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 나갔다가 일감이 없어서 그냥 숍으로 들어왔고 영화 본 후기를
쓰려는데 글쎄 오늘이 7.17일입니다. 27년 전 저는 아내와 영등포 역 근처
다방에서 선을 본 날입니다. 꽤나 긴 단발머리를 하고 앉아있던 아내는
눈도 크고 입도 큰 아가씨이었습니다. 당시 그렇게 로맨틱한 이야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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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았던 것 같고, 우리는 중매쟁이를 따돌리고 이태원으로 갔습니다.
당시 ‘라코스테‘라는 나이트클럽은 호텔 급이었고 브루스타임까지만 아내가
허용해주었습니다. 제 나이가 25살이었는데 저는 당시 결혼을 서두르고 있던
터라, 그 날을 시점으로 번개 불에 콩을 볶듯 10개월 만에 약혼에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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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 해치워버렸습니다. 연애기간 10개월 동안 원 없이 테이트를 했는데,
타이타닉이 우리가 결혼하고 6년 뒤에 나와서 내 로망을 다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내와 호암아트홀에서 본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와 대학로 바탕 골에서 본 연극이 오늘날 제가 영화광이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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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아내를 통해 두 가지를 더 배웠는데 하나는
개고기를 먹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세븐 포커를 처음으로 접했습니다.
문득 천호동 보신탕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수육을 씹어 먹던 아내가
보고 싶어지는 것이 이제 제가 죽을 때가 가까워진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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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놓고 보니 전쟁을 빼놓고 인재가 만든 대형 참사는 영국의 타이타닉
호와 한국의 세월 호 침몰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세월 호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아서 타이타닉을 외면하고 있다가 디카프리오가 44살이 되어서야
삼복더위와 맞바꿨습니다. 벌써 20년이 지난(1997) 영화이지만 가히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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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영화로 찬사를 받을 만합니다. 영화를 본 소감은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의 러브라인과 Noblesse oblige의 최후 순간의 반응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바이올린으로 연주된“내주를 가까이 하려함은”은 마치
나의마지막 순간처럼 시공간의 간격을 좁혀주면서 숙연해지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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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감히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에 닿을 내렸던 이래 청도교의 후예
들이 만든 그 어떤 작품보다(벤허, 천로 역정, 퀘바디스, 주홍 글씨, 글레디
에이터) 더 은혜로운 작품이 없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타이타닉이라는 영화는 당시 승객 중 한 명인 버지니아 클라크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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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로 만든 작품입니다. 1912년 북대서양에 침몰해 1천500여 명의 사망
자를 낸 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의 당시 승객 중 한 명인 버지니아 클라크는
남편 월터 밀러 클라크와 몬태나에서 만나 결혼한 뒤 두 살배기 아들을 둔
상태에서 유럽으로 뒤늦게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월터의 아버지는 상원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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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앤드루스 클라크로 로스앤젤레스(LA)와 유타 주 솔트레이크 사이에
철도를 놓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명문가 출신으로 타이타닉에 탑승한
클라크 부부는 여유로운 선상 생활을 즐기고 있었고 남편 월터는 선상 카지노
에서 도박을 즐기고 있었는데, 아내 버지니아가 배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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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감지하고는 남편에게 다가왔습니다. 즉각 게임을 중단한 월터는 구명정
으로 아내를 탈출시키느라 혼신의 힘을 다 쏟았지만, 자신은 보트에 오르지 못
한 채 사망했습니다. 전시회를 기획한 알렉산드리아 클린젤호처는 “불행히도
버지니아만 살아남았다고 합니다. 당시 구명정에는 사람이 더 탈 수 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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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있었다고 하는데, 배가 기울어지면서 구명보트가 함께 기울어지고, 혼잡한
복도에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남편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던 것”이라고
합니다. 타이타닉의 전설은 보물찾기로 시작합니다. 1990년대, 과학자들은
첨단장비를 동원하여 침몰한 타이타닉 호 안에 있을 보물을 찾기 위해 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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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입니다. 그러던 중 이상한 궤짝 하나를 발견, 기대에 부풀어 열어보지만 한
여인의 나체화 그림만을 발견하고 크게 실망합니다. 하지만 그림 속 여인의 목
에는 그토록 탐사 팀이 찾던 어마어마하게 큰 보석 목걸이가 걸려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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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이 기사를 접한 어느 늙은 할머니가 그림 속의 여자가 바로 자신
이라며 직접 탐사선으로 오게 됩니다. 루이14세의 소유로 알려진 대양의 심장
(The Heart of the Ocean)은 물론 존재하지 않고 Hope Diamond로 만든
것입니다. 어째든 영국의 귀족들이 1000명 정도 탑승을 했기 때문에 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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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충분한 메리트가 있었을 것입니다. 인트로는 노파의 회상으로 여는데
70여 년 전, 17세 소녀 로즈(케이트 윈슬렛)는, 사교적인 어머니의 강요로
귀족 집안의 망나니 아들(빌리 제인)과 결혼을 앞두고 타이타닉에 승선을
합니다. 한편, 배가 출발하기 바로 전 도박으로 3등석 자리표를 얻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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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친구와 함께 3등석에 승선합니다. 엄격한 규율과
예절을 요구하는 상류 사회에 숨 막혀 하던 로즈는 결혼을 비관, 배 맨 끝에서
자살하려고 합니다. 그때 우연히 이를 본 잭이 로즈를 극적으로 구출하게 되어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죽으려는 여자가 신발을 벗고 시간을 끊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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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차가울 것 같아서 철회하는 설정은 다소 해학적이지만 영화를
만들어야 하니까 넘어가겠습니다. 이 일로 잭은 로즈의 초대를 받아 상류층
사회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어 가식적인 귀족들의 어색한 식사를 재치로
넘기고, 로즈를 3등석의 파티 장에 데려가 마음껏 춤추고 즐거운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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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냅니다. 그림을 그리는 잭의 자유로운 영혼에 로즈가 그만 사랑에 빠집니다.
