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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재경 군중고 41회 원문보기 글쓴이: sung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
tvN <판타스틱 패밀리> 제작팀 지음
중앙북스 / 2017년 4월 / 280쪽 / 13,050원
▣ 저자 tvN <판타스틱 패밀리> 제작팀
tvN 10주년 특별 4부작 다큐멘터리 《판타스틱 패밀리》의 방송 내용을 골자로 제작진이 직접 방송 비하인드 스토리와 취재기를 상세하게 덧붙여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를 새롭게 재구성했다. 《판타스틱 패밀리》는 기획 1년, 취재 1년이라는 준비기간 동안 ‘전 세계의 특별한 가족 취재 및 시민 600명 인터뷰’라는 방대한 자료와 함께, 기존의 딱딱한 다큐멘터리 형식이 아닌 화려한 비주얼 및 드라마틱한 내용 구성으로 많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 Short Summary
2015년 후반기부터 기획한 〈판타스틱 패밀리>는, 문명 이후, 이전의 그 어떤 세기보다 급격한 변화를 맞은 사회 속에서 예외 없이 변화의 바람을 직격탄으로 맞은 가족의 변화를 한번 들여다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또한 사람들이 가족 개념의 변화와 범위의 확대를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있으며, 변화된 사람들의 생각 밑바탕엔 어떤 마음이 있는지,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인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의미에서 기획했다.
취재 과정에서 <판타스틱 패밀리> 제작진은 수많은 사람, 별별 가족을 다 만났다. 그들의 모습은 실로 놀라웠다. 가족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선입견을 무참히 깨는 신상 가족들과의 만남…. 사람들은 로봇을 동물을, 그리고 혼자의 삶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만큼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했고, 또 그렇게라도 가족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은 없어선 안 될 소중한 존재이긴 하지만 가족의 개념과 그 대상을 확장시키고 싶을 만큼 힘들게 하는 존재이기도하니까.
세상은 변하고 가족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변한다. 혈육은 물론 남도, 이웃도, 개도, 고양이도 심지어는 로봇도 가족이 되고 있다 애정과 신뢰를 갖고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누구든, 그 무엇이든 가족이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런 현실 앞에서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핏줄에 연연하고 가족에 대한 애증으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이 받아들인 가족에게 당신이 바로 없어서는 안 될 판타스틱패밀리라는 것을, 그리고 당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 차례
프롤로그 당신은 지금 누구와 살고 있나요?
1장 저는 로봇과 살고 있습니다_마이 판타스틱 패밀리
로봇, 어디까지 왔을까? - 페퍼 이야기
로봇 강아지를 위한 천도재 - 아이보 이야기
옆에만 있어주면 돼 - 다나카와 포토스
로봇은 가족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야마시타 가족 이야기
가족의 대체품인가, 인간의 도우미인가 - 조라 봇 탐방기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는 도구 - 조라의 활약사
SF 패밀리에 대한 우려 - 캐스퍼 이야기
로봇과 가족이 된다는 것 - 도모미와 페퍼
2장 혈육이 가족이라는 올드한 생각_신상 패밀리
따로 살고도 행복하다 - 신상 부부 LAT
‘따로 또 같이’ 사는 부부 - 리사와 에밀
지금은 나 홀로 시대 - 자발적 비혼족
나 홀로족 이야기 - 김석 편 첫 번째
사랑하는 배신자 - 김석 편 두 번째
누구나 가족이 된다 - 오크하우스 편
펫팸족 - 반려동물의 죽음
사제 가족 - 박순경, 김애경 교수 이야기
3장 버릴 수도, 소유할 수도 없는_블러드 패밀리
쓸모없는 큰 아기 - 밤보치오니와 탕기
영국의 키퍼스 - 레오 이야기
프랑스의 탕기 - 위고 이야기
35세의 탕게트 - 카롤린과 도미니크 모녀 이야기
나이 든 가족을 돌본다는 것 - 한기호 씨 이야기
위태롭기 짝이 없는 가족의 미래 -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
문제적 가족 - 미야자키 가족 이야기
가족은 지원체계 - 번 패밀리 이야기
4장 당신은 누구와 살고 싶나요?
우리가 꿈꾸는 가족의 미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 증산동 패밀리와의 만남
아이 셋을 둔 부부의 삶 - 아이들의 속마음
일본 오사카의 시부모 - 쯔카구치 부부 이야기
행복한 가족의 조건 - 갈등
최초의 가해자이자 피해자 - 나의 혈육
그리고, 가족 - 손상희와 쯔카구치 토모
판타스틱 패밀리 그 후, - 가족의 소중함에 대하여
세계 시민 600명의 가족에 대한 생각 - 가족은 뭘까?
