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주식회사-헌터편-
작성자 다섯개의 잎사귀
1.만남
백호산으로 향하고 있는 한 대의 흰색SUV. 옆문에는 ‘(주)소환’이라는 회사명과 함께 마크가 그려져 있다.
-도저히 이해가 안돼. 왜 나 같은 상급 미녀 소환술사가 너처럼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하고 같이 사냥을 하러 다녀야 하는거냐구!
‘엘리스’는 예쁘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갈색 생머리에 뚜렷한 이목구비, 몸매 또한 34-24-35. 실제로 미의 여신이 있다면 엘리스보고 맞짱뜨자고 할 정도...거기다 실력 또한 전세계 상위 100위 안에 드는 상급 소한술사이다.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그것도 여자가 상급 소환술사이라니...대단한 여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그녀가 오늘 아침부터 불만이 많다. 그날(?)인가?
-죄, 죄송해요...
운전석 옆에 앉아있는 15세가량의 한 소년. 마른 체구에 키도 작아 한눈에 보아도 약해보였다. 회사에서 입혀준 갑옷도 가장 작은 사이즈이지만 몸에 비해 너무 커서 파묻혀 있을 정도다.
-에효~너만 아니었으면 이번주는 안드레아님과 같이 사냥을 하는건데...아! 나의 안드레아님!!! 단정하게 빗어 넘긴 검은머리에 짙은 눈썹, 빨려들어 갈 것만 같은 눈빛...거기다 사냥도 얼마나 잘 하시는지...아! 안드레아님...
안드레아와 함께 사냥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엘리스의 눈빛은 더없이 반짝반짝 빛났다.
-그런데...그런데...애송이 네 녀석이 들어오는 바람에 한달을 더 기다려야 하잖아!!!
엘리스의 인상이 갑자기 무섭게 변하더니 핸들을 주먹으로 쿵쿵치며 소년을 잡아먹을 듯 소리를 쳤다. 안드레아는 알까? 이런 엘리스의 모습을...
-죄, 죄송해요...
소년은 순간 움찔하더니 자기 잘못인 마냥 얼굴을 갑옷 속에 파묻더니 죄송하다는 말만 번복했다.
-에효~ 됐다. 됐어. 너한테 뭐라고 해봤자 달라질게 있겠냐? 어차피 물건너 갔는데...그래도 덕분에 요번주 소환수 목표량이 많이 줄었으니까 편하게 사냥할 수 있지 뭐. 그런데 사장님이 어떻게 민증도 없는 어린애를 사냥꾼으로 받아들였지? 가뜩이나 요즘 일자리가 없어서 취업도하기 어려운 마당에 그것도 특채로 말이야. 너 혹시 회사에 빽있는거 아냐? 친척이 간부거나 아님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그, 그런거 아니에요.
소년은 갑옷속에서 얼굴을 빼꼼히 내밀더니 머리를 가로저었다.
-그럼 어떻게 들어온거야?
엘리스는 다그치듯 물었다.
-저도 잘...
소년의 얼굴은 다시 갑옷속으로 슬며시 들어갔다.
-그래. 니가 특채로 들어왔건 빽이있건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나만 잘 되면 되지. 아니, 우리 안드레아님이랑. 아! 안드레아님...
엘리스는 또 안드레아를 생각하는지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2.백호시티
백호산은 북서쪽에서 서쪽을 거쳐 남서쪽으로 타원형으로 이르고 있는 백호산맥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산새가 깊고 험하고 인적이 드물며 상, 중, 하급 소환수들이 고루 분포되어있다. 이곳에 진입하기 전에는 백호시티를 지나쳐야하는데 이곳은 다섯개의 대도시중 하나로 다른곳에서 구할 수 없는 신비한 약초나 지하 광물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마법사들과 연금술사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엘리스는 차를 주차시켜놓고 소년을 데리고 허름한 약재상으로 갔다.
‘다이써 약재상’
-계세요? 할아버지!
엘리스는 문을 열고 들어가 주인을 불렀다. 약재상 안으로 들어서자 여러 약초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철권은 코를 킁킁거리며 이것저것 약초 냄새를 맡았다.
-뉘슈?
진열대 안에 따로 마련되어있는 방에서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비쩍마른 할아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할아버지! 저에요 엘리스~
-오~ 엘리스!
엘리스는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애교를 떨었다.
