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지난 4월 공개한 데이비드 로워리 감독의 영화 '에인트 뎀 바디스 세인츠'(Ain't Them Bodies Saints, 2013)는 제목부터 모든 것이 야릇한 영화다. 문법으로도 맞지 않고, 도무지 제목의 뜻을 짐작할 수도 없었다. 위키피디아를 뒤졌더니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플롯이나 캐릭터와 무관하다. 한 친구가 로워리 감독에 컨트리 송을 들려줬는데 그 가사를 잘못 듣고 이렇게 적었다는 것이다. 로워리 감독은 작품 무대인 텍사스 분위기를 진작하기 위해 포크 송 느낌을 살리고 싶어 해 이 잘못 적은 가사를 제목으로 썼다는 것이 었다. 로워리 감독이 2016년 선댄스 영화제 기자회견 도중 털어놓은 얘기다.
그가 처음 영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은 2009년의 일이었다. '보니와 클라이드' 얘기에 매료됐던 그는 1970년대 텍사스를 배경으로 위험한 로맨스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그 전 작품 '세인트 닉'이 너무 조용해 감옥을 탈출한 죄수의 액션 영화를 생각했다.
2년 뒤 그는 6개월 동안 몇몇 아이디어를 더해 각본 초안을 완성했다. 처음에는 각본 집필을 마친 뒤 곧바로 촬영에 들어갈 작정이었으나 각본을 선댄스 재단 프로듀싱 랩에 보내자는 얘기가 나와 제작이 미뤄졌다. 선댄스 랩의 예술감독 스콧 프랭크 등과 각본을 발전시켰다.
로워리 감독은 포크 송처럼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다. 해서 죄수가 탈옥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가 되는 아내와 딸 얘기를 버무렸다. 처음부터 텍사스를 배경으로 삼고 싶어했음은 물론이었다.
로맨스와 범죄 드라마를 버무린 셈인데 연출력에 대한 평가는 많이 갈릴 것 같다. 의도된 것으로 보는 이들에겐 절묘한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올 법한 반면, '뭣 하나 명확히 설명하 지 않는다'는 불평이 터질 법하기도 하다.
어리석고 아둔하기만 했던 내 젊은 시절의 사랑을 보는 것 같아 보는 내내 가슴이 저렸다. 저들처럼 범죄의 나락에 빠져든 것은 아니었지만 난 얼마나 어리석었던가? 사랑을 이룰 수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여겼고, 상대에게 장담하기도 했으며 참으로 멍청하거나 무모한 행동도 사랑의 이름으로 서슴치 않았던 것이다.
루스 거스리(루니 마라)는 사랑하는 밥 멀둔(케이시 애플렉)의 아이를 임신했다. 암담한 현실을 극복하고자 잘못된 길을 선택한 두 연인은 오랜 친구 프레디(켄터커 오들리)를 경찰 총격에 잃고 밥은 현행범으로 체포된다. 임신한 루스의 실수까지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밥은 25년 실형을 언도 받는다.
프레디의 아버지 스커릿(키스 캐러딘)이 루스와 밥을 돌보며 범죄도 사주했던 것 같다. 스커릿은 이제 어두운 과거를 정리하고 장사나 하면서 루스 모녀를 돌본다. 루스의 총격을 받고 회복된 보안관 패트릭 힐러(벤 포스터)는 진실을 모른 채 루스를 곁눈질한다.
얼굴도 보지 못한 딸 실비가 네 살이 되던 해 밥은 여섯 번째 시도 만에 탈옥에 성공한다. 맨발의 밥이 옛 친구 스위티(네이트 파커)의 도움을 받아 고향의 처자식을 찾아오는데 세 가족은 상봉할 수 있을까? 과거 악연에 앙심을 품은 양아치들은 밥에게 보복하겠다며 찾아온다. 스커릿과 패트릭은 과연 루스 모녀를 지켜낼 것인가? 루스는 순애보 처녀인 것처럼 굴다가 밥에게 "지금은 안돼"라고 단호한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패트릭에게 마음을 열어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국내 한 블로거는 캐릭터에 일관성이 없다고 불평했는데, 난 어리석은 연인들이 보여주는 갈팡지팡으로 여겨졌다. 어쩌면 로워리 감독이 선택한 결말은 최선일 수도 있어 보인다.
개봉한 201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해 드라마 영화 부문 촬영상을 수상했고, 심사위원상 후보에 올랐고 칸영화제 국제 비평가 부문에 경쟁작으로 출품하는 등 평단의 반응은 꽤 호의적이었지만 흥행 실적은 신통찮았다.
파리올림픽 응원하는 맛으로 열대야를 식히는 이들에게 어쩌면 이 영화는 갑갑한 고구마맛을 선사할지 모르겠다. 시간이 없겠지만 두 번 , 세 번 보면 이 영화가 대단히 잘 만들어진, 세련된 작품이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마지막 총에 맞은 밥이 차량을 탈취하는데 운전자 월이란 청년이 나온다. '보헤미안 랩소디'(2018)로 뜨기 전의 라미 말렉이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도 들을 만하고 무엇보다 아린 옛 사랑의 그림자를 돌아보는 의미도 작지 않을 것 같다. 대니얼 하트가 작곡한 OST에는 원래 19곡이 실려 있는데 아래 유튜브 동영상은 하트가 작곡한 것들만 추린 것이다. 키스 캐러딘은 배우로 일하는 틈틈이 노래하는 가수다. 'The Lights'란 곡이 영화에 들어가 있어 아래에 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