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동강, 그리고 동강할미꽃
1. 멀리 가운데는 계족산, 그 앞 오른쪽은 응봉산, 그 앞은 신병산과 완택산 연릉
정선군 신동읍과 영월군 미탄면의 경계선에 있는 백운산(白雲山)은 가리왕산 서편 중왕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능선이 구절양장(九折羊腸)의 동강(東江)을 이루고 강변 따라 병풍 같은 절벽을 이루면서 솟은 명산이다.
능선 곳곳에서는 동강을 내려다보는 경관이 빼어나고 전망대에서 오르는 수리봉 능선은 노송과 암릉이 어우러져
경관이 좋다. 정상 서편 810m봉에서 6개봉을 거쳐 내려가는 6개소의 내리막길은 약 80도 가량의 급경사길이 연속
되는 악산이라 적설기와 비가 올 때는 제장나루터로 내려가지 말고 정상 동편 770고지의 삼거리에서 동쪽 능선 길
을 따라 점재나루터로 되 내려가는 것이 좋다.
―― 김형수, 『韓國400山行記』(2002, 깊은솔), ‘백운산(白雲山) 882.5m’ 개관에서
▶ 산행일시 : 2024년 3월 16일(토), 미세먼지 나쁨
▶ 산행인원 : 4명(악수, 버들, 메아리, 하운)
▶ 산행코스 : 문희마을,급경사,칠족령 갈림길,백운산,688.6m봉,613.2m봉,칠족령,524.7m봉,문희마을,동강할미꽃
서식지,문희마을 주차장
▶ 산행거리 : 도상 7.2km(동강할미꽃 서식지 왕복 0.6km 포함)
▶ 산행시간 : 4시간(10 : 30 ~ 14 : 30)
▶ 교 통 편 : 그랜드산악회(40명 만차) 버스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15 – 강동역 3번 출구
10 : 20 – 문희마을, 스트레칭, 산행시작(10 : 30)
10 : 44 – ┣ 갈림길, 이정표(문희마을 0.8km, 정상 급경사 1.1km, 완경사 3.2km)
11 : 46 – 칠족령(2.2km) 갈림길, 백운산 정상 0.2km
11 : 50 – 백운산(白雲山, △883.5m), 점심( ~ 12 : 30)
13 : 15 – 613.2m봉
13 : 48 – 524.7m봉, 문희마을 2.0km
14 : 10 – 돌탑
14 : 30 – 동강할미꽃 서식지, 산행종료
15 : 10 – 문희마을 주차장, 하산주 타임( ~ 15 : 35)
2. 동강할미꽃
시절이 올봄은 작년보다 빠르다고 하는데 지난 2월에 폭설과 이어지는 한파로 주춤했다. 작년에는 오늘보다 이틀
늦은 3월 18일에 동강할미꽃을 보기 위해 백운산과 동강을 왔다. 작년 그때는 동강할미꽃이 한창이었다. 그런데
그랜드산악회 산행대장님은 지금 동강할미꽃이 피었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내 뒤에 앉은 일행은 무슨 할미꽃이 피
었겠느냐며 자기는 광양 백운산을 가는 줄로 알고 왔다고 한다. 정선읍 문화체육축제위원회는 진작 2024년 제18회
동강할미꽃 축제를 2024.3.22(금) ~ 3.24(일) 3일간 개최하기로 확정한 바 있다.
백운산은 동강할미꽃을 볼 수 있어 더욱 인기를 끈다. 오늘 백운산과 동강할미꽃을 찾은 산악회는 우리 그랜드산악
회와 좋은사람들, 다음매일산악회 등 3개다. 100명이 넘을 등산객들이다. 백운산 등산코스는 문희마을 외에도 점재
나루와 제장마을이 있으나 대부분 문희마을을 택하여 원점회귀 산행을 하고 나서 동강할미꽃을 감상하러 간다. 그
러나 문희마을 주차장에서 300m 정도 떨어진 동강 강변 암석지대에 자생하는 동강할미꽃을 보러 가는 사람은 매우
적다.
그랜드산악회는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10분 정도 온몸 스트레칭을 한다. 20년의 전통이라고 한다. 나로서는 산행하
기 전에 처음 해보는 스트레칭이다.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느낀다. 산행시간 10분이 조금도 아깝지 않다.
오늘 산행 마감시간은 15시 30분이다. 5시간 산행이다. 산행거리가 불과 6.4km이라고 하지만 동강할미꽃을 들여다
볼 시간을 감안한다면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니다.
줄이어 대로인 등산로를 간다. 오늘은 봄날로 푹하다. 겉옷 벗고도 금세 땀난다.
문희마을에서 0.8km 가면 ┣자 갈림길로 백운산 정상까지 직진은 완경사 3.2km이고, 오른쪽 급경사는 1.1km이
다. 산행거리를 늘리려면 직진할 법도 하지만 그리로는 인적이 드물다. 모조리 급경사를 택한다. 우리 역시 산행시
간을 저축하고자 급경사로 간다. 긴 호흡으로 걷는다. 등로 주변에는 아직 봄이 멀었다. 황량하다. 봄소식이라고는
겨우 움트는 생강나무다. 능선을 곧바로 오르다 오른쪽 사면을 돌고 다시 능선을 잡아 오르기를 반복한다.