-할아버지 잘 있었어? 나 할아버지 보고싶어 죽는 줄 알았어잉. 할아버지는 나 안보고 싶었쪄?
-흘흘흘~ 나도 우리 엘리스 많이 보고 싶었지.
-아잉~ 할아버지~잉
그 모습을 본 소년은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도대체 이 두사람의 사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가게주인과 단골? 아냐, 그러면 할아버지와 손녀사이? 아니면...서, 설마...원...ㅈ...ㅗ?
소년의 머리로는 도저히 답이 나오질 않았다.
엘리스는 몇십분간 주인 할아버지와 꺄르륵 거리며 애교를 떨더니 약초 몇가지를 구입한 후 나왔다.
-에효~ 힘들다. 몇 달만에 하려니 적응이 안되는군.
엘리스는 얼굴의 땀을 손수건으로 찍어내었다.
-뭐 하나 여쭤봐도 되요?
소년이 엘리스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뭘?
-조금전에 약재상 할아버지 하고 선배님하고 무슨 관계에요?
그리고는 혼나지 않을까 싶어서 목을 다시 움츠렸다.
-흐음...그게 그렇게 궁금했냐?
-...네.
소년은 얼굴을 슬며시 들어 엘리스의 표정을 살폈다. 엘리스는 볼에 공기를 넣어 오른쪽 왼쪽 번갈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가게 주인과 손님 관계야.
엘리스는 딱 잘라서 말했다.
-예? 겨우 그거에요?
뭔가 심상치 않은 관계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소년은 허탈해했다.
-왜? 이상하게 보였니?
-예...
소년의 목은 다시 움츠러들었다.
-하긴. 그렇게 보이기도 했겠다.
엘리스도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어. 저기 약재상에서 파는 약초가 제일 좋거든 그런데 약초값이 비싸고 주인 할아버지가 인색해서 대량으로 물건을 사도 좀처럼 깎아주지를 않는단 말이야. 그래서 다른사람들은 여기서 구입하는걸 포기하고 약효는 좀 떨어져도 다른 가게에서 파는 싼 약초를 구입했지. 하지만 난 포기 하지 않고 항상 약초를 살 때마다 저곳에 갔었어. 그리고 내 미모와 애교로 할아버지를 살살 꼬드겼지. 처음엔 안 통했지만 열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도 있잖아. 결국엔 저 할아버지도 넘어오더군. 애나 어른이나 남자들이란... 오호호호호호호호호호~
엘리스는 자랑스러운 듯이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야기를 들은 소년은 엘리스가 보통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 이제 약초도 구입했으니 슬슬 사냥하러 가볼까?
엘리스는 소년의 어께에 팔을 걸치며 미소를 지었다.
-네.
-오늘 목표는 10마리다. 자신있냐?
-네...
소년은 목을 움츠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내새끼가 목소리가 그게뭐냐? 꼬치 떼다가 케로베로스한테나 갖다줘 버려라.
엘리스는 소년의 목소리를 듣고 야단을 쳤다.
-죄, 죄송합니다.
소년은 두손으로 사타구니를 가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또 죄송이냐? 다음부터는 내앞에서 그런말 쓰지마. 알았지?
-네.
-또 고개 숙이지도 말고 움츠리지도 마. 알았지?
-네.
-그리고 목소리 크게해. 알았냐?
엘리스는 소년의 귀를 잡고 빽 소리를 질렀다.
-네!
화들짝 놀란 소년은 큰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래. 앞으로 그 목소리로 대답해.
엘리스는 멍해있는 소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3.백호산
백호산은 그린벨트로 지정되어있어 입산은 가능하지만 개발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환경파괴를 막기위해 차량이 통재되어서 산을 오를 땐 걸어서 오를 수밖에 없다. 잘 닦인 길은 더욱 기대 할 수 없다.
-자! 이제 사냥을 하러 가볼까?
엘리스의 목소리는 언제나 활기차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성격 또한 시원시원해서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력 또한 우수해서 억대연봉을 받는 사람 중 하나이다.
-네...
소년의 목소리는 작다. 힘이 없어 보인다. 성격 또한 내성적이라 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 그의 모습으로 보아선 집안도 부유하지 못한 듯하다. 성인이 아닌 어린 나이로 사냥꾼으로 취직을 하러 온 것을 보니 생계를 위해 돈을 벌러온 것이 틀림없다.
