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하한액 4년 만에 인상 월급 200만원대 실수령액에 근접 수급자격만 채우고 ‘일 그만’ 늘어 전문가 “수급 요건 더 까다로워야”
수도권에서 주유소 4곳을 운영하는 김모 씨(67)는 지난해 직원 16명 가운데 절반가량을 다시 뽑아야 했다. 직원을 새로 뽑으면 8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난 뒤 “그만두겠다”고 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일하면서 월급 230만 원 받기보다 놀면서 실업급여 180만 원 받는 게 낫다”며 “실업급여 수급 자격(180일 근무)만 채우고 그만두려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직원은 일부러 해고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태업을 하는 식으로 해고를 유도했다. 현행법상 스스로 그만두는 ‘자발적 퇴사’는 실업급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실업급여(구직급여) 하한액이 4년 만에 인상됐다. 월 기준(30일)으로 환산하면 매달 최소 184만7040원이다.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이와 연동되는 실업급여 하한액도 6년 새 32.2% 올랐다.
● 최저임금 인상에 실업급여 하한액 급등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실업급여 하루 하한액(8시간 근무 기준)은 6만1568원이다. 실업급여는 직전 평균 임금의 60%를 받지만 저임금 근로자를 배려하기 위해 하한액을 둔다. 정부는 ‘최저임금의 90%’였던 하한액을 2019년 최저임금의 80%로 낮췄다. 2018, 2019년 연속 최저임금이 1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하한액을 기존보다 깎을 수는 없어 2019∼2022년 4년간만 한시적으로 하한액을 6만120원으로 동결했다.
하한액이 2017년 월 139만7520원에서 2019년 월 180만3600원으로 오른 뒤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타는 ‘실업급여 의존자’가 늘었다. 월급이 200만 원대 초반인 영세 기업에서는 4대 보험료 등을 뺀 실수령액과 실업급여 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실업급여는 실직 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한 뒤 ‘비자발적’으로 퇴사해야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