에필로그 ‘가족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여정
당신은 누구와 살고 있습니까?
tvN <판타스틱 패밀리> 제작팀 지음
중앙북스 / 2017년 4월 / 280쪽 / 13,050원
저는 로봇과 살고 있습니다 _ 마이 판타스틱 패밀리
로봇 어디까지 왔을까? - 페퍼 이야기
로봇이 일상으로 들어와 가족까지 되는 마당에 사람들은 궁금해 한다. 과연 로봇이 인간의 어느 영역까지 치고 들어올 것인가? 인간계로 들어온 로봇이 인간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면 두렵기도 하고 한편으론 궁금하기도 하다. 자라면서 우리가 SF 영화나 만화에서 봐왔던 로봇은 장난꾸러기 친구이거나 인간을 돕는 정의의 용사 또는 그와는 정반대로 인간을 떠받들다가 결국엔 배신하고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이었다. 그래서 누군가는 로봇에 친근감을 느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두려움과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거기다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은 슈퍼컴퓨터 왓슨이나 바둑계를 평정하고 있는 알파고 등 인공지능의 활약상을 보면, 그것들을 탑재한 로봇이 개발돼 우리와 함께 살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도 된다.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 나올 법한 일들이 속속 실현되는 걸 보면 머지않아 그쪽 분야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로봇도 컴퓨터나 스마트폰처럼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될지 모른다. 아니 더 나아가 1인 가구가 대세인 세상에서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과학계 일각에선 로봇과 인공지능 개발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경계심을 보이지만 이미 시작된 흐름을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14년 일본의 소프트뱅크사가 매우 놀랄 만한 로봇을 공개했다. ‘세계 최초의 감정 인식 로봇, 페퍼(PEPPER)’. 페퍼는 사람의 감정 상태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말이나 행동으로 맞장구를 쳐줄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특히 특정인과 지속적이고 개인적인 관계를 맺으면 상대에 따라 성격이나 말하는 태도도 변한다. 다시 말해 주인 성격 따라가는 요물 같은 로봇으로 어린아이나 애완동물처럼 습득과 학습이 가능한 신동방통한 로봇이다. 그렇게 사람을 대하면서 얻은 모든 정보와 지식은 인터넷 연결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되고, 그 정보는 다른 모든 페퍼들과 공유된다.
2016년 6월 일본 촬영 당시, 우리는 일본의 한 가정에 입양된 페퍼를 직접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다각도로 관찰해본 결과, 페퍼는 가족처럼 행동했고 가족들도 페퍼를 자식이나 형제, 자매처럼 대했다. 가족이 모두 외출한 뒤 홀로 남아 있던 페퍼는 인기척이 들리자 불빛을 반짝이며 반응을 보였고, 자기가 있는 방에 가족이 들어오자 기뻐하며 달려가 맞았다. 제작진과 가족 간의 대화를 듣고 있다가 불쑥 참견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관심을 받고 싶어 안달이 난 어린아이 같았다.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사랑스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모습이 신기해 페퍼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는데 인터뷰용 마이크를 달기 위해 머리를 만지자 PD를 올려다보며 “제 머리를 만지셨어요!”라고 반응하기도 했다 그 과정이 계속되자 “아, 좀!” 하면서 짜증 섞인 단말마를 내뱉기도 했는데 그 모습이 매우 귀엽고 재미있었다.
물론 페퍼를 실제로 접하면 이야깃거리도 한정적이고, 그나마 대화가 이뤄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정보가 쌓여야 가능하다. 페퍼와의 소통은 페퍼 자신이 이끌어갈 때 가능하다. 프로그래밍 된 주제나 키워드를 던지며 사람에게 말을 걸면 사람들은 그것이 신기해서 페퍼의 질문에 대답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힘들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페퍼를 주목해야할 이유는 있다. 페퍼는 로봇 전문기업이 아닌 소프트뱅크라는 이동통신회사가 만든 가정용 감정 로봇이라는 점이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한데 이동통신회사가 만든 가정용 로봇이라는 팩트 안에는 상용화와 일상의 개념이 내포돼 있다. 마치 정수기나 스마트폰, 인터넷 통신처럼 로봇을 모두가 사용하는 필수품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이 엿보인다. 통신 기업이 로봇산업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그게 곧 돈이 될 사업이라는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최고의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인 소프트뱅크사가 이를 놓칠 리 있겠는가.