지금의 소년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욱 힘이 없어 보인다. 아니 힘이 없어 보인다기 보다는 힘겨워 보인다. 지금 소년이 처해있는 모습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자기 몸보다 커서 흘러내리는 무거운 갑옷에 짐까지 소년이 전부 짊어지고 있다. 이러니 소년의 목소리가 힘겹게 들리지 않을 리 없다.
그렇다면 지금 엘리스의 모습은? 이번에 새로 출시된 신소재 섬유로 만든 남색의 여성 정장형 방어 슈트를 입고 손에 작은 핸드백 하나 쥐어져 있을 뿐 작은 배낭 하나 맨 것이 없다. 이유인 즉 연약한 여자가, 그것도 선배이자 미인인 자기가 무거운 짐을 들어야겠냐는 것이다. 여자란 이유로 선배란 이유로 모든 짐을 소년에게 맡겨 버린다. 소년이 불쌍하다.
엘리스와 소년은 산속을 헤매고 있다. 산길을 따라가서는 결코 좋은 소환수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이 엘리스의 이론이다. 하지만 지금 그들은 작은개만한 쥐 세마리 잡았을 뿐 더 이상의 성과도 없이 반나절을 헤매고 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그들이 있는 곳이 어딘지 조차 알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엘리스는 마냥 태평이다. 아니나 다를까 강한 소환수는 밤에 잘 나타난다고 더 좋아한다. 그리고 자기 핸드폰은 GPS기능이 들어있고 더군다나 회사와의 위성통신을 이용한 위치추적서비스가 되어있어서 길 잃고 헤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잠깐! 방금 들었어? 금방 소환수가 우는소리?
엘리스의 눈이 커지더니 뒤따라오던 소년을 멈춰세우며 말했다.
-예? 무슨...
소년은 목을 움츠리더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사실 소년은 날도 저물었고 하니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엘리스가 무슨말을 했는지도 듣지 못했다.
엘리스는 그런 소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죄, 죄송해요...
-됐다, 됐어. 차라리 혼자 오는게 낫지. 방해라도 안되서 다행이다. 가자. 이 근처에 큰놈이 하나 있는것 같다. 울음소릴 들어보니 못해도 워베어 정도는 되어보이는데 그놈만 잡고 돌아가자.
-예...
엘리스와 소년은 울음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야, 이거 울음소리가 장난이 아니야. 아주 큰놈 같아. 이번에 기여도 좀 올리겠는데? 빨리 가자! 돈이다. 돈!
엘리스의 걸음이 점점 빨라져가고 그녀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등급이 높은 소환수를 잡으면 그만큼 기여도도 오르고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에 기본금과 함께 성과금을 받을 수 있다. 엘리스의 경우 상급 이상의 소환수를 잡아야 성과금을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초보를 데리고 있어서 어느정도 등급이 높은 소환수를 잡아도 작은 액수이지만 성과금이 지급이 된다.
엘리스는 수풀을 헤치며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돈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소년은 그런 그녀의 뒤를 따라 헐레벌떡 뛰어갔다.
-냄새가 난다. 돈냄새가. 바로 앞이다. 10M, 9M, 8M...3M, 2M, 1M게 섯거라! 나의 성과금아!
엘리스가 수풀을 헤치고 나가자 두 마리의 거대한 오우거가 나타났다. 신장이 족히 3M가 되어 보이는 다 자란 오우거였다. 그중 한 마리는 풍만한 젖가슴을 가지고 있는 암컷 오우거였다.
-와우! 두 마리씩이나! 한마리가 암컷인걸 보니 부부오우거야? 그럼 소환할 때도 한번에 두 마리의 오우거를 소환할 수 있잖아. 그리고 성과금도 두배? 이거 다다익선이잖아!
-일석이조 아니에요?
어느새 뒤따라온 소년이 엘리스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뭣? 뭐라구? 이, 일석이조? 그거나 그거나...
소년의 갑작스런 말에 엘리스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둘은 다른 뜻인데요. 일석이조는 한번에 두가지를 얻는다는 뜻이고 다다익선은...
그러자 엘리스는 소년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게 어디 선배를 가르치려 들어? 나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 그리고 선배가 저기 오우거보고 저건 워베어다 하면 워베어고, 드라곤이다 라고 하면 드라곤이야. 알았어?
-예...
엘리스의 말도 안되는 우격다짐에 소년은 다시 움츠러들었다.
