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한의사 등 전국 의료인들이 21일 오후 의료법 개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과청 정부청사 앞에서 강행키로 한 가운데 서울 곳곳의 동네 병의원들이 집단 휴업에 나서며 환자들이 헛걸음을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휴업을 우려한 환자들이 동네 병원 대신 직접 3차 의료기관을 찾아가면서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들은 평소보다 환자가 급증, 만원사례를 이뤘다.
감기에 걸린 세살배기 아들은 안고 고대안암병원을 찾은 이모(31)씨는 "아이 감기가 며칠이 지나도 떨어지지 않아 가까운 동네병원을 찾아갔는데 문이 잠겨 있어 여기까지 왔다"며 "대학병원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 시간 낭비를 하는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모(48)씨는 "동네병원에 가려다 파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위염 치료를 받기 위해 전철을 타고 40분이나 걸려 여기까지 왔다"며 "의사들이 환자를 볼모로 정부와 협상을 하려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꼬집었다.
최대 5만명에 이르는 의료인들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과천 정부청사 앞 시위가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어 대부분 동네의원이 오전까지는 정상 진료를 했지만 병원 안팎에 휴진 안내문이 내걸리는 등 분위기는 매우 뒤숭숭했다.
오전까지 정상 진료를 하는 마포구 공덕동 J내과 출입문에는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리는 의료법 개악 저지 범의료계 총궐기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휴진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어 오후 휴진을 예고했다.
동작구 상도동 J병원 환자 최모(49)씨는 "아픈 국민을 위해 의사는 꼭 필요할 텐데 아무리 잠깐이라지만 의사가 진료를 안 하면 어떡하냐"며 "의사들이 국민을 위해 집회를 한다고 하던데 솔직히 납득이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의사들은 의료법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이 환자들을 위한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며 집회 참여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소아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의사는 "환자 개개인에게 휴업 사실을 알리진 않았지만 국민들이 신문과 방송을 통해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오늘 집회는 국민을 위한 것이며 우리나라는 이미 좋은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어 응급환자가 치료받지 못하는 문제는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