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驛馬) 김동리역마추가자료(문제포함).hwp - 김동리(金東里)
■ 길잡이 <백민(白民)>(1948)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역마살 또는 당사주(唐四柱)로 표상되는 한국인의 운명관을 그린 작품이다. 운명에 패배하는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그에 순응함으로써 인간 구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작가의 문학관이 짙게 깔려 있다.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의 테마는 역마살(驛馬煞)로 대변되는 운명론이다. 남사당과의 하룻밤 인연의 소산인 옥화는 다시 떠돌이 중[僧]과의 인연으로 성기를 낳는다. 성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역마살을 운명적으로 갖게 된 것이다. 그 역마살을 풀어 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기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소설은 종결된다. 사실성을 요구하는 소설의 관습으로 본다면, 이 작품은 우연으로 점철된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루 저녁 놀다 간 남사당(현재의 채 장수)에게서 옥화를 낳은 할머니, 떠돌이 중[僧]으로부터 성기를 낳게 된 옥화, 마침내 엿목판을 메고 유랑의 길에 오르는 성기 등 삼대(三代)에 걸친 역마살의 내력이나, 옥화와 계연의 만남, 옥화가 계연이 자기의 이복동생임을 알아차리는 계기 등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한 사건들이 우연에 의해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우연들은 김동리의 소설 속에서는 단순한 우연에 그치지 않고 운명의 지위로 올라선다. 이 소설에서 등장 인물들의 삶은 자신의 의지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이미 운명적으로 주어져 있고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단단한 테두리에 둘러싸여 있다. 민속적인 소재를 통하여 토속적인 삶과 그 운명이 시적(詩的)으로 승화된 이 작품은『무녀도(巫女圖)』,『황토기(黃土記)』,『바위』등의 작품과 함께 김동리의 운명론적 문학관을 나타내 주는 초기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역마(驛馬)』의 인물 구조 주모 --체 장수(과거 남사당 출신) -- 어떤 여인 ������ ������ 떠돌이 중 --옥화 --- 계연 (옥화의 이복동생, 성기의 이모) ������ ������ 성기
■ 등장 인물 ▶옥화 : 체장수 영감이 36년전 화개장터에 들렀을 때 술집 주인과 관계를 가져서 생긴 딸로 돌아올 길 막연한 남편을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여인이다. 계연을 며느리로 맞아들이려 했으나 자신의 동생임을 발견하고 계연을 떠나 보낸다. 정적 인물이다. ▶성기 : 역마살이 낀 장돌뱅이들의 집결지인 화개장터에 사는 청년으로 역마살을 이기지 못해 절에서 지내고 있으나 계연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정착을 생각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계연이 자신의 이모임을 알고 그는 엿판을 들고 정처없이 떠난다. 정적 인물이다. ▶체장수 영감 : 역마살이 들어 전국을 떠돌아 다니던 소리꾼이었으나 화개장터에 찾아와서 36년 전의 일을 회상하고 딸을 찾지만 다시 떠난다. 정적 인물이다. .▶계연 : 체장수 영감이 나이 50이 되어서 결혼을 해서 낳은 딸이다. 아버지가 화갯골로 들어가면서 옥화집에 맡겨두며 옥화와 성기의 마음에 들어 옥화집에 정착하려 했으나 기구한 운명에 의해 정처없이 떠나고 만다. 정적 인물이다.
■ 핵심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배경 : 전라․경상도의 경계 지역인 화개 장터 ▶성격 : 무속적(巫俗的), 운명적(運命的)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① 운명(역마살)에의 순응과 그에 따른 인간의 구원 ② 역마살(驛馬煞)이라는 인간의 운명론1)에 바탕을 둔 인생 순응 ▶출전 : [백민(白民)](1948) ▶문학사적 의의 : 토속세계에 바탕을 두고 생의 구경적 탐구에 주력한 작품으로 거스를 수 없는 인간의 운명과 근친상간의 문제를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색채로 그려내고 있다.