-자! 그럼 이제부터 돈 벌어볼까?
엘리스는 핸드백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오우거에겐 스톤 골램 정도는 되어야 상대가 되겠지? 이봐! 내가 소환 할 동안 넌 오우거가 방해하지 못하도록 디펜스 해줘야지.
-예? 예.
소년은 허겁지겁 오우거의 앞에 섰다.
-야! 짐은 벗어놓고 있어야 할 것 아니냐!
엘리스는 그런 소년을 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저렇게 덤벙거려서야 헌터가 될 수 있을까? 소환수하고 싸우다 죽지만 않으면 다행이겠다.
-아!
소년은 그때서야 한켠에 짐을 벗어놓고 오우거 앞에 서서 ‘톤파’라는 무기를 꺼내어 양 팔뚝아래에 장착했다. ‘톤파’는 사람의 팔뚝만한 크기로 ㄴ과 비슷하게 생긴 타격계 무기이다.
엘리스는 무선 통신으로 들어가 소환항목을 선택했다. 그리고 인증 후 소환수 열세자리 번호를 입력했다. 상급소환술사인 엘리스는 왠만한 소환수의 번호는 다 꽤고 있었다.
-삐빅! <선택하신 스톤 골램 소환수는 지금 다른 회사원 소환술사께서 사용중입니다.>-
-뭐야? 감히 어떤 놈이 이 엘리스님께서 소환하려는 소환수를 소환한거얏!
엘리스는 신경질을 부리며 발을 쿵쿵 굴렀다.
-아이고, 선배님! 빨리 좀...으아아!
엘리스가 소환을 할 동안 디펜스를 맡게 된 소년은 오우거의 공격을 피해다니며 엘리스에게 사정을 했다.
-알았어. 잠시만 기다려봐. 스톨 골램이 안되면 이놈이라도 불러야겠다. 성질이 사나워서 왠만하면 소환안하려고 했는데
엘리스는 다시 소환수 번호를 입력했다. 그러자 핸드폰 액정화면에 전송률 퍼센트가 올라가면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자자! 기대하시라. 나와랏! 미노타우로스!
-팟!-
그런데 갑자기 엘리스의 휴대폰이 꺼져버렸다.
-어? 이게 뭐야? 꺼졌잖아. 배터리가 다 됐나? 왜 이러지?
엘리스는 휴대폰을 살펴보았다. Summon-X1(휴대폰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소환전용 통신기기로 통신회사를 거쳐서가 아닌 위성통신을 통해 소환중앙본부로 바로 소환을 하게 한다.)도 충전단자에 제대로 꽂혀있다.
-아! 맞다! 충전 안 시켰다!
엘리스는 어젯밤 Summon-X1을 충전시켜놓지 않고 그냥 잔 것이 생각났다. 그녀는 급히 핸드백을 뒤졌다. 혹시 여분의 휴대폰 배터리가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하지만 없다.
-으으...하필 이런때에...
일리스는 낙담했다.
-이봐! 큰일났어!
-예, 예? 뭐라구요?
소년은 오우거의 공격을 피하면서 엘리스의 말에 답했다.
-그만 하고 도망치자.
-그, 그게 무슨말이에요?
-지금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소환을 못해! 그러니까 도망치자고!
-예? 그럼 진작에 말씀해 주셨어야죠!
하지만 엘리스의 귀에는 소년의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이미 저 멀리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런...같이가요!
소년도 엘리스가 뛰어간 방향으로 달아났다. 소년 때문에 약이 오른 오우거도 그들을 잡기위해 쫓아갔다.
-우와악! 선배님 같이 가요!
-같이 가고 싶으면 빨리 뛰어와!
-몸이 무거워서 빨리 안 뛰어져요!
-으이그 이 한심한 것...갑옷을 벗고 뛰어야 할 것아냐!
-아! 맞다!
소년은 엘리스의 말을 듣고 몸에 걸친 갑옷 중 벗을 수 있는것은 벗었다.
-우왁!
그러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오우거는 울부짖으며 소년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서, 선배님!
-으이그, 하여튼 도움이 안 된다니까...
엘리스는 투덜거리며 소년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핸드백에서 뭔가를 꺼내었다.
-탕! 타탕! 탕!-
네발의 총소리. 엘리스가 꺼낸 것은 바로 권총이었다. 총소리에 놀란 오우거는 잠시 주춤거렸지만 다시 울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다가왔다. 엘리스는 오우거에게 총을 겨누었다.
