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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신인’ 박지수가 온다
농구 손대범 농구 공격과 수비의 기본은 맨투맨 플레이입니다. '맨투맨'을 통해 농구팬들이 가장 보고 싶고, 알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종현 드래프트’라 불리는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가 18일에 열린다. 이보다 하루 앞에 열리는 여자농구 드래프트는 ‘박지수 드래프트’라 불린다. 195cm의 박지수는 청솔중 시절부터 여자농구 미래로 불렸던 유망주다.
중학생 때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지난여름,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서도 고등학생 신분으로 출전해 가능성을 보였다. 박지수의 WKBL 데뷔는 ‘첼시 리 사기극’에 얼룩진 여자농구에 찾아온 그나마 희망적이고 신선한 이슈다. 서장훈이 ‘국보’라면 박지수는 ‘보물’이다.
하지만 박지수를 지켜봐온 여자농구 주요 인사들은 “엄청난 유망주인 것은 맞다”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그래도 당장 뭔가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은 버려야 한다. 시간을 갖고 키워야 할 인재다”라고 말한다. 데뷔하자마자 더블-더블을 밥 먹듯 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박지수의 분당경영고는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 휩쓴 여고부의 절대강자였다. 전국체전 패배로 '퍼펙트'는 깨졌지만 그가 여고부, 아니 올해 드래프트 명단을 낸 선수 중 단연 최고라는 사실은 여간해서 부정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사진=점프볼 한필상 기자)
▲ 아직은 실감이 안 나요
“안 믿겨요. 아직 체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나요.”
10월 13일. 박지수와의 전화통화. 경기가 끝난 지 3일이 지났지만,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박지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박지수의 분당경영고는 전국체전 4강조차 오르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숭의여고에게 일격을 당했다. 누군가는 여고농구 무대의 ‘세대교체’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박지수에게 그런 평가는 의미가 없었다. 그저 마무리를 못한 것만이 아쉬웠다.
“(우승으로) 마무리를 잘 했다면 여러 생각을 했을 텐데, 아쉬워요.”
여전히 말끝을 흐리는 박지수다.
지금의 라인업이 구축된 뒤 자신이 뛴 국내 대회에서 우승 없이 대회가 끝난 건 이번이 처음.
하필 고등학생으로서 나윤정, 차지현과 함께 손발을 맞춘 마지막 대회에서 이런 성적표가 나왔다. 항상 대회 마지막 날, 시상식까지 남아서 트로피를 올렸던 박지수였기에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박지가는 하염없이 울었던 이유다. 부친 박상관 전 명지대 감독이 “살면서 지는 경험도 필요하다”며 다독였지만, 이야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올라오는 길에 지수와 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줬죠. ‘살면서 이보다 더 속상하고 화나는 일도 있을 거야. 어찌 보면 처음 좌절한 건데, 그래도 빨리 털고 일어나면 좋겠다. 지금의 아쉬움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라고요. 그랬더니 다들 또 울더군요.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 같아요. 어린 애들이니 금방 잊을 수도 있겠지만, 2~3년 더 아쉬움이 남아있을 수도 있어요.” 박상관 감독의 말이다. (사실, 분당경영고의 패배는 연세대의 탈락과 함께 전국체전 최고 이슈로 꼽혔다.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마다 이 이야기를 꺼냈으니 말이다.)
박지수는 “국가대표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아이들에게도 너무 속상해서 ‘나 대표팀 관둬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죠. 팀도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으니까요”라며 당시 기분을 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프로를 생각해야 할 때다. 적지 않은 이들이 박지수를 기다리고 있다. 박지수 본인에게도 공을 잡았을 때부터 가져왔던 꿈 중 하나였다.
센터 출신 부친에 여자배구 청소년대표 출신의 모친(이수경)을 둔 박지수는 초등학생 때 처음 농구공을 잡았다. 이때 키가 이미 160cm였다. 청솔중과 분당경영고를 거치는 동안 박지수는 여중, 여고부에서는 막을 선수가 없었다. 박지수가 굳이 골밑에 들어가지 않아도 ‘박지수 효과’가 상당했다.