■ 구성 ▶발단 : 옥화는 아들 성기의 역마살을 없애려 노력하고, 체 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옥화에게 맡기고 장사를 떠남. ▶전개 : 성기와 계연은 서로 사랑하게 됨. ▶위기 : 옥화가 계연의 왼쪽 귓바퀴의 사마귀를 발견하고 동생이 아닐까 하는 예감을 가지게 됨. ▶절정 : 계연이 성기의 이복 이모임이 밝혀지고, 둘의 사랑이 운명적으로 좌절됨. ▶결말 : 성기는 중병을 앓게 되고 병이 낫자 운명에 순응, 길을 떠남.
■ 줄거리 화개 장터에서 주막을 운영하며 살고 있는, 마음 착하고 인심 좋은 옥화는 아들 성기의 타고난 역마살을 없애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역마살이 끼면 집에 머물지 못한다기에 아들 성기를 쌍계사로 보내고 장날만 집에 오게 한다. 어느 날, 체 장수 영감이 딸 계연을 데리고 와 옥화네 주막에 맡기고 떠난다. 옥화는 계연을 성기와 가까이 하게 해서 둘을 결혼시켜 역마살을 극복, 아들 성기를 정착시키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화는 계연의 왼쪽 귓바퀴 위에 난 사마귀를 발견, 자신의 동생이 아닐까 의심한다. 체 장수 영감이 돌아와 들려준 이야기로 예감은 현실로 증명된다. 즉, 36년 전 화개 장터에서 어떤 떠돌이 여인과 하룻밤 관계한 일로 태어난 딸이 옥화이며, 계연은 결국 옥화의 이복 동생임이 밝혀진다. 계연과 성기의 사랑은 천륜에 의해 운명적으로 좌절된다. 그 일이 있은 후 계연은 아버지인 체 장수를 따라 아버지의 고향인 여수로 떠나고, 성기는 중병을 앓는다. 병이 낫자 성기는 운명에 순응, 역마살에 따라 화개 장터를 떠난다.
<또다른 줄거리 요약> 남사당(체장수)과의 하룻밤 인연으로 태어난 옥화는 다시 떠돌이 주인공인 중과의 인연 으로 성기를 낳는다. 성기는 태어나면서 역마살을 운명적으로 갖게 된 것이다. 그 역마살을 풀 어주려고 옥화는 체장수가 데리고 온 딸(계연)과 인연을 맺도록 하나, 계연이 자기의 이복 동생 이자 성기의 이모가 됨을 알게 된다. 단순히 보면 사건들이 우연성의 남발이라고 여길 수 있으 나, 김동리는 이를 운명론으로 이끌어 나간다. 작중 인물들의 삶은 작가의 주제 의식에 따라 운 명의 테두리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 평가 1. 이 작품의 제목인 '역마(驛馬)'가 상징하는 의미를 생각해 보자. ▶ 한 곳에 뿌리박지 못하고(정착하지 못하고) 떠돌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 2. 이 작품의 배경 설정이 갖는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역마'의 배경은 화개 장터이다. 화개 장터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 지역으로 온갖 장사치들이 빈번하게 왕래하는 교통의 요충지이자 떠돌이 인생들이 스쳐지나가는 정거장이다. 따라서 화개 장터의 사람들이란 설사 그곳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붙박이이기보다는 떠돌이이기 십상이다. 그들 간의 인간적 관계 역시 항구적이기보다는 임시적,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사정은 '역마'의 주요 인물들에게서 그대로 확인된다. 성기가 역마살이 끼어 떠돌아다니고 싶어하는 점이나, 체 장수 영감과 계연이 스쳐지나가듯 왔다가 가는 것, 체 장수 영감이 옥화의 아버지이고 계연은 이복 동생이라는 사실 등 그 모두가, 역마살 낀 인물들의 불안정한 삶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렇게 '역마'는 그 배경을 화개 장터로 설정함으로써 주제의 개연성을 강화하고 있다.