-더이상 다가오지마. 좀 전은 위협이었지만 이번엔 정말로 쏠거야. 이봐, 뭐해? 빨리 일어나.
소년은 갑옷을 벗어던지며 일어나 엘리스에게로 갔다. 그런 소년을 본 오우거의 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오지말라니까!
엘리스는 오우거에게 발사했다.
-탕! 탕! 타탕!...
10여발 정도가 발사되었지만 오우거의 몸에 작은 상처만 입혔고 오우거는 더욱 사납게 쫓아왔다.
-으아악!
몸이 가벼워진 소년은 저만치 뛰어갔고 이번엔 엘리스가 뒤쳐졌다.
-이녀석! 기껏 구해줬더니 먼저 뛰어가? 야! 거기안...으앗!
이번엔 엘리스가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뒤따라오던 오우거는 빠른속도로 엘리스에게 다가와 솥뚜껑만한 주먹을 넘어진 엘리스를 향해 내려쳤다.
-꺄아아악!
-딱!-
오우거의 주먹이 엘리스를 내리치려는 찰나 주먹만한 돌이 날아와 오우거의 이마를 맞추었다. 그 덕분에 주먹은 엘리스를 빗겨나 지면에 박혔다.
-선배님 빨리요!
소년의 목소리를 들은 엘리스는 정신을 차리고 소년이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 돌에 맞은 오우거가 다시 정신을 차려 도망치려는 엘리스에게 주먹을 휘둘렀을 때 또다시 돌이 날아와 오우거를 방해했다. 덕분에 엘리스는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다. 하지만 오우거에게 쫒기는 신세는 여전했다.
어둠속을 얼마나 달렸을까? 엘리스와 소년은 점점 지쳐갔고 오우거의 추격은 끝이 없었다.
-헉! 헉! 저놈에 오우거들 지치지도 않나? 헉! 헉! 제발...그만 좀...쫓아오지...나 이제...더 이상 못 뛰어. 헉! 헉!
숨이 턱까지 차오른 엘리스는 그만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헉! 헉! 선배님, 뛰어요. 헉! 헉! 안뛰면 잡혀요.
소년은 바닥에 주저앉은 엘리스의 손을 잡아끌었다. 하지만 엘리스는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 맞다. 약재상에서 산 약초 어디있니?
뭔가 떠오른 엘리스는 눈을 반짝이며 소년에게 물었다.
-그것 배낭에 들어있는데...
-그래? 배낭은?
-그게...도망칠때...버리고 왔어요.
-뭐? 버려? 전부 얼마짜린데 다 버린단 말야?
엘리스는 소년의 말에 길길이 날뛰었다. 도저히 지쳐 쓰러져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다고 다시 돌아 갈 수 없는 노릇이고...에효...할 수 없다. 이걸 쓸 수 밖에...
낙담 한 엘리스는 손가방에서 손바닥 만한 약병을 꺼냈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 마셨다. 그리고 소년에게 건내줬다.
-마셔.
-이게, 뭐에요?
소년은 약병을 건내받아 마시며 물었다. 약간 달짝지근하면서 쌉싸름한게 맛이 좋았다.
-박하스야. 낮에 갔었던 약재상에서 특별히 주문 제작한 효과만점 체력 회복제라구.
-정말요?
약물이 소년의 목을 넘어가는 순간 위장이 싸해지면서 터질듯이 쿵쾅거리던 심장도 잠잠해지고 숨찬 가슴도 진정되었다.
-우와! 정말 체력이 회복된 것 같아요. 진짜...으아! 오우거가 쫓아와요! 빨리 도망쳐요!
소년은 뭔가 말하려다 오우거가 뛰어오는 것을 보고 도망쳤다.
-이녀석 또 날 두고 도망가냐?
엘리스도 소년의 뒤를 따라 도망쳤다.
-우어어어어어!
부부오우거도 괴성을 지르며 그들을 쫓아갔다.
4.백호절벽
-큰일이다! 하필 도망쳐 온데가 백호절벽이냐?
엘리스는 자신의 앞에 높이 솟아오른 절벽을 보더니 털썩 주저앉았다. 소년도 높은 절벽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백호절벽은 백호산 서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으며 높이 솟아오른 절벽이 달빛에 비치면 포효하는 호랑이의 그림자가 바닥에 생기기 때문에 백호 절벽이라 불린다.
