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반의약품도 가격을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해야 한다. 일반의약품의 포장재와 이름만 바꿔 재출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분기별 시즌마다 회사들은 연례행사처럼 리브랜딩해 가격 올리기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출고가격이 최고 20%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잠실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L약사는 “고유명사인 약 이름을 바꿀 수 없으니 뒤에 새로운 추가성분 명목으로 이니셜 등을 붙여 재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약회사들의 오래된 관행처럼 가격 인상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한다.
L약사는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항의를 많이 했지만, 그 수법에 길들여진 탓인지 요즘은 오히려 무덤덤하다”고 말한다.
실제 동아제약은 ‘박카스F’를 ‘박카스D’로 브랜드명을 변경, 2005년 기준 출고가격 이 10%인상됐다. 타우린 함량을 1000mg에서 2000mg로 늘렸다는 게 가격 인상의 주된 이유다.
이 회사 관계자는 “타우린 성분이 간을 보호하고 혈압을 강하하며 콜레스테롤을 저하하는 등의 다양한 작용을 한다”고 말한다.
판피린 역시 새 이름으로 리브랜딩돼 출시했다. ‘판피린F’에서 ‘판피린Q’로 바뀌어 가격이 오른 셈. 이 제품은 기존의 판피린F에 구연산티페피틴 5mg을 추가해 기침 및 가래억제 작용을 강화했다고 회사 측은 말한다.
동화약품은 ‘판콜A’의 성분과 제품 디자인을 변경한 ‘판콜S’를 발매했다. 2006년 12월 기준으로 종전보다 20%가격이 인상된 가격으로 출시된 것이다. 회사 측은 포장재 변경과 내부적 요인 등을 가격 상승요인으로 꼽았다.
경기도에 사는 K모 씨는 “약국에서 판콜을 달라고 하면 판콜A를 주기도 하고 판콜S를 주기도 한다”며 “약사는 같은 성분이라 괜찮다고 하는데 왜 약 이름이 다른지 헷갈린다”고 말한다.
또 “가격을 올리려는 제약회사의 상술이 아닌가 의심돼 약 구매에 거부감마저 든다”고 말한다.
이에 제약업계 측은 “리브랜딩 되기 이전 제품의 재고 소진 때까지는 함께 시중에 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에 제약업계 관계자는 “리브랜딩은 가격 인상 수단으로만 생각해선 안된다”며 “기존 제품의 브랜드 파워는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소비층을 발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한다.
유한양행은 '콘택600'의 대를 이을 품목으로 '콘택 골드'를 내놓았다.
‘콘택 600’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4년 뇌졸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페닐프로판올아민(PPA) 성분이 함유된 감기약에 대한 판매 중단 조치를 내린 여파로 퇴장했었다.
이후 유한양행은 '스니코에스''코스넬' 등 신제품을 내놨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에 유한양행이 콘택600 브랜드를 리브랜딩한 것.
콘택600에서 PPA 성분을 제거한 ‘콘택 골드’를 내 놓은 것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콘택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올해엔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