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어쨌거나 하늘은 높고 구름은 더욱 예쁘다. 서른 넘어서였나.
내가 이처럼 예쁜 구름을 보며 엄마에게 말했었다.
"엄마, 좋아하는 노래 불러봐.
엄마 노래 부르는 거 들은지 너무 오래돼서 다 잊었어."
"내가 노래 부를 틈이 어딨어."
"그래도 불러봐."
"다 잊었을 텐데....“
엄마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먼 곳을 응시했다.
잠시 후 엄마가 부르시던 노래는 <이별의 노래>였다.
박목월의 시에 붙인 서글프기 짝이 없는 노래.
가슴 아프다 못해 미어지는 가사. 그러면서 한 없이 정겨운 가사.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나와 비슷한 허스키보이스.
엄마는 어쩌면 가수를 했어도 될 목소리였다.
굳이 잘 부르려 하지 않아도 잘 부르는 노래.
엄마의 몸 속 깊은 곳에서 울려나왔다.
엄마의 한도 그리움도 묻어나온 놀빛 목소리.
"엄마 목소리 참 좋다."
외롭고 허전한 날,
봄날 저녁바람에 실려 들려오는 듯 애달프고 애처롭다.
보통 때 바쁜 엄마의 분위기와는 또 달랐다.
엄마의 몸에서 유산된 5개월 된 태아를 15년간 알콜병에 담아둘 만큼
쉽게 정을 뿌리치지 못하는 성격이 그대로 목소리에 배여 있다.
아니 노래 부르는 목소리, 춤추는 몸짓, 흘리는 눈물을 누구든 쉽게 잊지 못한다.
그 사람만이 지닌 신비함과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 최고의 기쁨과 슬픔의 표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 신현림 에세이,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출처: 향유 냄새 나는 집 -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브리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