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 주민이 8,500명 밖에 안되는 작은 동네에 200미터 블럭을 중심으로 약국 12곳이 빼곡히 몰려있다.
의약분업 예외 지역인 부산광역시 강서구 강동동. 이 일대는 일종의 분업예외 '약국시장'이 형성됐다고 할 정도다.
2000년 2곳에 불과하던 약국은 불과 5년만에 12곳으로 늘어났다. 부산과 김해 경계에 위치해 교통이 좋아서 처방전 없이 쉽게 약을 구입할 수 있는 이점 때문이다.
"여기 약 지으러 사람들 많이 와요. 부산, 김해서 주로 오죠. 다른데보다 싸고 의원 안 들러도 되니까." 강동동까지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가 한 말이다.
무분별한 전문약 구입 등 분업예외 지역의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작년 국정감사 기간 중 대표적 문제 지역으로 지목됐던 곳이다.
한때 병원이 들어선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분업예외 지정 취소가 임박한 것처럼 보였던 이곳은 여전히 처방전 없이 약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강동보건지소 초입 삼거리에 위치한 D약국 관계자는 "옆에 병원 짓는다고 작년 6월부터 그랬는데 아직 그대로다"라며 "될지 안될지도 모른다"고 말해 약국을 이전할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인근 약국도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었다. 몇몇 약국은 약국 문을 연지 얼마 안됐는지 깔끔한 인테리어를 유지했다.
한 약국은 폐업했는지 아예 간판까지 없었고, 바로 옆에 위치한 또 다른 약국은 폐업이 임박했음을 알리듯 약장에 약이 비어 있었다.
폐업을 앞둔 K약국 관계자는 약국 문을 닫는데 대해 "병원이 들어선다는 얘기가 있는데 여기는 그럴 동네가 아니다"라며 "주로 감기약 등 처방없이 조제만 하다보니 경영이 안되서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약국들은 한약과 (처방전 없는) 전문약을 같이 해서 괜찮다"며 "올해에만 약국 3곳이 더 늘었다"고 덧붙였다.
분업예외 지역으로 과거 몇 년간 호시절을 누리던 이곳은 최근들어 한약을 동시에 취급하는 대형약국들이 들어서면서 기존 약국이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 쪽에는 대형약국들이, 건너편에는 작은 약국들이 위치해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마땅한 약국자리가 없어 아예 주유소 부지에 개설한 약국도 있었다. 이곳도 올해 생긴 약국이다.
예외지역에 삼삼오오 몰렸던 중소형 약국들이 사라지고 그 뒤를 이어 대형약국들이 분업예외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약국 영업을 하고 있는 10곳 중 단 한 곳도 약사가운을 입거나 명찰을 단 사람을 보지 못했을 정도다.
한 약국의 경우에는 일반약을 판매하는 사람에게 약사인지 물어봤더니 당황한 기색으로 "약사가 약국 근방에 있다"고 얼버무리기도 했다.
하지만 30분 이상을 밖에서 지켜봐도 약사로 보이는 사람은 약국에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 부지로 거론되는 곳에는 아직 공사의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당초 강서보건소에서는 올해 6월쯤 병원개설 신고를 낼 것으로 예측했었다.
신규 약국들이 오히러 늘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이 생겨 분업예외 지정이 취소될지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 동안 이 지역은 처방전 없이 약을 구할 수 있는 분업예외 시장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