작년에 바위 밑에서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있던 노루귀가 올해도 그럴지 몰라 걸음걸음 살피며 오르는데 보이지 않
는다. 아무런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불안하다. 어쩌면 동강할미꽃도 아직 나오지 않았을 전조가 아닐까? 그렇다
면 다음 주중에 승용차를 몰고 와서라도 동강할미꽃을 보아야겠다고 마음먹는다.
0.5km 정도 오르면 가파름이 잠시 주춤한 평평한 돌밭이다. 노거수 참나무 아래에서 휴식한다. 입산주 탁주로
목 축여 주력을 보충한다. 다시 갈지(之)자 연속해서 그리며 숨차게 오른다. 백운산 정상 0.4km 남겨두고 가파름은
수그러들고 이 상태는 그대로 정상까지 이어진다. 초원일 등로 좌우사면은 분위기가 썩 좋다. 그러나 덕순이는 살지
않는다. 설령 산다한들 이리 많이 오가는 사람들이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 같다.
6. 가운데 왼쪽은 계봉, 오른쪽은 곰봉
7. 백운산 정상에서
8. 멀리 가운데는 응봉산
9. 멀리 가운데 왼쪽은 계족산
10. 멀리 오른쪽이 계족산
11. 멀리 가운데는 접산(?)
12. 멀리 가운데 왼쪽이 접산(?)
13. 멀리 왼쪽은 계봉
14. 아래는 동강 제장마을
15. 앞 두 번째가 524.7m봉 칠족령
16. 멀리 왼쪽이 곰봉
┳자 칠족령(2.2km) 갈림길을 지나고 왼쪽으로 0.2km 완만하게 오르면 백운산 정상이다. 정상 표지석과 인증사진
찍는 사람들이 줄섰다. 우리는 그 줄을 기다리느니 북쪽(왼쪽)으로 약간 벗어난 공터에서 점심자리 편다. 백운산 정
상 주변에서 유일하게 북동쪽으로 조망이 트이는 곳이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짙어 원경이 흐릿하지만 곰봉과 계봉
만은 알아볼 수 있다. 나는 오늘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 그랜드산악회에서 떡과 식수를 제공한다고 한다기에 그냥
왔다. 버들 님 도시락을 분식(分食)한다.
30분 걸려 점심식사를 마치자 정상 표지석 인증사진 대열도 얼추 끝났다. 우리가 사진 찍을 차례다.
정상 주변에서 조망은 키 큰 나무들로 가렸다. 칠족령 가는 길 2.4km가 백운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칠족령
524.7m봉까지 5개 첨봉을 오르내려야 한다. 밧줄 난간에 매단 ‘추락주의’ 경고판이 있는 데는 틀림없이 전망 좋은
경점이다. 그런 데가 자주 나온다. 발아래는 구절양장 동강이, 눈 들면 신병산, 고고산, 완택산, 그 너머로 망경대산,
계족산, 응봉산 등이 반갑다.
가파른 슬랩은 손바닥이 화끈하게 고정 밧줄 잡고 오르내린다. 동강에서 하늘벽으로 솟은 688.6m봉은 오른쪽 사면
을 길게 돌아 넘는다. 그 오르막에서 작년에 보았던 꿩의바람꽃이 오늘은 보이지 않는다. 613.2m봉 데크계단 내리
막이다. 그 중턱의 목책 겸한 난간 너머 바위절벽에 동강할미꽃은 피었을까? 마음 졸이며 내린다. 누군가 난간 너머
에 있다. 동강할미꽃이 어서 오시라 반긴다. 그 사람과 교대로 동강할미꽃을 들여다본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다.
우아하다. 이숨 시인은 동강할미꽃을 아마 여기서 보았을 것 같다.
“절벽은 누대로 이어온 터//비스듬히는 일상이라/저기,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렇다면 동강 강변은 장관일 것이다.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자 갈림길 안부. 칠족령(‘칠목령’이라고도 한다)이
다. 지도에 따라서는 조금 더 가서 한 피치 오른 524.7m봉을 칠족령이라고 한다.
“칠족령(柒足嶺)이라는 지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계장마을(현 제장마을)에 한 선비가 살고 있었
다. 하루는 선비가 기르던 개가 없어져 마당을 서성이고 있는데, 가구에 칠할 옻나무 진을 담아둔 항아리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개가 독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비는 옻나무 진이 묻은 개발자국을 쫓아갔다. 발자국은 백운산 능선을 타고 저 너머로 이어졌다. 발자국을 따라
가던 선비는 그곳 풍경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후 계장마을에서 문희마을로 이어지는 고개를 '옻칠 한 개발자
국을 따라가다 발견했다'고 해 '칠족령(柒足嶺)'이라 부르게 되었다.(매일경제 2007.8.19. 주말여행, 강원도
'백운산 `발아래 펼쳐진 푸른 비경`)”
17. 동강할미꽃, 첨봉인 613.2m봉 중턱 절벽에서
22. 노루귀
524.7m봉 ┣자 갈림길. 직진은 능선 길로 제장마을로 가고 오른쪽은 칠족령 전망대를 경유하여 문희마을로 간다.