그 효과를 잘 알고 있었기에, 농구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2016년 드래프트 1순위는 ‘박지수 자리’로 결정됐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그것이 흥행의 시작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여자농구는 박신자, 박찬숙, 정은순 등 빅맨들과 함께 성장해왔다. 단순히 키만 큰 게 아니라 다양한 국제대회 경험을 해온 박지수에 대해서도 기대가 컸다. 당장 여자농구를 지배하지 못하더라도, 배우면 배울수록 프로에서도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래서일까, 한때 제7구단 창단 이야기가 나돌 때도 박지수가 나오는 해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이 신생팀에게 갈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당시 구단 감독 및 프런트들은 이 이슈를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여자농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도울 수 있다는 것.
“박지수에 외국선수가 2명이 동시에 뛴다면 보통 팀 이상의 전력이지 않겠는가.” 한 여자농구단 프런트가 필자에게 했던 말이다. (7구단 이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 여자농구는 새로 뭔가 만드는 것보다는 떠나는 관심, 사기꾼들 때문에 떨어진 신뢰부터 붙잡아야 할 처지다.)
▲ WE NEED U
울산 모비스가 1순위 지명권을 선발하던 날, 유재학 감독은 현장에 가족과 양동근, 함지훈을 대동했다. 1순위 지명권 획득 후 그는 가족들을 향해 ‘엄지 척’을 날렸다. “역시 잘 데려왔다”라는 의미였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 여자농구 관계자는 “우리는 누구를 데려와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간절하게 정성을 들여야 가능한 일인 것 같다”며 말이다.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는 “우리는 안 될 거예요. 확률이 워낙 낮아서…”라고 말하면서도 “수빈이(딸) 출동시켜야 하나요?”라고 장난스레 되묻기도 했다. 선수 분석을 위해 전국체전 현장을 찾은 안덕수 KB스타즈 감독도 간절하긴 마찬가지였다. “아- 요즘, (박)상관이 형이랑 (박)지수가 꿈에 나타나질 않네요. 걱정이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박지수에 대한 기대감은 변화된 드래프트 방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15년 드래프트에서 온양여고 윤예빈(현 삼성생명)의 1순위 지명은 양원준 WKBL 사무총장 손에 의해(?)결정됐다. 직접 상자에서 구슬을 꺼내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올 해는 ‘공정성’을 기한다며 추첨방식을 바꾸었다. 구슬을 상자에 놓고 돌려서 꺼내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한 관계자는 “구단들끼리 모인 자리에서는 박지수 관련 농담조차 못 꺼낼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만큼 서로 간절하다는 이야기다. 이제 24시간 정도 남았다.
청솔중 시절부터 박지수는 '언터쳐블'이었다. 신장이 워낙 좋았을 뿐 아니라 승부욕도 갖고 있었다. (사진=점프볼 문복주 기자)
▲ 국가대표 성장기
점프볼 잡지에 박지수는 ‘농구인의 자녀’로 처음 소개됐다. 그랬던 박지수가 어느덧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프로 데뷔를 앞두고 있다. 이미 그 사이 국가대표팀 선수로 진천선수촌을 오갔다. 성인대표팀 3회 포함, FIBA 대회에만 여덟 번이나 출전했다. 지금도 박지수는 FIBA U-18 아시아선수권 대회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 대회는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다.
“처음 성인 대표팀에 뽑혔을 때는 눈앞이 깜깜했어요. 협회에 모여서 서로 소개를 했는데, TV에서만 보던 선수들이 앞에 있는 거예요. 나이차가 많이 나다보니 제가 언니들과 뭘 어찌해야 할 지 몰랐어요.” 박지수의 말이다.
지휘봉을 잡고 있던 위성우 감독은 그 당시 박지수를 ‘아직 애기’라고 표현했다. 키만 클 뿐, 아직 힘 좋은 프로 언니들과 겨루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단지 대표팀에 뽑은 건 분위기를 익히고 경험을 쌓으라는 측면에서였다.
