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의 드라마 더 글로리가 공개된다고 했을 때
여기저기 이 드라마의 기본 내용에 관한 정보가 넘쳐났었다
굳이 여기서 내용에 관한 정보를 써 봐야 전문적인 정보에 밀릴 테니
난 그저 드라마를 본 작은 소회나 적어봐야겠다
송혜교 같은 이쁜 얼굴로 복수를 하다니
금방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공개되고
학창 시절의 정말이지 끔찍한 학교폭력 장면이 나올 때는
내가 이 드라마를 꼭 봐야 할까 하는 회의감 마저 들었다
이상하게도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는 나에겐 이제 흥미제로 상태다
죽음 직전까지 갔던 주인공이 다시 살기로 작정한 데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자신을 죽음직전까지 몰고 갔던 자들에 대한 복수심
그리고 조용히 준비하는 주인공
아니다 처절하게 이를 악물고 준비했다고 보는 게 맞을게다
그 지난한 과정을 가볍게 보여줬지만
가볍지 않았음을 우린 다 볼 수 있다
그게 김은숙표 드라마다
주인공 송혜교는 항상 서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리고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들을 만든다
혼자서는 그렇게 큰 바위와 싸우기는 버겁다
가질 것 다 가졌다고 생각한 완벽한 순간에 나타난 학창 시절의 피해자
자신이 저지른 끔찍한 과거가
자꾸만 완벽한 삶에 걸리적거리기 시작한다
지질하게 죽은 듯이 살아갈 줄 알았던 그 아이가 내 앞에 우뚝 서서
완벽한 나의 삶을 방해하려 한다
시청자들이 복수욕에 불타오를 즈음
가해자들이 두려움에 떨기 시작할 즈음
드라마는 잠깐! 을 외치며 우릴 바싹 달아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시원한 사이다는 3월에 줄 예정이라며 더 안달하게 만들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