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이해인
귀로 듣고
몸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고
전인적인 들음만이
사랑입니다
모든 불행은
듣지 않음에서 시작됨을
모르지 않으면서
잘 듣지 않고
말만 많이 하는
비극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네요
아침에 일어나면
나에게 외칩니다
들어라
들어라
들어라
하루의 문을 닫는
한밤중에
나에게 외칩니다
들었니?
들었니?
들었니?
-덧붙임
푸른 용의 해 갑진년 새해부터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내가 늘 강조하는 내용이라서인지
더 와 닿았다.
이해인(수녀)의 산문집,
『그 사랑 놓치지 마라』에 있는 이야기다,
“여럿이 모여 대화하는 자리에서도
말하는 이에게 끝까지 정성을 다하기보다는 사이사이 끼어들어
원래 말하려는 이보다 더 길게 말하거나,
양해를 구했더라도 중간에 스마트 폰을 들고 나가면,
이내 관심이 흩어지기도 해서 말하는 이를 종종 힘 빠지게 만들기도 합니다.”
라고.
이해인(수녀)은, 이럴 때 외로움을 제일 느낀다고 한다.
온전히 남의 말을 잘 듣는 일은 어렵다.
남의 말을 잘 듣는 데도 능력이 필요하다.
토마스 쯔바이펠이 쓴 『듣기력』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듣기 능력을 8단계로 나누고 있다.
자신은 몇 단계에 해당될까?
0단계: 듣기 능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무시하고
아무 것도 듣지 않는 수준이다.
1단계: 상대방의 말을 듣는 척하는 사람이다.
실제로는 듣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듣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2단계: 상대방의 말을 통제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듣기보다는
몸동작이나 얼굴 표정, 소리를 통해
상대가 말을 할 때 영향을 미치는 듣기이다.
3단계: 상대방의 말을 걸러내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말을 ‘해석’이라는 절차를 거쳐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의 3단계까지, ‘무시하기’, ‘척하기’, ‘통제하기’, ‘걸러 내기’는
듣기 능력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말하는 동안 배울 것이 없다’는 격언을 받아들이면,
그들은 성공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다.
진정한 경청은 다음 단계부터이다.
4단계: 상대방의 말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존중하기’는 자신이 할 말을 머릿속에서
지운 상태로 상대방의 말에 자신의
모든 것을 집중하는 것이다.
5단계: 상대방의 말을 공감하는 사람이다.
‘공감하기’는 상대방의 신발을 신고
자신이 그가 되어 서 보는 것이다.
6단계: 상대방의 말을 발생시키는 사람이다.
‘발생시키기’는 상대방이 돋보이게 하며 듣는 단계이다.
7단계: 말을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듣는 사람이다.
이 단계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말하는 동안 상대방이 내 말을 어떻게
듣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경청은
절제이며 겸손이다.
요는, 일상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할 방법들을 찾아보는 일이다.
이해인 수녀의 가르침을 본다.
-말하는 이의 눈을 바로 보며 주의 깊게 듣기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정리하여 질문 식으로 확인해 보기
-부탁 받은 심부름을 좀 더 정확히 하기 위해서
또는 말하는 이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반복해서 되물어 보기
-잊어 버리지 않도록 메모하기
-상대방의 말을 딴생각하지 않고 귀담아 듣기
-상대가 하려는 말을 다할 수 있도록 다독여주고
중간 중간에 상대방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제스처나 말을 곁들이기
제일 중요한 것은, 이해인(수녀)의 시처럼,
아침에 일어나면, “들어라”를 세 번 말하고,
자기 전에 또 다시 “들었니?”를 세 번 반성하는 것이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경청은
상대의 말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고,
그 내면에 깔려 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해 주는 것이다.
-상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