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장동익 전 회장의 ‘정치권 금품로비’ 파문으로 인해 검찰이 한의협과 치협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가운데 지난 해 건강보험 수가협상 과정에서 장 전 회장과 약사회장 간에 검은 뒷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사협회 회원인 구모씨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대검찰청을 상대로 ‘장동익 전 의사협회장의 약사회 비자금 금품수수 의혹 조사 촉구’진정서를 제출했다.
3일 진정서에 따르면, 지난 해 11월 이뤄진 ‘건강보험 수가 계약’에서 장동익 전 회장이 약사회의 비자금 로비를 받고 당초 의협이 바랐던 ‘유형별 계약’ 방식이 아닌 ‘단체 계약’을 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진정서에서 구씨는 “실제로 의사들이 병원 운영상 사정이 어려워 파산하거나 자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는 병의원의 건강보험진료 수익이 원가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라며 “의과계와 약사회를 분리하는 ‘유형별 협상’이 의협의 요구였지만 결과는 정반대가 나왔다”고 밝혔다.
즉, 의료기관의 약국의 원가 보전 차이에 따라 보험수가 인상요인이 있는 ‘의과계’와 인하요인이 있는 ‘약사회’를 분리해 수가 계약을 하는 ‘유형별 계약’을 의협과 시민단체 등은 주장해 왔지만, 장동익 회장이 독단으로 유형별 계약을 포기하고 ‘단체 계약’으로 입장을 선회, 단체 2.3% 인상안에 합의해버렸다는 것.
실제로 단체계약 합의 하루 전인 지난 해 11월 2일 의협 상임이사회는 ▲의료수가 현실화 ▲실질적 계약범위 확대 ▲건강보험법 시행령 24조 개정 ▲의과, 치과, 한방, 약국으로 유형 분리를 조건이 충족될 경우 ‘유형별 수가계약’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결국 협상안은 단체 계약 인상률 2.3%로 결정됐고, 병협과 한의협 등은 “수가 인상률이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의 수준”이라며 불만족스러운 인상률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시민단체 등 가입자단체도 유형별 수가계약 합의를 파기한 의약단체와 직무유기로 복지부 장관을 고발하기까지 했다.
결과적으로 단체계약으로 인해 실질적인 혜택을 본 것은 약사회 뿐이라는 것이 당시 의약단체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유형별 계약이 이뤄졌을 경우, 약사회는 단체 협상안인 건강보험 수가 2.3%보다 더 떨어졌거나 마이너스가 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의약계 안팎에서 제기됐었기 때문.
문제는 건강보험 수가 협상과정에서 장동익 회장이 왜 의협 상임이사들도 동의한 유형별 계약에서 단체 계약으로 입장을 돌연 선회했는 가다.
이에 대해 구씨는 “장동익 전 회장과 원희목 약사회장 간의 유착관계가 확실하게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동익 전 회장은 지난 해 11월 원희목 약사회장이 재선을 위한 선거출정식에 참석해 그의 선거를 지원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형님 동생하는 사이라는 의미에서 의사들이 자신을 ‘원희목의 따까리’라고 말하기도 한다는 발언을 해 의료계를 놀라게 했던 것이 사실.
그런데 2006년 의정회비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장동익 전 회장이 원희목 회장의 재선 선거자금으로 비밀리에 지원한 것이 사실로 밝혀져 이러한 유착관계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구씨의 주장.
실제 20006년 11월 의정회 회비 결산서에 따르면 ‘약사회 후원’이라는 명목으로 200만원이 사업추진 지출비로 명시돼 있다. 11월은 약사회의 선거가 있었던 기간으로 장 회장이 원희목 회장 재선을 금전적으로 지원한 것이 사실로 밝혀진 셈.
이에 구씨는 “장동익 전 회장이 당시 원희목 회장에게 의정회비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약사회 비장금인 약정회비를 상당액 제공받아 국민과 의료인을 배신하고 유형별 계약에서 단체 계약으로 갑자기 독단으로 바꾸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구씨는 이에 대해 “개인의 영리를 위해 수가 협상을 졸속으로 처리해, 저수가에 따른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려 결국 국민 건강권에 침해를 일으킨 것으로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장동익 전 회장의 계좌와 영림내과 계좌뿐 아니라, 부인 신모씨의 계좌도 수사해야 비자금 의혹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약사회 측은 구자일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답변할 가치도 없다”는 말로 원희목 회장에 대한 장 회장의 200만원 금품 수수 의혹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상식선에서 생각해 봐도, 수가계약을 전제로 약사회장과 의사회장이 돈을 주고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의혹 아닌 것이 어디있겠냐”고 논평의 가치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