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범수 국회의원이 그룹 총수를 국정감사장에 불러 세우겠다고 초강수를 두지 않았어도 롯데 측이 이렇게 고분고분 나왔을지 의문스럽다. 롯데 측이 고속전철(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사업을 시작한 지 8년이 지났다. 하지만 그때마다 손익계산서에 따라 주판알을 튕겼다. 이런 압박이 없었으면 고개를 숙일 리 없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지난 4월 울산시의회가 공사재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음에도 지난 9월 설계 변경 조건부 공사재개 방침을 울산시에 전달하지 않았나. 지방의회쯤은 눈에 차지도 않았던 것이다,
서범수 의원이 지난 19일 롯데 측 관계자를 불러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공사재개를 요구하자 "울산시와 협의해 필요한 경미한 설계 변경을 추진하면서 인허가 추진을 병행해 2024년 초까지 실시계획을 접수하고 구조 심의 등 절차를 거쳐 사전 준비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내용을 뜯어보면 군데군데 복병이 있다. 울산시와 `협의해` 필요한 경미한 설계 변경을 추진하겠단다. 어떻게든 이전 설계에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이러니 복합문화시설을 없애는 대신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는 엉뚱한 발상을 또 내놓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2021년 7월 복합환승센터 기공식을 가졌지만 착공 2년째인 현재까지 공정률은 5%에 불과하다.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롯데는 지난 2009년 울산 강동권 개발사업에도 참여했다. 하지만 채 몇 달도 지나지 않아 공정 37%에서 사업을 중단했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에다 강동권 개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현 신동빈 회장이 강동권 개발사업을 후 순위로 미뤘다는 이야기가 일부에서 흘러 나왔다. 강동보다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게 롯데에 더 유익하다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KTX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도 이와 비슷하다. 롯데쇼핑이 지난 2015년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뒤 2017년 사업시행자까지 지정 고시했다. 누구든 롯데가 오늘내일 본격적으로 건설공사를 시작할 것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롯데 측은 이후 사업비와 수익성 확보 문제 등을 이유로 지난 2020년, 2021년 두 차례 지정 내용을 변경했다. 자신들 입맛대로 사업계획을 주물럭거린 셈이다. 그런데 지난 9월 또 공사재개에 앞서 입맛에 맞도록 설계를 변경하겠다고 나섰다. 이런 기업이 2024넌 초까지 사업 준비를 마무리하겠다고 한다. 이를 믿을 울산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