3. 이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성기는 활달한 노래인 육자배기를 부르며 길을 떠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알 수 있는 '육자배기'를 부르는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역마살이라는 자신의 운명에 대항하지 않고 그에 순응하기로 결심을 한 성기에게 있어서 엿장수가 되어 길을 떠나는 것은, 곧 자신이 인정한 운명을 따라 구원되는 것이기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릴 정도로 즐거운 일이 된다. ⇒ 삶에 대한 운명의 규정력, 홀가분한 성기의 심리 상태, 운명의 순응을 통한 구원, 생의 구경적 의미를 추구하는 작자 의식 4.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금기는 무엇인지 살펴보자. ▶ 근친 상간의 금지 ※ '귀 뒤의 사마귀'는 동생임을 확인하는 요소이다.
5. 계연과 성기의 사랑이 좌절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 성기는 운명적으로 역마살을 타고 났다. 그가 계연과 결혼하여 정상적인 삶을 영위한다는 것은 운명을 거스르는 일이다. 이 작품에서는 그의 운명에 대한 갈등과 좌절을 심화시키기 위해 계연을 등장시키고 그녀가 옥화의 이복 동생임을 밝혀, 천륜을 거역하지 못하여 사랑이 좌절되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계연과 옥화가 자매간임을 말하는 사마귀같은 것은 과학적이지 못하나 성기의 사랑이 좌절되는 이유로서 설득력을 지닌다.
6.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변두리 인간(한계 인간)으로 부를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변두리 인간이란 정상적인 삶의 테두리밖에 놓인 인간이다. 이 소설의 등장 인물들도 이러한 속성을 지닌 인간들인데, 이들은 모두 무엇인가 그리움을 안고 그것이 한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무엇인가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이 당사주에서의 역마살이다. 이 역마살의 극복은 문화적 장치(결혼)에 의해 극복되어야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성기와 계연이 혈연이기 때문에 결혼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역마살의 극복은 불가능하게 되었다. 요컨대 이 역마살이 인물들을 변두리 인간으로 만드는 근거인 것이다.
7. 성기가 역마살에 순응함으로써 죽음에서 재생한다는 이 운명에의 사랑이 생명의 리듬으로 극적으로 나타난 부분을 살펴보자. ▶ 작품의 말미에 성기가 집을 떠나는 장면이다.
8. 이 글에서 옥화와 계연이 실질적인 자매 사이임을 입증하는 증거를 찾아보자. ▶ 왼쪽 귓바퀴 위의 감장 사마귀
9.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화개 장터'의 상징성을 알아보자. ▶ 떠돌이 장돌뱅이들이 모이는 곳으로 주인공들의 내력을 간직한 공간이면서 남녀 간의 사랑을 상징하고 있다.
10. '역마'에 나타난 인간의 운명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이 소설의 등장 인물들은 모두 무엇인가 그리움을 안고 그것이 한이 되어 살고 있는데, 무엇인가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이 곧 역마살이다. 이 소설의 인물은 모두 역마살이 끼어 있다. 이들은 역마살을 극복하려고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그 방법이란 바로 문학적 장치인 셈인데, 그것은 작품 속에서 불교(성기를 쌍계사로 보냄)와 결혼(계연과의 사랑)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계연이 옥화의 이복 동생임이 판명되어 역마살의 극복은 실패하고 만다. 따라서 운명에 따르는 수밖에 없게 된다.