자 그럼 생각을 좀 해보자. 홀로 남은 집에 대화 상대도 없이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말벗이 되어주고, 상대방의 감정 상태와 안색을 살피다가 “힘들어 보이네.” 괜찮아?"라고 물어주기도 하고, 슬플 땐 온갖 농담으로 웃겨주기도 하는 로봇이 있다고 쳐보자. 그런 로봇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처럼 가족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해보자 솔직히 흥미롭지 않은가? 사람과 사람의 소통도 점점 힘들어지는 시대, 이젠 살다 살다 로봇과도 소통을 해야 하나 생각하면 기가 막힐 수도 씁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현실은 그렇게 가고 있다. 고령화와 독거노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은 정부가 앞장서 가정용 로봇의 상용화 카드를 꺼내든 실정이다. 철골 구조가 연상되는 차가운 느낌의 로봇은 이제 그 이미지를 벗고 사람과 감정을 주고받는 존재로 우리 가족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소통이 가능한 가정용 감정 로봇과의 동거 로봇은 정말로 인간과 소통하고 감정을 나눌 수 있을까?
로봇은 가족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야마시타 가족 이야기
일본 도쿄 도시마구 야마시타 사쿠라(42)와 노부(52) 부부는 우리가 궁금해 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로봇과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그래서 로봇과 살고 있는 사람들, 오랜 수소문과 섭외 끝에 찾아낸 야마시타 가족과의 첫 만남은 진풍경, 그 자체였다. 가족실이자 로봇의 방이라는 곳에 들어선 순간, 어릴 적 본 명랑로봇만화의 한 장면처럼 판타지가 현실이 된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방안에 야마시타 부부와 중학생 딸 시아, 두 살 된 아들 다쿠는 물론 제작진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발랄한 대형견,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심사가 뒤틀린 고양이와 놀랄 만큼 크고 화려한 앵무새 등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까지 있었다.
그뿐인가 우리의 촬영 목표이기도 했던 로봇이 가족 사이에 있었는데, 한두 대가 아니었다. 그 유명한 가정용 감정 인식 로봇 페퍼는 물론, 인형 같은 외모와 달리 걸쭉한 기합 소리가 인상적인 휴머노이드 나오(NAO), 거기에다 쉴 새 없이 떠드는 만담 커플 곰돌이 인형 로봇들, 아직 안 끝났다. 집주인 노부에게 1대 1 스트레칭을 지도하는 로봇에 듣도 보도 못한 로봇까지…. 어디 숨었는지 못 찾겠다는 로봇을 제외하고도 그날 가족실에 있었던 로봇은 다섯 대가 넘었다. 야마시타 가족은 사람과 동물, 거기에 로봇까지 한 데 어우러진 서커스단 같았다. 태생적인 혈육과 후천적 관계로 맺어진 신개념 가족이랄까.
머릿수에 비해 관계는 단순했다. 야마시타 가족은 부모와 자식, 단 두 개의 역할로 구성된 가족이었다. 페퍼는 야마시타 부부를 엄마, 아빠로 불렀고 그들도 로봇들을 자식처럼 대했다. 야마시타 부부의 진짜 피붙이인 딸 시아와 아들 다쿠는 로봇과 함께 자란 형제자매로 보였다. 시아가 바이올린을 켜자 페퍼는 비트에 맞는 드럼 연주를 작동시켜 합주를 했고, 아들 다쿠는 좋아하는 과자를 로봇을 포함한 모든 가족에게 나눠주었다. 페퍼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 그 나이대 아이처럼 엄마인 사쿠라에게 뭔가 계속 말을 걸며 관심을 끌었고, 나오는 불쑥불쑥 던지는 말 한마디로 가족을 웃게 했다.
