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이번 번모는 그야말로 번개 모임, 괌에 사시는 양인경 님이 귀국하셨는데 워낙 짧은 기간만 계시는 고로 번개 같이 모인 모임이었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우리 대화방 식구들이 모인 얘기를 써보려고 하는데, 요즘 게시판 분위기가 조금 살벌한 듯하여 걱정이 앞서네요.
웬지 너무 다른 분위기의 글을 쓰는 것 같기도 하고...하지만! 이러쿵 저러쿵 방은 위에 버젓이 써 있듯이 사는 얘기를 쓰는 곳이므로, 우리 대화방 식구들이 모여서 수다 떤 분위기를 전하는 것이 어찌 보면 취지에 맞는 것일 듯해서 용기를 내서 써 보렵니다.
혹 모르는 분들이 계실 듯해서 잠깐 말씀 드리면, 다음으로 와서 전에는 없던 것이 생겨난 것으로 대화방이 있습니다. 그냥 시사 식구들끼리 모이는 대화방이라, 낮에 모이는 대화방도 있는 듯하고, 궁시렁방처럼 수, 금, 토요일 11시로 시간을 정해서 모이는 대화방도 있고, 또 금, 토요일 밤에 모이는 늦은 초대 방도 있습니다. 특별히 멤버가 정해져 있는 건 아닌데, 궁시렁방은 대화방 이름이 정해진 날 모인 사람들이 고정 멤버가 된 사연이 있습니다.
궁시렁방의 번모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가능하면 간단하게 써 볼 생각에(상당히 장시간 진행되었던 관계로...^^;) 보고서 형식을 취하려고 합니다.
<양인경님 환영을 위한 궁시렁방 번모>
일시 : 2002년 1월 13일 오후1시
모이는 장소 : 보라매병원 정문 앞(왜 여긴지는 눈치채셨겠죠? 보라매공원 앞입니다. 뉴논 촬영지를 꼭 둘러보고 싶다는 인경님의 강력한 요청으로 장소 선정이 이루어졌다고 하던데, 혹자는 병원에 리얼 환자를 위한 병동이 있나 확인차 여기로 장소를 잡았다고 하기도 하고...미확인 정보입니다만, 남는 병동이 없다더군요...이미 꽉차서...)
모인 인원 : 15명(명단을 부르자면...김미연님, 김정순님, 박선희님, 박현숙님, 방실님, 양인경님, 염다은님, 저, 이강희님, 이명지님, 이선순님, 이희주님, 주울님, 지혜솔님, 최혜린님입니다...가나다순입니다...미연님...미모순 아닙니다. 상당히 다양한 구성의 멤버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돌이 안 된 다은이부터 학생분들과 30대 아가씨, 아줌마들까지...)
모임의 주제 : "걱정"
약속 시간은 1시지만 이래저래 1시 30분까지 기다리다 점심식사를 하러 자리를 옮겼습니다.
(자수하는데, 식사 도중 나타나신 이희주님과 다은양을 제외하면 마지막 도착 멤버 중 하나가 접니다. 상당한 비난과 눈총을 받았죠. 그치만...그치만 저만 늦은 게 아니잖아요...그렇지 않나요...? 방실님, 명지님?...끝까지 비겁한 아줌마...--;)
1차 장소 : 식당(또 하나 자수하는데요. 네 차례나 옮겨 다녔는데, 제가 업소 이름은 하나도 기억 못합니다. 그래서 그냥 식당이라고밖에 말 못하는 아픔을 이해해 주십시오...)
메뉴 : 버섯 칼국수, 왕만두(저번 정모 때에 이어 이번 식당 선택과 메뉴 선택도 모두 미연님 작품입니다. 어찌나 미식가이신지...참.)
또 하나의 메뉴 : 못 보던 분 얼굴과 이름 익히기. 인성과 경림 관계의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대한 "걱정".
(그러나...먹을 땐 말없이...하지만...모두 먹기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대화에 몰입하고 계신 분이 계셨으니...바로 선순님과 인경님. 정순님과 혜린님, 그리고 제가 앉은 옆 테이블에 앉아 계셨는데...네 분이 앉아 계셨음에도 먹는 속도가 저희보다 훨씬 느렸다죠...? 이 얘긴? 제가 앉은 테이블 음식이 가장 빨리 없어졌다는 얘기...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숟가락을 놓지 않았던 분이 계셨다던데...그 분 이니셜이 KJS라지 아마...?)
