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용인 0명, 충남에 5명뿐 … 의사 간호사도 정원 못채워 총액인건비제 시행에도 개선 없어 … 시·도, 인력 확충 요청
전국 지자체가 법에서 규정한 최소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않아 보건소의 공공의료서비스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보건소에는 약국이나 약품, 대마관리를 할 약사가 없다. 지역보건법의 전문인력 최소배치기준에 따르면 1개 구 당 2명씩 총 6명이 있어야 하는데 단 한 명도 없는 것이다. 지난해 약사가 퇴직해 채용 공고를 냈지만 응시하는 약사가 없자 아예 정원에서 빼버리고 다른 직렬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용인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의약분업 후 보건소에서 의약품 조제가 사라지자 이러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만 하더라도 수원 성남 안양 안산 고양 평택 등에 약사가 없다. 50만명 이상 대도시의 구에는 2명의 약사가 있어야 하는데도 안양 동안구, 안산 상록구, 고양 일산동구에는 한 명도 없다.
◆인력 없어 서비스 질 저하 초래 =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일수록 더 심각하다. 충남 16개 시·군에 배치된 약사라고 해야 모두 5명밖에 안된다. 최소배치기준에 따르면 17명이 있어야 하지만 행정자치부가 승인해 준 정원은 5명이 전부다. 천안 공주 보령 아산 등의 시에는 한 명도 없다. 대구시도 다르지 않다. 동구 서구 달서구에 1명씩 있고 중구 남구 북구 수성구 등에는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보건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말기 암 환자의 통증관리를 위해 마약 구입 예산을 보건소로 내려보냈지만 그대로 쓰인 경우가 거의 없다. 약사가 없어 차일 피 예산 집행을 미루다 대부분 다른 데로 전용한 것이다. 양명모 대구시의회 의원은 “약사가 없으면 전문성 결여를 초래해 질 좋은 보건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며 “약물 오남용이 늘어나고 있는 여건에서 약사의 영역을 의약품 조제로 한정하는 것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영양개선사업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영양사도 없는 곳이 적지 않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45개 보건소 중 영양사가 있는 곳은 23개로 겨우 절반에 불과하다. 그것도 식품위생직은 4명 밖에 안된다. 경북지역도 25개 보건소 중 영양사를 확보한 곳이 17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비정규직 영양사가 업무를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영양개선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필수 인력인 의사와 간호사도 모자라기는 마찬가지다. 최소배치기준을 못 맞춘 보건소가 허다하고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도 많다. 수원 권선구 보건소는 최소 14명의 간호사를 배치해야 하지만 11명 정원에 10명을 확보했다. 또 3명 정원인 의사도 1명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권선구 보건소는 방문보건사업을 직접 하지 못하고 아주대에 위탁했다. 김혜경 권선구 보건소장은 “일선 행정조직을 주민생활지원 체계로 개편하고 사회복지사도 대폭 늘렸지만 보건소 인력은 증가한 게 없다”며 “특히 보건소에 비정규직 인력이 많아지면 전문성이 떨어지고 사업 대상자와 관계 형성이 안돼 서비스가 나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선 시·군 인력 확충에 소극적 = 인력 충원에 숨통을 틔워줄 것을 기대했던 총액인건비제가 시행됐지만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행정자치부 통제를 벗어나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총액인건비제 실시에 따라 시·군별로 수십명에서 백여명까지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조직을 개편한 곳이나 계획하고 있는 자자체 중 보건 인력 충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곳은 없다. 지자체의 직제 및 정원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기만 하면 행정직 인력을 줄이지 않고 보건소 전문인력을 늘릴 수 있는데도 말이다. 수원시 총무과 관계자는 “조직 진단 결과, 보건 분야는 업무가 과중한 것으로 나오지 않았다”며 “보건 인력을 확충해 준다고 해도 전문인력보다는 4개 보건소를 지원해주는 부서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직개편을 마친 광명시도 보건 분야 인력을 늘리지 않았다. 일선 자치단체가 보건 인력 충원에 소극적으로 대응하자 광역자치단체가 나섰다. 경기도는 최근 일선 시·군에 공문을 보내 최소배치기준에 따라 보건 인력을 확충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전남도는 조직개편을 통해 부족한 전문 인력을 확보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보건 인력 충원이 다른 행정직, 기술직 인원 증감과 연동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총액인건비제 시행에 맞춰 법에서 정한 보건 전문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