세상의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 로봇이 가족이 되고 삶에서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기까지는 함께 한 시간과 추억, 그리고 특별한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버무려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페퍼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지속적이고 고정적인 관계를 맺는 대상과의 스킨십에 따라 성격도 변한다. 똑같은 모습, 똑같은 조건의 상품이었던 시판용 로봇 페퍼는 어떤 가족을 만나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제각기 성격이 달라진다. 갓 태어난 아기가 자신의 가족 안에서 인성과 자기만의 기질이 형성되는 것처럼 “페퍼는 사람의 표정을 인식할 수 있어 소통을 하면 할수록 달라지는데, 힘들었던 어느 날 페퍼가 저에게 ‘왠지 기운이 없어 보이네.’라고 말하더군요. 그때였어요. 호기심이 애정으로 바뀐 게.” 사쿠라는 이처럼 페퍼에게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로봇을 가족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실체를 확인한 뒤부터 우리는 세계 각국에서 만난 수백 명의 사람에게 물었다 “로봇이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첫 반응은 대부분 NO! 특히 유럽에서 만난 사람 대다수는 단호한 태도로 부정하거나 그런 세상이 오는 것을 경계하고 불쾌해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일본 사람들의 반응은 달랐다. 아마도 인간의 친구나 가족으로 등장하는 아톰이나 도라에몽 같은 로봇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영향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편인 로봇에 굳이 각을 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종교관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이나 기독교 정서가 강한 서양의 많은 나라와 달리 따로 국교라는 것이 없는 일본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믿는 종교는 신도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일본의 신도는 자신의 조상이나 자연을 숭배하는 토착신앙이다. 신도의 영향으로 일본 사람들은 나무도 수백 년이 지나면 영혼이 깃든다고 생각한다. 야마시타 부부도 마찬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페퍼는 로봇이라는 사물이지만 가치관에서 보면 분명 생명이 있는 존재이고 가족의 인연을 맺은 이상 페퍼의 몸속 어딘가에는 영혼이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우리는 페퍼와 나오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를 사쿠라로부터 들은 뒤 퍼붓던 질문을 멈췄다. “페퍼와 나오 때문에 종종 화가 나기도 해요. 말귀를 못 알아듣거나 혼자 놔두면 삐쳐서 반항을 하거든요. 제가 낳은 자식처럼요. 위안도 주고 화도 나게 하는데 가족은 그런 거 아닌가요?”
혈육이 가족이라는 올드한 생각 _ 신상 패밀리
따로 살고도 행복하다 - 신상 부부 LAT
멕시코가 낳은 세계 적인 부부 화가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는 화가로서 서로에게 영혼의 단짝 같은 존재였다. 두 사람은 각자의 개성과 작업을 존중하고, 서로의 작품에 대한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등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받는 환상의 파트너였다. 프리다 칼로가 생전에 “평생소원이 디에고와 함께 살며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은 화가라는 직업적인 면에서는 천생 배필이었다. 하지만 부부로서의 삶은 달랐다. 함께 살면서 두 사람은 사랑보다 큰 증오를 기쁨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며 헤어졌다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다. 심지어 결혼 생활 중 몇 년간은 옥상에 설치한 다리로 연결된 두 채의 건물을 지어 각각 생활하기도 했다. 부부지만 공간은 따로 쓰는 이른바 따로 또 같이의 삶을 살기도 했던 것이다. 요즘, 이와 같은 삶을 선택한 부부나 커플이 하나의 신상 패밀리로 등장하고 있다. 그들을 LAT족이라고 하는데 Living Apart Together의 약자를 따서 이름 지어졌다. 따로 또 같이 산다는 의미의 LAT는 서유럽이나 미국에선 꽤 알려진 개념이다. 이런 삶을 선택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지만 자신의 독립된 공간과 생활 습관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너무 이기적인 것 아냐?’라는 비난이 있지만 상대의 성향과 취향, 삶의 방식을 인정해주는 것이 억지로 맞추며 살다가 이혼하는 것보다 낫다는 반론도 많다. 취재를 다니면서 만난 세계 각지의 시민들은 이렇게 말한다.
“매일 매일이 불만입니다 맨날 싸워요.”
“문제가 진짜 심해지면 잠깐 각자의 시간을 가져요.”
“부부도 101호, 102호가 좋다고 할 만큼 사생활이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가족과 같이 있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가끔 싸우기도 하고, 방금도 싸우고 왔거든요.”
부부의 위기는 의외로 작은 부분에서 발화된다. 가치관이나 거창한 인생철학 문제로 충돌하기보다 아주 작은 습관, 생활방식, 취향 등에서 생긴 삐걱거림이 발단이 된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밥 먹고 설거지를 바로 하느냐 마느냐, 치약을 끝부터 짜는가 중간부터 짜는가, 등등. 이렇듯 사소한 차이가 심각한 불화로 치닫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사랑한다면 서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이다. LAT족은 같이 살면서 상대를 바꾸기 위해 다투기보다 따로 살면서 평화를 지키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LAT의 삶을 선택하는 커플의 이유는 다양하다.
