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방멸치 한 마리의 가격
생선은 때깔이 중요하다. 지난달 물고기를 주제로 강연할 때 은갈치와 먹갈치 중에서 어떤 게 더 맛있는가를 묻는 청중이 있었다. 질문자는 은갈치와 먹갈치를 다른 종으로 알고 있었다. 어업 방식의 차이로 색깔이 다를 뿐 종이 다르지는 않다. 은갈치는 낚싯바늘을 이용하는 채낚기나 주낙 등으로 잡아서 상처가 없어 깔끔하다. 반면 먹갈치는 자망이나 안강망으로 어획하는데 그물에 쓸려서 비늘이 벗겨지고, 다른 물고기의 가시에 긁힌 상처로 거무튀튀하게 변한다. 세네갈이나 필리핀 등지에서 수입되는 남방갈치도 먹갈치로 불리며 거래되기도 한다.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은색 비늘이 반짝반짝 빛이 나느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 겉모양이 보기 좋은 은갈치가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과거 우리나라 최대 어획량을 자랑하며 흔하디흔했던 명태조차도 그물로 어획한 것보다 주낙으로 잡은 것을 높게 쳤다.
때깔 좋은 죽방멸치는 놀랄 만치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예전 죽방멸치는 깨끗한 외형과 신선함이라는 두 가지 장점이 있어 고가에 판매됐다. 요즘은 기선권현망, 양조망 등 대부분의 멸치잡이 어선이 바다 위에서 곧장 삶아서 육지로 이동하므로 신선도 차이는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죽방멸치는 비싸게 거래된다. 같은 종류의 멸치임에도 가격 차가 확연히 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잡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죽방렴(竹防簾)일지라도 대나무발을 이용하느냐, 그물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차이 난다. 남해군 지족해협에 설치된 죽방렴은 물고기가 갇히는 발통 내부 재질이 대나무발로 돼 있어 멸치의 손상을 최소화한다. 반면 사천만 일대에 있는 죽방렴은 대나무발을 사용하면 강한 물살에 무너질 우려가 있어 그물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다. 그물은 어체에 흠집을 내어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다음으로 삶는 방식과 손질 방식도 중요하다. 멸치잡이 어선은 바닷물을 퍼 올려서 소금을 첨가해 멸치를 삶는다. 반면 죽방멸치는 민물에 간수를 뺀 소금을 녹여서 사용한다. 죽방멸치 중에서도 가장 상품성이 높은 건 현지 어민들이 빤데기(길이 8∼9cm)라 부르는 중멸이다. 주로 안주용으로 소비된다. 암컷 멸치만을 선별하여 가지런히 줄을 맞춰서 포장한다. kg당 20만∼30만 원 선에서 판매되는데 백화점에서 90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1kg 한 상자에 800마리 내외가 들어간다. 환산하면 마리당 수백 원에 달한다.
문화재적 가치도 중요하다. 죽방렴은 말 그대로 대나무로 만든 발을 세워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 원시어업이다. 1469년에 작성된 ‘경상도속찬지리지’ 남해현조에 죽방렴에 관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연원이 깊다. 죽방렴을 만들기 위해서는 10m 길이의 참나무 말목 200∼300개를 물속 갯벌에 박아야 한다. 말목 하나를 세우기 위해서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야 하는 고된 작업이다. 그래서 한 번 자리 잡은 죽방렴은 옮기지 않는다. 554년 전 기록에 보이는 죽방렴이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다. 남해군 지족해협의 죽방렴은 국가무형문화재, 명승,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죽방멸치는 깔끔한 외형, 삶는 방식의 차별성, 한 마리 한 마리 조심스레 다루는 정성, 문화재적 가치와 희소성이 모여서 가치를 높인다. 비싸다고 맛있는 건 아니지만 보기 좋은 멸치는 비싸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