“그때 (박)지수는 참 많이 어렸죠. 지난해(2015년)는 부상 때문에 운동을 같이 못 했고, 이전에는 경기를 뛰게 한다기보다는 분위기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경험 삼아서 말이죠.” 위성우 감독의 말이다.
사실 청소년 대회에서는 박지수를 당해낼 선수가 없었다. 2012년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박지수는 3.9블록으로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수가 1998년생임을 감안하면 이 활약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그 활약은 꾸준히 이어졌다. 다음해 열린 U-19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리바운드 1위(13.2개)를 기록했다. 블록슛도 1.8개로 4위였다. 2014년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마침내 리바운드와 블록에서 2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팀 성적은 8강권과 멀었지만, 센터로서는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이었다.
하지만 성인무대는 달랐다. 힘과 근력이 붙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키에서 앞선다 해도 밀릴 수밖에 없었다. 2015년에는 U-19 세계대회를 다녀와 바로 성인대표팀에 합류했다. 그것도 부상을 입은 채로. 폼이 떨어진 박지수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대표팀의 7경기 중 15분 이상 소화한 경기는 3경기에 불과했다. 아파서 훈련조차 제대로 임하지 못했지만, 속사정을 잘 모르는 주변과 농구인들 사이에서는 혹평도 있었다.
2015년 점프볼이 투표를 통해 「올해의 농구인」 상 수상자로 박지수를 뽑았을 때 몇몇 농구원로들은 “(어린 선수를) 너무 기 살려주면 안 된다”는 말을 내게 했다. 건방져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몸을 사린 사례에 대한 제보(?)도 있었다. 그러나 종종 생각해본다. 이종현이든 박지수든 이들이 아직 10대, 20대에 불과한 선수들이라는 점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일반 10대~20대 젊은 학생들도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할 나이인데, 선수로서 같은 시기를 겪어봤을 선배들이 그들에게 지나치게 성숙함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이 부분에 대해 박지수도 좌절하고 힘들어했던 시기가 있었다. “워낙 지수에 대해 기대가 크고 말도 많다보니, 스스로 농구에 회의를 느낀 적도 있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성숙해지고 괜찮아질 것이기에 걱정은 많이 안 했어요. 물론, 엄마와는 대화를 많이 나눈 것 같아요. 지금은 많이 어른스러워졌습니다.” 아버지 박상관 전 감독의 말이다.
성인대표팀에 처음 발탁됐던 2013년(위)과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에 나선 2016년(아래). 중학생 때부터 박지수는 서서히 계보를 물려받고 있었다. (사진=점프볼 문복주 기자, FIBA 제공)
▲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았다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2016년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은 박지수에 대한 평가를 많이 바꿔놓은 대회였다. 성인대표팀 데뷔 이래 가장 많은 29.3분을 소화하며 평균 7득점 10.8리바운드 1.6블록을 기록했다. 비록 여자대표팀은 이루던 바를 이루지 못했지만, 박지수가 골밑을 지켜준 덕분에 우리 대표팀도 경쟁할 수 있었고, 미래를 기약할 수 있었다.
박지수를 처음으로 자신의 로테이션에 포함시켰던 위성우 감독도 만족감을 표했다. “수비에서 70%는 박지수를 위해 포커스를 맞췄어요. 박지수가 수비만 잘 해줘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죠. 공격에서는 역할을 주지 않았습니다. 박지수를 제외하고 공격농구를 진행했죠. 대신 수비와 리바운드에서 네 역할을 잘 하면 공격은 뭐든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역할을 참 잘 해준 것 같아요.” 위 감독의 평가다.
그러나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고교 시절과는 전혀 다른 레벨의 움직임이 계속 주입됐다. 본인이 더블팀을 당할 때, 동료들과 함께 더블팀을 해야 할 때 등 여러 상황의 움직임에 어려워했다. 몇 차례 훈련이 중단됐고, 시간은 길어졌으며 체육관에 쩌렁쩌렁 울리는 위 감독의 데시벨도 높아졌다.
