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 ‘파스 비상’이 걸렸다. 저소득계층인 의료급여수급권자의 파스 사용량이 늘면서 오남용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서다. 파스는 가벼운 통증이나 염증에 붙이는 치료보조제. 장당 200~900원에 불과해 가난한 사람이 병원에 가는 대신 손쉽게 찾는, 일종의 ‘빈자(貧者)의 만능약’이다. 문제는 파스 사용량이 상식을 넘는다는 점이다.
21일 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한해 동안 의료급여 수급권자 1백65만명 중에서 38만명(23%)이 파스를 처방, 조제받았다. 이 가운데 500장 이상 사용자가 2만7천명, 1,000장 이상은 5,195명이었다. 5,000장 이상 사용자도 22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다사용자인 조모씨(69)는 2005년 한해 동안 1만3천6백99장(약 1천2백만원어치)의 파스를 처방, 조제받았다. 하루 평균 37.5장꼴로 1년 내내 온 몸에 파스를 붙인 채 살아가는 셈이다. 조씨는 하루에 6개 병원을 돌아다니며 405장을 처방받고 다음날 다시 5개 병원에서 231장을 처방받았다. 다른 병원의 진료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 것을 이용해 한꺼번에 대량으로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이 처방받은 파스를 다른 제품으로 교환하거나 주위에 나눠주기도 했다. 갈모씨(68)는 보건소에서 ‘케토톱’(보험가 407원)을 처방받은 뒤 약국에서 고가의 ‘트라스트’(보험가 900원)로 바꿨으며 이를 주변 친구들과 친척에게 나눠줬다. 갈씨도 연간 파스 사용량이 6,104장(약 4백88만원어치)이나 됐다.
파스가 과다사용되는 것은 정부로부터 무상의료지원을 받는 의료급여대상자들이 공짜라는 생각에 많이 처방받기 때문으로 복지부는 보고 있다. 또 의료서비스를 받을 형편이 못되는 저소득계층이 아플 때 파스를 붙이는 등 1회적인 치료보조제로 많이 사용하는 것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무분별한 ‘파스 쇼핑’ 결과 지난해 파스 약제비가 2백66억원에 달했다. 이는 동일연도 전체 약제비(6천5백94억원)의 4.03%를 차지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파스 오남용을 막기 위해 앞으로 파스 300장 이상 사용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건강보험 급여품목에 포함된 파스를 비급여 항목으로 전환해 나가기로 했다. 5,000장 이상 초과사용자가 이용한 의료기관과 약국에 대해서는 현지 조사를 실시하고 의사의 동의없이 처방된 파스를 다른 제품으로 변경해주는 약국을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