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 떴다. 지난 8월 1일 광화문광장 개장 이후 행정의 중심인
광화문이 이제 시민들의 쉼터가 되었다.
서울시는 광장 개장 후 일주일만에 약 100만 명의 시민이 찾았다고 발표했지만
광화문 사거리 근처만 구경하다 집으로 향한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광화문만큼 풍요로운 즐거움을 주는 곳이 또 있을까?
건물 사이로 난 골목 안쪽엔 대를 이은 맛집들이 숨어있고
신사동 가로수길 부럽지 않은 그림 같은 카페들도 곳곳에서 커피 향을 피어 올린다.
미술관에서 여는 갖가지 전시회들은 시민들의 문화탐험을 아낌없이 돕는다.
아는 만큼 맛있고 즐거운 곳, 바로 광화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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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광장이 문을 연 후 광화문은 사람·문화·역사가 하나되는 거리가 됐다. 사진은 광장을 여유롭게 산책하는 김수연(22), 박진(24·사진 왼쪽)씨.
광화문은 조선 개국과 한양 천도, 해방과 민주화 혁명 등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이 스쳐갔던 곳이다.
역사적인 장소에 걸맞게 골목 어귀에는 대를 이어 맛의 비법을 전수해온
전통의 맛집들이 적지 않다. 또한 아이들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족을 위한 레스토랑과 연인들이 차 한잔 나누며 추억 만들기 좋은
카페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직장인과 어르신 위한 대를 이어온 맛집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과 트렌디한 슈트로 멋을 낸 직장인들이 어깨 부비며 식사하는 곳,
바로 광화문의 전통 맛집들이다.
용금옥(02-777-1689 중구 다동 165-1) 입구에 가면 식당 간판 위에
'Since 1932'라는 선명한 문구를 볼 수 있다.
77년째 3대를 이어 영업 중인 이곳의 주 메뉴는 서울식 '추탕'(9000원). 미꾸라지만으로
육수를 내는 남도식 추어탕과 달리 소내장으로 우린 국물에 미꾸라지를 넣어 끓인다.
칼칼하면서 깊고 깔끔한 맛이 일품.
광화문 미진(02-777-1954 종로구 종로1가 24 르메이에르타운 1층)은 메밀국수 전문 집이다.
1954년 청진동에서 문을 열고 50여 년간 영업해오다 지난 2008년 4월 현재의 장소로 이전했다.
다른 때도 손님이 많지만 여름이면 특히 메밀국수(6000원)를 맛보기 위해 입구 앞에는
사람들로 20~30m 줄이 늘어선다. 이곳의 진하고 달콤한 가다랑어 육수 맛이
더위로 달아난 입맛 잡기에 제격이기 때문.
교보문고 정문 앞, 피맛골 초입에 있는 열차집(02-734-2849 종로구 청진동 302)도
57년째 빈대떡의 맛을 이어오고 있는 곳. 주요 메뉴는 빈대떡(1만원). 돼지기름으로
고소하게 구워낸 빈대떡 3장이 접시에 얌전하게 나온다.
함께 나오는 어리굴젓을 얹어 먹으면 좋다.
◆가족을 위한 맛집
스파게티 전문점 뽐모도로(02-722-4675 종로구 당주동 22-1)는 찾아오는 마니아들의
수가 대를 잇는 맛집에 결코 뒤지지 않는 곳이다. 1994년 문을 열었으니
역사도 만만치 않다. 당시 신라호텔 조리과장으로 일했던 박상준(55)씨와
동료 김갑진(55)씨가 '스파게티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을 만들자'라고
의기투합한 것이 오늘의 뽐모도로를 만들었다. 셰프이자 대표인 이 두명이
번갈아가며 주방을 지키는 것이 변함없는 맛의 비결이다.
'새우와 마늘크림 소스의 스파게티'(1만3000원)가 인기 메뉴다.
조선일보 미술관 맞은편의 씨스퀘어(중구 태평로1가 61-21) 1층에 있는
중식 레스토랑 루이(02-736-8889)는 TV 요리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유명한
중식 셰프 여경옥씨가 요리와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곳.
여 대표는 신라호텔에서 수석주방장으로 23년간 근무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루이에
고스란히 바쳤다. 평소 고객이 자주 찾는 메뉴만 엄선해 요리 수를 줄이는 대신
서비스의 질과 요리의 완성도를 높였다. 삼선 누룽지탕(4만원, 부가세 별도),
팔진볶음밥(7000원, 부가세 별도)이 인기 메뉴. 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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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뽐모도로의 '새우와 마늘크림 소스의 스파게티' 2.어딕션플러스의 '토마토 루꼴라 피자' 3.광화문 미진의 '메밀 국수' 4.카페 아모카의 '고르곤졸라 치즈 파니니 샌드위치' 5.용금옥의 '추탕' 6.열차집의 '빈대떡'
◆연인을 위한 맛집과 카페
씨스퀘어 1층에 있는 어딕션플러스(02-737-0005)는 격식을 차리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인테리어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은 실내는 넓고 편안하다.