“지수에게 말했죠. ‘10월이면 너도 성인이다’라고요. 아마도 본인도 ‘아차’ 싶었을 거예요. 그래도 잘 해줬죠. 사실 고교생들과 지수는 게임이 안 돼요. 동기부여가 안 된다고 봤죠. 마음만 먹으면 몇 점이고 점수를 올리겠지만, 상대방 키가 작다보니 스스로도 조심하는 면이 있었던 것 같고요.”
박지수도 올 해 대표팀을 통해 프로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여전히 프로 언니들과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요. 그래도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관계가 가까워졌다고나 할까? 언니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말도 잘 걸고 편해진 것 같아요.”
주위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그때는 칭찬도 많이 받았어요. 당연히 기분 좋죠. 이번 대회만 이겼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한창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다시 전국체전으로 돌아온다. 그만큼 아쉬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늘 팀내 최장신으로서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일까지 도맡아야 했던 선수 박지수. 2016년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은 끝내 박지수를 울게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희망도 찾을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점프볼 한필상 기자)
▲ 21세기 센터, 그의 과제
중, 고교무대에서 ‘박지수와 아이들’은 패배가 낯설었다. 앞서 말했듯, 박지수가 출전하고도 우승을 못한 건 이번 전국체전이 처음이었다. 고전도 하고, 고비도 많이 넘겼지만 4강 무대조차 분당경영고의 이름이 없었던 건 분명 관계자들에게도 낯선 상황이었다.
분당경영고의 박성욱 코치는 “지수 뿐 아니라 고3들이 항상 이기는 것만 알았지, 지는 건 몰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체전을 준비하며 컨디션 관리나 집중하는 부분에 있어서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경을 쓰지 말자고 했는데 오히려 부담이 된 것 같아요”라고 대회를 돌아봤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은행 같은 강팀에 선발되지 않는 이상, 박지수는 한 시즌 동안 농구를 하면서 평생 당한 패배보다도 더 많은 패배를 기록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이든 국내든 학창시절 탑 클래스를 달리던 신인들이 심리적으로 자주 겪었던 문제다. 사실, 여자프로농구는 신인들과 정규멤버(식스맨 포함)의 기량 차이가 워낙 커 경기를 직접 뛰면서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박지수는 다를 것이다. 당장 프로에 가면 주전은 아니더라도 최소 식스맨으로서 핵심 자원으로 기용될 것이다. 따라서 패배 후 마음을 추스르는 법도 배워야 한다. 자신만의 ‘패배 사용설명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신한은행 정선민 코치도 “잠재력은 확실한 선수”라며 “멘탈만 케어 된다면 여자농구를 위협할 무서운 선수가 될 거예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술적인 부분은 어떨까. 수년 전, 점프볼은 정은순 KBSN 해설위원의 박지수를 위한 원 포인트 레슨 시간을 마련, 이를 영상으로 소개한 바 있다. 정은순 위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여자농구 역사상 최고의 센터 중 한 명. 특히 공격에 있어서의 위압감은 여자프로농구 출범 후 등장한 그 어떤 빅맨과도 비교가 될 수 없는 경지에 있다. 그런 정은순 위원이 바라본 ‘신인’ 박지수의 기량은 어느 정도였을까. 일단 정 위원은 ‘당장 프로를 바꿔놓을 정도’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좋은 재능을 가진 선수인 것은 틀림없겠죠. 하지만 자신의 큰 키나 장점을 이용하는 노하우를 터득한다면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거예요. 아직 경험이 부족하잖아요. 기동성도 좋지만, 우리가 부담을 주기에는 이른 것 같아요. 더 많이 알아가야 해요.”
정은순 위원의 전망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수가 크기 때문에 상대팀 외국선수와 매치업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러면 지수 쪽 외국선수가 매치업에 수월해지기 때문에 전력상으로 유리한 면도 있을 거예요. 다만, 당장은 키가 많이 크지 않아도 노련하게 수비할 줄 아는 국내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지수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선민 코치도 동의했다. “미완의 대기죠. 더 다듬고 깎아야 하는 선수에요. 다만 부모님께 물려받은 승부욕은 또래에 비해 상당히 좋다고 생각해요. 당장 외국선수와의 매치업은 어려울 지도 몰라요. 판도를 바꿀 영향력을 지닌 선수가 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렇지만 두고 본다면 전력상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겠죠.”
