 단독 국회위원 선서식 행사를 가졌다. |
최근 잇따른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의 중재노력에도 3차례 가량 진행된 여야영수회담은 별반 성과 없이 끝난 바 있다. 결국, 우려했던 바와 같이 야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부정선거 논란을 둘러싸고 캄보디아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한편, 통합야당은 어제(22일) 씨엠립 앙코르와트에서 선관위(NEC)가 당선 확정 공고한 55석 외에 그동안 자신들이 차지했다고 주장해 온 8석을 추가한 총 63석 국회의원들을 위한 별도의 의원선서식 행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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