이윽고 엘리스와 소년의 뒤를 따라온 오우거의 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떡하죠? 선배님?
소년은 걱정되는듯 엘리스에게 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목숨 걸고 싸우는 수밖에 없지.
엘리스는 자켓을 벗어던지자 허리뒤춤에 두 자루의 군용 단검이 보였다. 엘리스는 한자루의 단검을 뽑아 총부리에 고정시켰다. 그리고 다른 한자루는 왼손에 거꾸로 쥐었다.
-아까보니까 너도 몸이 제법 빠르던데, 2:2니까 한마리씩 맡자고. 알았지?
지금 소년이 보는 엘리스의 눈빛은 매우 차가워 보였다. 이제껏 엘리스가 보여줬던 행동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선배님...
-온다. 준비해.
엘리스는 소년을 돌아보지도 않고 오우거의 소리가 들리는 어둠 저편만 주시했다. 소년도 톤파를 들고 나름대로 자세를 취했다.
시간조차 알 수 없는 깊은 밤에 기온조차 떨어져 한기가 느껴졌다. 오우거의 그림자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옛말에 ‘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말이 있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말이다. ‘최선의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는 말도 있다. 그러니까 저 녀석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면 무조건 달려들어서 공격하는거다. 알았지?
-네!
소년은 이미 각오한 듯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엘리스는 소년의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미소를 지었다. 시선은 여전히 어둠 저편을 향해 있었지만...
이윽고 오우거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왔다! 가자!
-네!
엘리스가 먼저 오우거를 향해 달리고 뒤를 이어 소년이 달려갔다.
-하아앗!
엘리스는 뛰어올라 오우거의 얼굴을 향해 권총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소년도 다른 오우거의 얼굴을 향해 톤파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모두 빗나가고 허공만을 갈랐다. 엘리스가 권총을 내지르고 소년이
톤파를 휘두르기 전에 오우거의 몸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라? 이게뭐야?
-쓰러졌는데요?
엘리스와 소년은 쓰러진 두 오우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두 오우거는 동시에 바닥에 쓰러져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가쁜 숨만 내쉴 뿐이었다.
그렇다. 이 부부오우거는 엘리스와 소년을 잡기위해 밤새 산속을 뛰어다녔다. 그들도 골렘이나 로봇이 아닌 먹고 자고 싸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밤새 뛰어다니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다. 그리고 지금 이들은 체력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것도 엘리스와 소년을 눈앞에 두고...
-우리가...이긴건가? 공격도...안했는데?
-그, 그런것 같은데요.
엘리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허탈감을 느꼈다. 밤새 쫓겨다니다가 이제 겨우 싸워보려고 투지를 불태웠는데...그런데 이렇게 되버리다니...무기도 한번 제대로 휘둘러보지 못했는데...
어쨌든 엘리스와 소년은 밤샌 사투(?) 끝에 부부오우거를 잡았다.
5.그 이후
두 마리의 오우거를 동시에 잡은 그들은 세배의 성과금을 받게 되었고 그 후에도 엘리스와 소년의 활약은 더욱 빛을 발해 그달 가장 많은 성과금을 가져간 팀으로 소문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달이 지난 후 소년은 루키에서 마스터로 진급을 하게 되어 최연소 최단기간 진급의 기록을 갖게 된다. 하지만 한가지 슬픈일(?)은 이일을 계기로 엘리스는 신입헌터들의 인기를 얻어 루키전용 소환술사가 되어버려 그렇게 좋아하던 안드레아와는 같은팀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환수 프로필
이름 : 부부오우거 (궁극의 이름 : 철수&영희12-3514-7725)
분류 : 물질계 중급 소환수(A-class)
사는곳 : 백호산 중턱
소환가능 시간대 : 새벽6시~저녁6시
주의할 점 : 어린소년이나 젊은 여자를 보면 광폭해지니 유의
원래는 거울 단편기고에 올리려고 썼는데 벌써 끝났다고 해서 쉬엄쉬엄 쓰다 이제서야 올립니다. 다음에 소환주식회사라는 타이틀로 또다른 단편을 올리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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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 -ㅅ-;;; 요즘들어 단편들이 부쩍 어려워 졌다는...
사실 많은 여주인공이 있지만 개인적으론 저런 스타일이 가장 싫다는. (……) 그나저나 쇼타콘들이 보면 가만 안 있겠군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