11. 역마살을 극복할 수 있는 문학적 장치로 작품에 나타난 것을 살펴보자. ▶ 쌍계사 절로 들어가는 행위, 결혼을 통한 역마살의 극복 12. 핵심적인 내용 정리 ① 운명에의 순응을 통해 인간 구원에 이르는 형상을 보여 준다. ② 전지적 작가 시점을 쓰고 있다. ③ 신비적 색채를 띠고 있는 소설이다. ④ 무속적 상상력에 바탕한 소설이다. ⑤ 계절과 공간 모두 상징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 다음은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일부이다. 잘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1-3] “막걸리 맛이 어찌나 좋은지 배가 부르당게.” 그동안 마지막 술잔을 들이키고 난 영감은 부채와 지팡이를 집어들면 이렇게 말했다. “여수 쪽으로 가시게 되먼 영영 못 보게 되겠구만요.” 옥화도 영감을 따라 일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 일을 누가 알간듸, 인연 있음 또 볼 터이지.” 영감은 커다란 미투리에 발을 끼며 말했다. “아가, 잘 가거라.” 옥화는 계연의 조그만 보따리에다 돈이 든 꽃주머니 하나를 정표로 넣어 주며 하직을 하였다. 계연은 애걸하듯 호소하듯한 붉은 두 눈으로 한참 동안 옥화의 얼굴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또 오너라.” 옥화는 계연의 머리를 쓸어 주며 다만 이렇게 말하였고, 그러자 계연은 옥화의 가슴에다 얼굴을 묻으며 엉엉 소리를 내어 울기 시작하였다. 옥화가 그녀의 그 물결같이 흔들리는 둥그스름한 어깨를 쓸어 주며, “그만 울어, 아버지가 저기 기다리고 계신다.” 하는 음성도 이젠 아주 풀이 죽어 있었다. “그럼 편히 계시요.” 영감은 옥화에게 하직을 하였다. “하라부지 거기 가 보시고 살기 여의찮거든 여기 와서 우리하고 같이 삽시다.” 옥화는 또 한번 이렇게 당부하는 것이었다. “오빠, 편히 사시오.” 계연은 이미 시뻘겋게 된 두 눈으로 성기의 마지막 시선을 찾으며 하직 인사를 했다. 성기는 계연의 이 말에 꿈을 깬 듯, 마루에서 벌떡 일어나, 계연의 앞으로 당황히 몇 걸음 어뜩 어뜩 걸어오다간, 돌연히 다시 정신이 나는 듯 그 자리에 화석처럼 발이 굳어 버린 채, 한참 동안, 장승같이 계연의 얼굴만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편히 사시오.” 이렇게 두 번째 하직을 하는 순간까지도, 계연의 그 시뻘건 두 눈은 역시 성기의 얼굴에서 ㉠그 무슨 기적과도 같은 명령만을 기다리는 것이었고, 그러나 성기는 그 자리에 그냥 주저앉아 버릴 뻔하던 것을 겨우 버드나무 가지를 움켜잡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 계연의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은, 옥화와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듯이 성기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으나, 버드나무에 몸을 기대인 ㉡성기의 두 눈엔 다만 불꽃이 활활 타오를 뿐, 아무런 새로운 명령도 기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빠, 편히 사시오.” 하고, 거의 울음이 다 된, 마지막 목소리를 남기고 돌아선 계연의 저만치 가고 있는 항라 적삼을, 고운 햇빛과 늘어진 버들가지와 산울림처럼 울려오는 뻐꾸기 울음 속에, 성기는 우두커니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1. 이 글에 나타난 주된 갈등의 내용을 30자( 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답하라. <모범답> 사랑하되 헤어질 수밖에 없는 계연과 성기의 아픔.
2. ㉠에서 읽어 낼 수 있는 성기의 발언 내용을 20자( 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서술하라. <모범답> 너(계연)를 사랑한다는, 헤어질 수 없다는 말.
3. ㉡에 담긴 성기의 심리를 15자( 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설명하라. <모범답> 사랑이 좌절된 안타까움.[정한(情恨)의 아픔.]
