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익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의 회장직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로비발언 파문이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장 회장은 자신의 발언이 전적으로 과장ㆍ허위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이익 단체의 국회 로비 실태가 일부 드러났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5일 의협과 국회 주변에 따르면 이번 파문은 장 회장의 돌출적인 성격과 정치권에 대한 집요한 `구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 장 회장의 캐릭터는 = 장 회장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는 `다변'이라는 것이다. 어떤 사안, 어떤 자리에서도 대화의 주도권을 놓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말실수'가 적잖게 빚어지고 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처해진 상황에 따라 발언이 다양한 색채를 띠다 보니 오해도 사는 편이다.
`반(反) 장 회장 세력 측'은 "장 회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그만큼 상황에 따라 언행의 진폭이 넓다는 것이다.
실례로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전공의협의회장 선거기간 특정 회장 후보와 요정에서 회식한 이른바 `오진암 사건'도 처음에는 부인으로 일관하다 정황 증거가 드러나자 후배의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해명, 신뢰성에 금이 갔다.
의료법 개정 과정에서도 말이 앞서다 실수하는 사례가 빚어졌다.
의료법 개정 반대 집회 계획을 사전 내부 논의 없이 불쑥 기자들에게 공개했다가 철회하는 등의 혼선이 적잖았다.
이번 사안도 이 같은 그의 성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은 대한개원의내과의사회 회장, 대한노인학회 이사장 등을 맡으면서 한의사들과 충돌을 빚는 등 강경파로서의 이미지를 굳혀 왔다.
하지만 회장 취임 이후에는 국외 출장시 회비 무단 사용 의혹, 소아청소년과 개칭을 둘러싼 갈지자 행보 등으로 늘상 탄핵 위험을 안아 왔다.
◇ 로비 핵심 `의정회' = 한국의정회는 의사협회 산하조직이다. 의정회는 1970년 의료 정책 관련 로비를 위해 `대한의정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으며 1999년 의약분업을 거치면서 로비력 강화 등을 위해 한국의정회로 이름을 바꾸고 조직도 정비했다.
의정회가 협회 산하단체로 돼 있지만 협회 정관상 설립근거가 없는 임의단체로, 회원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4만-6만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성격의 의정회는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등 의료단체들에는 거의 다 있고 음성적으로 운영된다.
의정회 예산은 연간 1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로비를 해야할 만한 중대 사안이 발생하면 예산이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 회장은 "의정회비에서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월 600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의정회는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초청, 간담회를 열었으며 각 당 대선후보 토론회를 개최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의정회 활동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으로 공금유용 논란이 계속 제기됐고, 특정인의 `비자금 루트'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의정회는 총회를 열어도 자금 집행 내역 등은 일절 공개하지 않는다. 로비 명목의 자금사용인 만큼 외부에 드러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의협의 일부 회원은 "장 회장이 의정회 회장직 겸임 당시 공금을 횡령했다"면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의정회 회장이 박희두 부산시 의사회장으로 교체됐으며, 의협내에 있던 사무국도 부산으로 내려갔다.
◇ 국회 로비 제대로 먹혔나 =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일부 개정안에 대해 장 회장은 로비를 통해 법안 내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이 법안은 처방전 내용에 관한 약사의 문의를 성실하게 응하지 않은 의사를 처벌토록 하자는 것으로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의협은 이 법안에 반대해 로비를 편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은 이와 관련, 장 회장을 출석시킨 상임위에서 "당신 (로비가) 통하지 않았잖아"라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법 심의 과정에서 1년 이하의 징역형 등 형사처벌 조항은 삭제됐다. 이는 약사법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로비의 결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의료계 주변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