2차 장소 : 보라매 공원(장소 선정의 목표 지점입니다. 뉴논의 주요 야외 촬영지죠.)
을씨년스러운 공원의 풍경과 상관없이 모든 곳이 사랑스럽다는 표정으로 "어머 저기가 경림이가 김밥 팔던 곳인가 봐" "혹 이 벤치가 나라가 누워 잠자던 곳이 아닐까?" "저 도서관 건물 앞에 게시판 붙이는 곳이 있다던데?" "이 호수 앞에서 인성이하고 경림이하고 서서 촬영을 했겠구나" 이렇게 왁자지껄...떠들고 두리번거리는 뉴논 촬영지 단체 관람객...그게 바로 저희였답니다...
공원에서 신난다고 사진을 찍고 있는 저희들을 주위에서 "걱정"해주시는 것 같더군요.
3차 장소 : 커피 전문점(좀 요란을 떨었기 때문에 업소 관계자 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사진 촬영을 한다고 부산들을 좀 떨었습니다. 카메라가 총 4대인가 출동했는데, 디지털 카메라와 폴라로이드, 일반 카메라까지 화려한 구색이었죠.)
본격적인 "걱정"의 시간. 인성이하고 경림이는 언제나 되어야 화해를 할 것인가 "걱정"해 주고, 동근이와 나라가 사귀게 되면 동근이가 착해질 것인가, 나라가 구리구리해질 것인가 "걱정"해 보고, 시사 게시판 분위기 이대로 좋은가에 대해 "걱정"하다가, 우리 나라 연예계 전체에 대한 "걱정"으로 넘어가는 엄청나게 열띤 시간... 주로 종이컵을 쓰는 커피 전문점이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그릇 여럿 깰 뻔했다는 뒷얘기가 남았습니다...
이미 오후6시. 참한 아내들이신 현숙님과 혜린님은 집에 남아 있는 신랑과 아이들 챙기러, 주울님도 대전으로 내려가야 했기 때문에 일어나셨습니다.(열띤 "걱정"의 시간을 보낸 다음이라 그런가 자꾸만 뒤돌아보며 가시는 세 분의 모습이 왜 그리 "걱정"스러운지...)
4차 장소 : 호프집(아직 어린 다은이 때문에, 담배 연기로 자욱한 호프집에 가는 것이 좀 꺼려졌습니다만.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고 마침 호프집에 손님이 많아 보이지 않아서 들어갔답니다.)
마침 호프집에서 TV로 <일밤>을 보여 주더군요. 나라양이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와 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답니다.(소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미연님은 god의 러브하우스에 더 지대한 관심을 보이시더군요.
약간의 알코올이 들어가니 모두들 목소리도 커지고, 자신 개인에 대한 얘기가 많아졌습니다. '뉴논에 열광하는 건 학생 때 스타를 좋아한 이후로 참 오랜만의 일이다'로 시작된 화제는 옛날 얘기로 연결되고(울 멤버 중엔 30대 이상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옆에 앉은 20대 초반인 명지님을 괴롭히며 '왬'을 아느냐, '듀란듀란'을 아느냐(모르시더구만요...) 묻다가 세대 차이가 나는구나 새삼 깨닫기도 했지만, 결국 뉴논을 좋아하면서 나이를 극복하는 놀라운 경험도 하게 되었구나 뭐 그런 느낌도 받게 되고... 사는 얘기로 넘어가면서 여자로서 사회 생활을 하는 문제, 육아 문제, 결혼 생활...이런 얘기들도 하고...