잭은 로즈의 제안으로 결혼 예물로 받을 목걸이만을 건, 나체화를 그려주게
되고, 두 사람은 깊은 사이로 발전합니다. 제가 페리 호를 타고 본드 섬을
갈 때 가판 머리에 서서 타이타닉 포토 존을 혼자서 연습해보았는데 탁 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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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의 잔잔한 물결과 부딪히는 해풍이 가슴팍을 파고들 때 ‘나는 왕이다‘
는 소리가 절로 나오더이다. 앞에 양 팔을 벌린 여자를 세우고 양 달리를
지렛대 삼아 코르셋 뒤에서 사랑하는 여자를 안는 느낌은 모르긴 해도
오르가즘 그 이상일 것입니다. 세상에 키스한번 하고 인생을 맡기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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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트 윈슬렛)가 전혀 천박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제가 문제남인가요?
당연히 로즈의 약혼자인 칼 헉슬리(빌리 제인)가 열을 받았으니
주머니에 보석 목걸이를 슬쩍 넣고서 누명을 씌어 감금할 만 합니다.
운명의 시간, 빙산에 충돌한 타이타닉 호는 몇 시간 후 침몰의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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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게 되고 좇기는 주인공 두 남녀는 내 몸이 들썩 들썩 할 만큼 미치고 환장할
연애를 합니다. 시간과 공간에 좇기는 스펙터클이 러닝타임 190분을 한시도
그냥 놔두질 않았습니다. 이윽고 1등석 사람들은 대부분 구명보트에 오르지만,
3등석의 승객들은 혼란을 막는다는 구실로 출구마저 통제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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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된 잭의 방에 물이 차오르고, 로즈는 구명보트의 승선을 앞두고 잭을
구하러 달려갑니다. 수갑이 채워진 잭을 구출하기 위해 도끼를 가져온
케이트 윈슬렛이 그 마당에 줄 끊는 연습을 하는 것은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여유일 것입니다. 신앙도 없는 놈들이 어디서 그런 여유가 생겨났는지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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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웠고, 결국 아슬아슬하게 잭은 구출되지만 배는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아수라장 속에서 끝까지 키를 잡고 배와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선장과, 그대로
침대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어느 노부부. 또 배의 밴드 연주자들 또한 끝
까지 연주를 계속합니다. 이놈들은 하여간 이 판국에도 지들이 노블레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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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 질 하는 것도 대단합니다. 시간이 흘러 물이 먼저 배 앞부분에 차올라 배가
기울어지면서 뒷부분이 하늘로 치켜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타이타닉
호는 두 동강이 나면서 뒷부분이 바다 속으로 침몰합니다. 잭과 로즈는 배 맨
끝에서 마지막까지 매달리다가 바다 속으로 떨어집니다. "배가 잠기면 호흡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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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하라“ 는 잭의 말까지는 저도 가능한 일이라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잭은 물 위에 뜬 배의 부유물(장롱) 조각을 찾아내 로즈를 올려주고는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을 부탁합니다. 당시 물의 온도가 영하 2도 정도 되었다고
하는데 호흡도 호흡이지만 피부가 막혀 운신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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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2도 안에서는 저 체온증으로 30분 내에 사망한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구출대가 나타나지만 구명보트에 오르지 못한 수 천 명이 그대로 얼어 죽고,
잭 역시 숨을 거둡니다. 잭이 바닷물에 수장 되는 장면은 내 몸의 전부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기력을 잃어 소리도 내지 못하는 로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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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시체에서 호각을 꺼내 있는 힘을 다해 붑니다.
마침내 로즈는 구출되고 자신을 찾는 비열한 칼에게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눈물을 글썽이며 이야기를 마치는 로즈 할머니는 지금 쯤 잭을 만나 지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왜 나는 더 외롭지요?
2017.7.17. 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