주방을 터서 손님이 셰프의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레스토랑 앞에는 작은 테라스를 설치해 야외에서 식사하기 원하는 손님도 배려했다.
파스타와 피자가 주요 메뉴. 돈콜리오네 앤쵸비-마늘향의 새우 브로콜리 올리브
오일 스파게티 (1만7000원)가 손님들이 특히 좋아하는 메뉴다.
청계천광장에 인접한 파리크라상 키친 무교점(02-773-8208 중구 무교동 77번지)은
레스토랑과 베이커리를 결합한 곳. 간단하게 커피 한잔과 쿠키를 맛볼 수도 있고,
샐러드, 스테이크, 파스타 등으로 제대로 차린 정찬을 먹을 수도 있다.
셰프가 직접 테이블까지 들고 와 불을 붙여 녹인 치즈를 얹어 주는 레지아노 파스타
(1만9200원)와 지글지글 끓는 채로 나오는 뚝배기 파스타(1만7800원)가 인기 메뉴.
청계천을 거닐다 광교 사거리 횡단보도에 이르면 백설공주와 난쟁이가 숨어 있는
커다란 버섯 숲을 만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테마파크 같기도 한 이곳은 대우조선
해양빌딩 1층에 있는 카페 드 마린(02-756-5534, 중구 다동 85)이다.
버섯 숲을 테마로 꾸민 테라스에서 차를 마셔도 좋고, 커다란 요트 모양으로
디저트 코너를 마련한 실내에서 다양한 쿠키와 초콜릿 등을 맛볼 수도 있다.
갖가지 와인과 맥주도 판매한다.
씨스퀘어 2층의 카페 아모카(02-723-8882)는 운치 있는 광화문 뒷골목을
테라스에서 감상하며 제대로 볶은 원두향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
신선한 원두를 강하게 로스팅한 아메리카노(6000원)는 향과 맛이 진하면서 뒤끝은 부드럽다.
아모카 고르곤졸라 치즈 파니니 샌드위치(8000원 부가세 별도) 등은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다.
◆그밖에 놓치면 아쉬울 맛집
오랜시간 영업하며 맛과 관록을 지켜온 노(老)식당들도 광화문 골목 어귀에 숨어있다.
원조할머니 낙지센타(02-734-1226, 종로구 청진동 265)는 낙지볶음으로
43년 간 노하우를 쌓아온 박무순(93)씨가 운영하는 곳.
칼칼한 낙지볶음(1만6000원)과 조개탕(1만원)이 대표 메뉴.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있는 삼전(02-735-1748, 종로구 당주동 15-7)은 회전초밥으로
유명한 집이다. 18년 동안 영업해온 곳. 실내는 작고 허름하지만 맛이 좋아
점심시간이면 제법 긴 줄이 늘어선다.
20여년간 영업해온 원대구탕(02-732-7473, 종로구 서린동 127)은 광화문 인근의
샐러리맨들이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특히 자주 찾는 집이다. 시원한 대구탕(7000원)
한 그릇이면 전날 회식으로 쌓인 숙취가 말끔히 풀린다.
육수와 대구의 맛이 제대로 밴 무도 별미다.
세계 각국의 요리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곳 또한 광화문이다.
특히 서울파이넨스센터(중구 태평로 1가 84) 지하 1, 2층에는 인도, 이탈리아 등
다양한 세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모여 있다.
강가 무교점(02-3783-0610)은 인도 요리 전문점. 팔락파니르,
달부카라(각 1만5000원), 탄두리치킨(2만원) 등이 인기다.
라 보테가(02-3783-0635)는 스페인,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의 요리를
한 자리에 모은 레스토랑이다. 치즈 퐁듀(5만원), 비프 퐁듀(6만원) 등
스위스 요리 퐁듀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난시앙(02-3789-0874)은 육즙이 가득 들어 있는 중국 전통 만두 '소롱포'를 전문으로
제공하는 레스토랑. 모양도 맛도 제각각인 소롱포들을 맛보는 것도 즐겁다.
광화문에는 지갑이 얇은 이들을 위한 비교적 저렴하면서 맛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음식점도 있다. 23년 동안 깡장(양파, 풋고추 등을 넣고 되직하게 끓인 비빔된장)의
깊은 맛으로 승부해온 깡장집(02-720-6152, 종로구 당주동 5로얄빌딩 지하 1층)도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깡장은 물론 청국장,
해물된장(각 5000원)도 인기 메뉴다.
명동칼국수(02-737-3034, 중구 태평로 1가 62-7)도 저렴하게
칼국수(5000원)와 만두(5500원) 등을 맛볼 수 있는 곳.
낙지볶음(1만5000원)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첫댓글 깡장은 아는 사람이 제법 많다데요. 우리도 한번 광화문 놀러가서 맛놀이도 해봤음 합니다.
메밀국수 전문집 '미진'도 줄서서 기다려야 먹는 맛있는 집이라고 인터넷에 떠들석 하던데 한번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