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 평화의 섬을 꿈꾸는 분들에게
안녕하십니까? 대정에서 열리는 비무장평화의 섬 선언대회에 꼭 참여하고 싶었지만
여건이 허락 되지 않아 이렇게 글로나마 여러분을 만나 뵈려 합니다.
원래 육지에서 나서 육지에서 자란 사람이지만 평생 여러 나라의 전쟁 피해난민들을 돕는 일을 해 왔던 터라 제주도가 평화의
섬으로 선포된 후 깊은 애정으로 제주도를 마음에 품게 되었습니다. 이 평화의 섬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온다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겨져서 강정에서 3년 동안 반대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니 세 번이나 수감이 되었습니다. 제주해군기지는 강정으로
오기 전에 이미 화순과 위미에서 마을공동체를 분열시키면서 큰 갈등과 소동을 일으켰었습니다. 화순과 위미
주민들은 열심히 싸워 결국 이 군사기지를 자신들의 마을에서 좇아냈지만 이 괴물은 죽지 않고 다른 희생제물을 찾아 돌아다니다 강정마을을 새로운 제물로
삼았습니다. 만일 화순과 위미 주민들이 해군기지가 자신들의 마을에만 세워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조금 더 나아가 평화의 섬 제주도의 그 어느 곳에도 세워져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계속적으로 투쟁해 주셨다면 제주도에 더 이상의 군사기지는
세워지지 않았을 거고 강정마을의 비극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겁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정의 공군기지
건설반대운동은 평화에 기여한 성공적인 지역사회운동이었지만 그 운동의 불씨를 제주 전역으로 퍼뜨릴 수 있는 잠재력을 충분하게 펼치지 못한 채 사그라진
아쉬운 운동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군사기지건설을 저지하는 운동들은 평화운동이라기보다는 혐오시설을 자기
마을에 세우지 않겠다는 님비현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쫓겨난 괴물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고 더욱 강해져 역습을 하게 됩니다.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이 대정에는 다시금 공군기지가 들어올
것으로 확신됩니다. 유유상종이라고 군사기지는 또 다른 군사기지를 부르기 마련이니까요. 늦음 감이 있지만 대정의 영웅들이 다시 일어나셔야 합니다. 강정을
막아야 대정도 지킬 수 있습니다. 화순에 세워진 케이슨 제작창도 우리가 함께 막아야 합니다. 자신들도 해군기지건설로 아픈 시간을 겪은 마당에 어떻게 이웃마을에 지어지는 해군기지의 케이슨 제작창을 마을
한 복판에 세워줄 수 있습니까? 이것은 인륜에 맞지 않는 불의한 일 아닙니까? 지금까지 우리는 마을 이기주의의 벽을 넘지 못해왔습니다. 군사주의라는
괴물은 우리의 이런 연약한 현실을 잘 알고 마을을 각개격파해 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지역이기주의의
벽을 허물고 하나의 제주도, 군사기지 없는 평화의 섬 제주도를 실현하기 위해 단결해야 할 때입니다. 이번 대정에서 만나 뵙는 분들이 함께 손을 잡고 제주도민들을 하나되게 하고 전쟁과 죽음을 불러들이는 군사기지들을
퇴출시켜 제주도가 진정한 세계평화의 섬이 될 수 있도록 다짐해 주시기를 빕니다.
제주해군지기건설을 반대하여 투쟁하다가 투옥된 양윤모, 김영재, 박도현, 세 사람의 평화수감자들을 대신하여 인사 드립니다. 다시는 제주도에 이런 군사주의의 희생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제주도를 군대 없고, 군사기지 없는, 군용기의 기착도,
군함의 기항도 할 수 없는 평화의 섬으로 만듭시다.
2013년 8월 11일
제주교도소에서
송강호 올림
첫댓글 홧팅합니다.
아자아자~~~!!!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