부친 박상관 전 감독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부담이 될 것 같고, 잔소리가 될 수도 있기 에 평소 기술적인 부분은 (지수에게) 잘 말해주지 않는다”는 그는 “부모입장에선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합니다. 기술적으로 좋아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짧은 시간에 3~4경기 하는 아마추어와 다르게 프로농구는 장기레이스라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1주일에 2경기, 2주에 3경기, 4경기씩을 치러야 하는데 체력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준비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 봅니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정은순 위원은 현재 여자농구 환경상 박지수의 성장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농구는 다섯 명이 하는 운동이잖아요. 어느 팀이든 센터를 잘 이용해야 하는데, 지금 여자농구를 봤을 때, 지수를 잘 이용할 만한 국내선수들이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에요. 지수가 받아먹을 수 있는, 다른 한편으로는 지수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수들이 많지는 않아요. 그런 면에서 지수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동료들도 노력이 필요해요.”
예컨대, 하은주가 '공포의 대상'이 된 것은 하은주의 신장과 적시에 투입했던 임달식 감독의 관리도 큰 역할을 했지만, 하은주가 받아먹기 쉽게 공을 줬던 전주원, 최윤아의 공도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 그러한 센터 덕분에 신한은행의 젊은 선수들도 좋은 요령이 생겼다고도 볼 수 있다. 좋은 센터가 있어도 공을 못 넣어주면 무용지물이다. 어느 한 팀을 지목하긴 애매하지만, 남녀프로농구에서 '잡으면 한 골'이라던 좋은 센터를 병풍처럼 세워놓은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외국선수들과의 매치업이 기대된다는 의견부터, 함께 커갈 가드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박지수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단 하나 확실한 건 이제 신인인 그에게 마치 10년차 베테랑에게 바라는 것 이상의 부담을 주는 행위만큼은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보물은 갈고 닦아 더 오랫동안 빛나게 해줘야 한다(사진=점프볼 유용우 기자)
그렇다면 박지수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박지수에게 WKBL에 오는 외국선수들에 대해 묻자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 느껴졌다.
“국대(국가대표) 언니들은 힘이 정말 좋아요. 힘만 보면 오히려 국제대회에서 만난 외국선수들보다도 언니들이 나은 것 같아요. 그래서 걱정이 많아요(웃음). 오히려 미국선수들과의 대결이 수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원래는 (키아) 스톡스가 팔도 길고 키도 커서 (매치업) 해보고 싶었어요.”
박지수가 말을 이어갔다. “작은 선수들과 할 때는 리바운드 뜨면 잘 안 보여요. 그러다 밟게 될까 걱정도 되고 그러죠. 발목을 다치고 나서 더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프로에서는 그런 부분이 좀 해소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외국선수들과 겨루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이번 드래프트 참가 명단에서 박지수를 제외하면, 여고부에서 180cm를 넘는 선수는 단 2명뿐이었다. 여고부는 그만큼 빅 맨 자원이 나올 토양이 말라가고 있다.)
“소감은 나중에 지명되고 듣도록 할 게요” 라 말하자, “지금은 어느 팀에 가든 신경 쓰지 않아요. 제가 어느 팀에 선발되든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당찬 각오가 돌아온다.
과연 ‘역대급 신인’의 행선지는 어디로 결정될까? 17일, 드래프트가 열리는 현장 분위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손대범(점프볼)
+ FISRT SHOT +
신인 드래프트 선발방식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성적 역순에 따른다. 6위 팀 6개, 5위 팀 5개, 4위 팀 4개, 3위 팀 3개, 2위 팀 2개, 1위 팀 1개 등 총 21개의 구슬을 추첨 바구니에 넣고 순위를 추첨, 선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첼시 리 사기에 연루된 부천 KEB하나은행은 징계조치에 따라 추첨과 관계없이 무조건 6순위로 신인을 뽑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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