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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너구리가 제주를 스치고 지나간
이튿날이다.
어제까지는 산행할 엄두가 안 났었는
데 아침부터 날씨가 좋아져 어렵사리
출발했다.
남자만 넷이다.
늘 옆에 있던 옆지기가 없어서 허전하
다.
1100도로를 넘어갈 때에는 안개가 짙
어 10m 앞도 안 보이더니 영실 입구
를 지나자 시야가 말끔해진다.
조금 더 가자 햇빛이 찬란한 딴 세상
에 온 느낌이다.
추억의 숲길 입구에 차를 세우고 시오
름으로 가는 산책로를 찾아 나섰다.
시오름 산책로는 추억의 숲길에서 서
쪽으로 약 100m 거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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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름 가는 길은 전에 우리가 갔던
임도가 아니고 숲길에 야자수 매트를
깔아 걷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경사도 급하지 않아 산책하기에는 아
주 좋은 길이다.
시오름에 거의 가까이 가서야 예전 길
과 냇가를 볼 수 있었다.
시오름 못 미처 냇가에 다리를 놓고 무
대도 만들어져 있었다.
추억의 숲길 옆으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빼고 주차장과 화장실 간
이 무대 등을 만드는 모양이다.
편이시설을 만들어 산책객들을 많이
유치하려는 모양인데 우리의 좁은 소
견으로는 그대로 두는 것이 좋을 상 싶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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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는 4년전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은 옛물이로되 감동은 전만 못하다.
옆에 여학생들이 없어서 그런지 워낙
강행군을 해서 피곤해서 그런지 그저
무덤덤하게 물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세상만사 음양의 조화로 온전해지는
것인데 남자들 넷만으로는 신명이 날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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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름에 올랐다.
오름만은 변함없이 반갑게 우리를 맞
아 준다.
시오름 전망터에 서있는 때죽나무는
아직도 정정하다.
오는 사람마다 기대고 올라타고 얼마
나 많은 시련을 겪었을까
아랫부분에는 아예 잎이 남아나지 않
는다.
그런데 시오름에 네 번째 오지만 오늘
처럼 전망이 시원하게 잘 보이는 날은
없었다.
백록담을 향하여 치솟아 오르는 록색
숲이 눈에 가득 담긴다.
정상부근은 제주시쪽에서 넘어오는 구
름에 가렸다 보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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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터 옆에 자리를 깔았다.
오름을 치고 올라오는 바람이 시원하
다 못해 춥게 느껴진다.
차려진 점심을 보자 김립이 투덜댄다.
점심 상이 썰렁하다.
여학생이 있고 없고가 이렇게 큰 차이
가 난다.
우리 C오동이 화기애애하게 400 여회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여학생
들의 참여 덕임을 세삼 느껴본다.
점심을 먹은 후 별로 쉬지도 못하고
오름을 내렸다.
앞장의 제안으로 한라산둘레길을 따
라 2km 정도 거리에 있는 편백나무
숲까지 가서 추억의 숲길로 내려가기
위해서다.
숲길은 좋았지만 총 거리가 10km를
훨씬 넘어 나중에는 너무 지루한 느
낌이 들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나
이에는 하루 4~7km 정도가 적당하
지 않을까 생각된다.
앞장은 이 점을 고려해주었으면 고맙
겠다.
추억의 숲길 입구에 도착해서 만보기
를 보니 19,157보가 찍혔다.
다리는 팍팍하지만 기분만은 상쾌하
다.
2014. 7. 10.
카페 게시글
CNE 게시판
산행보고
시냇물 소리 들으며 시오름 올라, 추억의 숲길도 원없이 걷다
햇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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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41
14.07.11 20:4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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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여학생이 빠진 산행은 신명이 나질 않는다는게 중론. 햇살도 허리가 허전한 모양ᆢ같은 길을 걸었는데 그날따라 맥이 빠져 기진맥진 한걸 앞장 탓으로 돌리다니 ᆢ만리를 가도 쉬이 가는 길은 애인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걸 모두 암시롱!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