참참, 와와왕건이 사건으로 빼놓을 수 없는 일은, 역시 미연님이 자신의 신랑감을 데리고 온 것이었죠. 근처에서 가구를 보기로 약속했다고 뒤늦게 나타나셨습니다. 워낙 미연님이 글 속에 묘사를 많이 하신 탓인지 낯설어 보이지 않더군요. 미연님과 서로 조화를 이루며 잘살 수 있는 분인 것 같아서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또 하나의 사건은, 다은이가 사과 껍질을 삼킨 사건이죠. 사과를 열심히 먹던 다은이가 갑자기 목에 뭐가 걸린 듯 컥컥 대기 시작했는데, 역시 육아의 베테랑들이 많은 탓에 모두 거들고 곧 수습할 수 있었답니다. 아이가 뭘 잘못 삼키면 거꾸로 뒤집어 주라고 하시더군요...흠...역시 사람은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방실님은 약속이 있다고 하셨고, 명지님은 새벽같이 일어나셔야 한다고 중간에 일어나셨고, 강희님은 먼 곳에 사시는 탓에 저희보다 조금 먼저 일어나셨죠.
9시 좀 넘은 시간에 번모의 마무리가 이루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인경님이 모처럼 나오신 자리라 쉽지 않은 모임이기도 하고, 결혼하신 분들도 이렇게 시간 낼 기회가 많지 않아서인지 상당히 긴 시간을 모여 있었습니다. 또 그만큼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고 열띤 자리였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상당한 "걱정"이 오고 갔기 때문에 자리를 뜨는 게 상당한 모험이었다는 거, 이 역시 상당한 이유였겠죠?(ㅎㅎㅎ 그날 가장 많이 나온 말이..."웬일이니, 웬일이야"였답니다. 모두들 뉴논 환자답지 않습니까?) 왜 제가 제목을 "걱정"의 시간이라고 했는지 납득하셨는지?
글 쓰는 와중에도 저 또한 참 여러분을 "걱정"해드렸던 것 같네요...(그저 한번만 용서해 주십쇼. 다음부턴 잘하겠습니다...여전히 비겁한 아줌마...--;)
이렇게 해서 번모의 막이 내렸느...냐 하면...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막판까지 열심히 남은 멤버들이 있었으니...바로 저하고 선순님하고 인경님, 혜솔님입니다.
선순님이 차를 가지고 오셨기 때문에 같은 방향인 사람들이 올라탔고, 저희집이 신당동 근처라서 인사말로 "언제 떡볶이 드시러 오세요"했던 것이 그만 딱 걸리고 만 거죠.
5차 장소 : 신당동 떡볶이집(유명한 마복림 할머니집은 10시에 칼같이 문을 닫더군요. 그래서 그 옆집에 가야 했답니다.)
네 명이 3인분을 시켰답니다.(3인분에 9,900원. 기억력이 나쁘다면서 어떻게 가격을 기억하냐고요? 왜겠습니까...제가 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제가 떡볶이를 쐈답니다...여러분!)
여지없는 연예계 "걱정"이 시작되었죠. 인경님이 괌 출신 연예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들려 주셨습니다. 게다가...괌에 몰래 놀러 가는 연예인도 많다더군요.(궁금해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얘기 안 할 겁니다...ㅎㅎㅎ) 인경님은 하필 경림양이 괌에 갈 때 여기 계시게 된 것에 대해 끝내 비통해하셨답니다. 그러다 모두들 제 걱정을 해주시더군요...이렇게 늦게 들어가면 신랑이 화 안 내느냐고요...다른 분들은 마침 자유로운 상태셨더군요. 인경님이야 어차피 혼자 나오셨으니 휴가시고, 선순님은 미혼이시고, 지혜솔님은 신랑분이 휴가라 혼자 시댁에 가 계신 상태. 그러고 보니 저 혼자 철없는 마누라가 되고 말았습니다만...
뭐 저는 이렇게 무사합니다.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노느라 입이 한참 나와 있는 신랑 불러내서 손잡고 집에 들어갔구요. 오늘 그 벌로 까탈부리는 식성에 맞추어서 이것 저것 음식을 했답니다... 그런데...또 눈에 힘이 들어갔네요. 늦게까지 안 자고 컴 앞에 앉아 있다고요...
이제 정말 긴 글을 마무리해야 할라나 봅니다. 간단하게 쓴다고 해놓고 길어져 버렸네요.
여하튼 여기까지가 인경님 환영 궁시렁방 번모 후기입니다...
(두서없는 긴 글 보시느라 인내심을 끝없이 쓰셨을 모든 분들께 저도 미연님 흉내를 내면서 복을 드릴까 합니다...福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다음 번 번모 땐 다른 분들도 많이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