제장마을 가는 능선 길은 인적이 뜸하다. 갈림길 여기가 청노루귀 군락지다. 작년에는 화려했다. 그런데 오늘은
낙엽이 수북하고 아무도 다녀간 흔적이 없다. 지배(地背)를 철(徹)할 듯이 살핀다. 겨우 4개체만 발견한다. 내가
너무 일찍 온 모양이다.
이제 문희마을(2.0km)까지 줄곧 내리막이다. 줄달음한다. 칠족령 전망대는 들르지 않고 곧장 문희마을을 향한다.
산허리 길게 돌고 돈다. 지능선도 넘는다. 그 등로 양쪽에 커다란 돌탑이 있는 사면에 청노루귀가 보인다. 작년에도
여기서 보았다. 내가 엎드려 카메라 들이대자 뒤에 오는 사람들이 무슨 꽃인데 이렇게 예쁘냐며 너도나도 휴대폰
들이민다.
산비탈 비스듬히 내린다. 문희마을로 내려서고 동강할미꽃 서식지로 직행한다. 차도 끄트머리에서 오른쪽 바위지대
를 간다. 여러 사람들이 곳곳에 엎드려 있다. 나도 합세한다. 1년을 기다렸다. 즐거운 시간이다. 한 송이도 놓치지
않고 들여다본다. 동강할미꽃(Pulsatilla tongkangensis Y.N.Lee & T.C.Lee)은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동강할미꽃은 사진작가에 의하여 최초로 알려졌다고 한다. 1997년에 김정명이라는 분에 의해 촬영되어 1998년
그의 사진작품집에 발표되었다 한다. 동강할미꽃의 명명자를 보면 이렇게 기재되어 있다. Y.N.Lee & T.C.Lee, 이
두 분은 바로 이영노 선생님과 한택식물원 원장이신 이택주 님이시다. 두 분의 노력으로 등재가 되었다. '동강할미꽃
사진에는 반드시 겨울을 지낸 '마른 잎'이 붙어 있어야 한다.'라는 야생화 사진계의 생태적 관행이 전해 내려온다.
이 관행을 오래오래 널리널리 전파했으면 싶다. 마른 잎이 붙어 있는 사진만이 제대로 된 '동강할미'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사진이다. 이쁘게 찍는다는 이유로 생태에 개입하게 되면 동강할미꽃에게는 큰 쇼크가 된다.”(‘자연을 사랑
하는 사람들 – 인디카’ 사이트의 ‘우리 할미꽃들 - 화우의 야단법석 꽃이야기139’)에서
식물전문가들은 사진을 찍을 때 붙어 있는 마른 잎을 건들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마른 잎이야말로 동강할미꽃이
앞으로도 살아갈 양분이라고 한다. 이제는 누구라도 검불 하나 건드리지 않고 사진 찍는다.
“꽃이 피고 새잎이 다 자랄 때까지 지난해 잎줄기가 갈잎 상태로 떨기진다. 이것은 토양의 유실과 건조를 줄이고,
척박한 영양 환경에 유기물을 보충하며, 토양의 작은 동물을 보호한다. 좁은 츠렁모바위 암극의 열악한 환경조건을
극복하는 스트레스 인내자(stress-tolerator)의 생존전략이다. 그런데 꽃 사진을 찍으려고 갈잎다발을 제거한 개체
를 종종 만난다. 자연 사랑이 묻어나는 참다운 생태사진은 갈잎 다발이 붙어 있는 채로 그 삶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
다.”(김종원, 『한국식물생태보감 2』)
동강할미꽃을 가득 담아 카메라가 무겁다. 일행들은 주차장 한쪽에서 하산주 타임을 즐기고 있다. 훈제오리와 라면
과 소주다. 우리도 젓가락 들고 동참한다. 산행시간이 짧아서인지 술맛이 덜하다. 서울 가는 버스 안에서는 졸음도
오지 않는다.
27. 동강할미꽃. 동강 강변 바위지대에서
37. 서울 가는 길에 양평휴게소 지나서 차창 밖으로 바라본 추읍산
첫댓글 작년까지 10여년 화단을 밝히던 동강할미가 올해 먼길 떠났기에 더욱 동강이 그립기만 합니다.ㅎ
안타깝습니다.
다시 모셔와야 되겠네요.
동강할미꽃 정말 멋집니다.
잘 봤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올봄의 큰 숙제를 해결하였습니다.^^
작년에 봤던 그 할미꽃들이 튼실하게 피어서 더 반갑습니다.
노루귀가 작은 것 보니 예년보다 느린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작년 그 자리에서 내 오기를 기다리고 있더군요.^^
1년을 기다렸다가 마주한 꽃이니 얼마나 반가왔겠습니까...동강할미꽃이 그렇고 노루귀도 엄청 아름답네요^^
내년은 또 어떠할지
다시 1년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