[4-7] “아직도 너, 강원도 쪽으로 가 보고 싶냐?” “……” 성기는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장가들이 나랑 같이 살겠냐?” “……” 성기는 역시 고개를 돌렸다. --그해 아직 봄이 오기 전, 보는 사람마다 성기의 회춘을 거의 다 단념하곤 하였을 때, 옥화는 이왕 죽고 말 것이라면, 어미의 맘속이나 알고 가라고 그래, 그 체장수 영감은, 서른 엿서 해 전 남사당을 꾸며 와 이 「화개장터」에 하룻밤을 놀고 갔다는 자기의 아버지임에 틀림이 없었다는 것과, 계연은 그 왼쪽 귓바퀴 위의 사마귀로 보아 자기의 동생임이 분명하더라는 것을, 동정하노라면서, 자기의 왼쪽 귓바퀴 위의 같은 검정 사마귀까지를 그에게 보여 주었다. “나도 처음부터 영감이 「서른 여섯 해 전」이라고 했을 때 가슴이 섬짓하긴 했다. 그렇지만 설마 했지, 그렇게 남의 간을 뒤집어 놀 줄이야 알았나. 하도 아슬해서 이튿날 악양으로 가 명도까지 불러 봤더니 요것도 남의 속을 빤히 듸려다나 보는 듯이 재줄 대는구나, 차라리 망신을 했지.” 옥화는 잠깐 말을 그쳤다. 성기는 ㉠두 눈에 불을 켜는 듯한 형형한 광채를 띠고, 그 어머니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중략>…… 그리고 나서 한 달포나 넘어 지난 뒤였다. 성기가 좋아하는 여러 가지 산나물이 화갯골에서 연달아 자꾸 내려오는 이른 여름의 어느 장날 아침이었다. 두릅회에 막걸리 한 사발을 쭉 들이키고 난 성기는 옥화더러, ㉡“어머니 나 엿판 하나만 마춰 주.” 하였다. “……” 옥화는 갑자기 무엇으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이 성기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지도 다시 한 보름이나 지나, 뻐꾸기는 또다시 산울림처럼 건드러지게 울고, 늘어진 버들가지엔 햇빛이 젖어 흐르는 아침이었다. 새벽녘에 잠깐 가는비가 지나가고, 날은 다시 유달리 맑게 개인 「화개장터」삼거리릴 위에서, 성기는 그 어머니와 하직을 하고 있었다. 갈아입은 옥양목 고의 적삼에, 명주 수건까지 머리에 질끈 동여매고 난 성기는, 새로 마춘 새하얀 나무 엿판을 걸빵해서 느직하게 엉덩이 즈음에다 걸었다. 윗목 판에는 새하얀 가락엿이 반넘어 들어 있었고, 아랫 목판에는 팔다 남은 이야기책 몇 권과 간단한 방물이 좀 들어 있었다. 그의 발 앞에는, 물과 함께 갈리어 길도 세 갈래로 나 있었으나, 화갯골 쪽엔 처음부터 등을 지고 있었고, 동남으로 난길은 하동, 서남으로 난 길이 구례, 작년 이맘 때도 지나 그려가 울음 섞인 하직을 남기고 체장수 영감과 함께 넘어간 산모퉁이 고갯질은 퍼붓는 햇빛 속에 지금도 하동 장터 위를 굽이돌아 구례 쪽을 향했으나, 성기는 한참 뒤 몸을 돌렸다. 그리하여 그의 발은 구례 쪽을 등지고 해동 쪽을 향해 천천히 옮겨졌다. 한 걸음, 한 걸음, 이 발을 옮겨 놓을수록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지어. 멀리 버드나무 사이에서 그의 뒷모양을 바라보고서 있을 어머니의 주막이 그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갈 무렵 하여서는, ㉢육자배기 가락으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가고 있는 것이었다.
4. 작품의 제목인 ‘역마(驛馬)’가 상징하는 내용을 30자( 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쓰라. <모범답> 한 곳에 뿌리박지 못하고 떠돌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
5. ㉡은 주인공 성기가 방랑의 삶을 선택했음을 알려 준다. 그렇다면 ㉠의 의미는 무엇인지 30자( 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답하라. <모범답>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운명의 힘이라는 깨달음. (자신의 삶에 역마살이 끼어 있다는 분명한 인식.)
6. ㉢과 같은 결말(結末)로 미루어 주인공 성기의 인생관은 어떠한지 60자( 띄어쓰기 포함) 내외로 설명하라. <모범답> 육자배기를 부르며 한을 삭이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은 운명에 대한 순종 이상의 적극적인 태도로 해석할 수 있다.
7. 이 글에서 다음 말들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를 각각 쓰라. (1) 화개 장터의 ‘화개’와 ‘장터’ (2) 엿판 (3) 세 갈래 길 <모범답> (1) 화개 : 성숙과 사랑. / 장터 : 역마살의 근거를 제공하는 장소. (2) 떠돌이의 삶. (떠돌이의 생계 수단.) (3) 헤어짐과 유랑의 운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