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시설 답사에 나선 한국인들을 입국 거부해 외교적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시민모임, 공동대표 이국언·김선호·김정훈)에 따르면, 3일 오전 9시20분께 나가사키 공항에 도착했으나 오후 1시 현재까지 4시간째 입국을 거부당해 공항에 발이 묶여 있다.
이국언 상임공동대표는 “입국 심사 과정에 우리 명단을 따로 제껴 놓았다. 관계자로부터 몇 가지 조사와 사실 확인을 했다”며 “방문 목적, 행선지, 시민모임은 어떤 단체인지, 유네스코 등재 관련 반대 활동 계획, 비난 성명서나 언론 기자회견 계획, 현수막 휴대 여부 등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1시간 정도 지체돼 후쿠오카 총영사가 여러 차례 통화했는데, 출입국 심사국에 자초지종을 묻고 이의를 제기해서 곧 조치가 될 것으로 보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면서 영사관과 외교부에 기대를 걸었다.
시민모임은 3일~7일 3박4일 일정으로 20여명이 일제 강제징용 시설인 나가사키 지역의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조선소, 미쓰비시광업 하시마탄광, 미쓰비시광업 다카시마탄광 등 미쓰비시 재벌 3개 사업장을 비롯한 강제징용 시설을 답사할 예정이었다.
아베 일본 정부는 최근 일련의 강제징용 시설을 ‘유네스코 산업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모두 23곳 가운데 8곳이 나가사키 지역에 집중돼 있다.
특히 미쓰비시 소유 해저 탄광으로 운영된 하시마탄광은 섬 전체가 군함을 닮았다 해서 ‘군함도’로 알려져 있으며, 작업자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일본 최초 철근 콘크리트 아파트가 세워지기도 했다. 이곳에 동원된 노무자들 가운데 가혹한 노동을 피해 탈출을 시도하다 익사한 경우도 많았다.
하시마에서 5km 거리에 있는 다카시마탄광도 ‘살아서는 돌아오지 못하는 곳’이라 해서 ‘지옥섬’이라고 불리는 악명 놓은 곳이었다.
하시마·다카시마 탄광에는 중국인 노무자도 다수 동원돼 혹사당한 곳으로, 일본 정부가 이런시설을 유네스코 산업유산 등재를 추진하려 해 중국 정부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