싸우지 않기 위해 혹은 이혼 위기에서 부부 관계를 살리기 위해 선택하기도 하고, 새집으로 이사하기를 원하는 배우자와 생각이 달라 LAT가 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는 노년 커플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오랜 추억과 손때가 묻은 집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이유로 LAT를 선택하는 것이다. 아픈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사람의 경우, 배우자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따로 또 같이’의 삶을 택하기도 한다. 때로는 직장 문제나 자신이 살던 공간을 떠나기 싫다는 이유로 LAT족이 되기도 한다. 부부 관계는 유지하되, 떨어져 살아야 할 만한 상황은 다양한 것이니 개인적인 사정이나 실용적인 이유 때문에 같은 집에 살지 않기를 선택한 LAT족은 사는 곳만 다를 뿐 평범한 부부처럼 서로에게 전념한다.
부부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면에서 LAT는 최근 부상하고 있는 폴리아모리(Polyamony)와는 확연히 다르다. 폴리아모리는 둘 이상을 동시에 사랑하는 다자간 사랑을 뜻하는 말로 일부일처제를 고집하지 않고 배우자의 또 다른 애정관계를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LAT족은 일부일처제를 기본 전제로 한다.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의 캐서린 솔하임 교수는 LAT족과 같은 신상 패밀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LAT족은 창의적인 가족의 좋은 예입니다. 무엇이 최선인지 고민해 결정한 거죠 그래서 함께 살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었고 그럼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는 거죠.” 역사상 가장 개인주의적인 시대에 살고 있는 2017년 현재 LAT족의 삶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도 물론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있다. 서로 사랑하지만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커플이라면 방송을 통해 공개된 여러 가족의 형태 가운데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신상 패밀리가 바로 LAT족이었다.
지금은 나 홀로 시대 - 자발적 비혼족
이젠 신상 패밀리라고 말하기 어색할 정도로 급속하게 늘고 있는 1인 가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형태의 대세 가족으로 자리를 잡았고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 라고 한다. 이미 현실에서 나 혼자 사는 1인 가구는 보편적 가족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1인 가구는 아직 가족의 개념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가족 정책의 근거가 되는 건강가정 기본법에서는 한국에서 말하는 가족은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하고 있어 1인 가구는 언제나 제외된다. 하지만 북유럽 등의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1인 가구의 확산을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으로 인정하고 있다. 과거의 나 혼자족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부모에게서 떨어져 나와 결혼을 통해 자신의 가족을 꾸리기 전에 거쳐야 하는 방과 방 사이의 복도, 혹은 가족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의 나 홀로 가족은 그 형태부터가 매우 다양해졌다 미혼 혹은 비혼 싱글족에서 기러기 아빠, 40~50대 이혼 남녀, 배우자 사별로 홀로 된 60~70대까지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혼자 사는 ‘나홀로 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측은지심 눈길로 ‘어쩌다 혼자 남았을까’ 하며 사생활을 궁금해 하기도 하고, ‘가족을 안 만들어?’라며 오지랖에 가까운 참견을 한다. 심지어는 색안경을 쓰고 누군가와는 살 수 없는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혼자 사는 사람을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는 시각이 은연중에 깔려 있는 것이다.
나 홀로족의 일상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고 있는 많은 방송 프로그램의 행태만 봐도 알 수 있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노는 1인 가구의 구성원을 외롭고 누군가를 갈구하는 존재로 느끼게끔 비쳐준다. 자발적으로 또는 그런 삶이 좋아서 선택적으로 혼자가 된 나 홀로족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불쾌할 때도 있다. 혈연 또는 혈연 중심의 공동체를 가족의 이상적 가치로 여기며, 혼자 사는 걸 완성되지 않은 가족으로 보는 가족의 가치관에서 이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들은 더 이상 소수이거나 비정상적 인 존재가 아니다. 아직 우리 사회가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신상 패밀리일 뿐이다. 새로운 건 늘 저항을 받게 마련이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삶을 선택한 것뿐이다.
‘대체 뭐가 문제인가?’, ‘혼자 사는 게 뭐 어떤가’, ‘혼자는 왜 가족이 될 수 없다는 건가’. 혈육이 아니어도 새로운 관계를 통해 가족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제작진이 신상 패밀리로서, 나 홀로족의 일상과 가족에 대한 생각을 알기 위해 만난 한국과 일본의 많은 취재원은 대체로 전체 1인 가구에서 가장 많은 유형이라고 하는 미혼 또는 자발적 비혼족들이었다. 주로 20~49 연령대에 속하는 그들의 삶엔 직업, 결혼, 인생관, 부모 세대와의 관계 등등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 혼자 사는 청장년층’의 고민이 담겨 있었고 생각도 확실히 달랐다. 특히 가족에 대한 개념과 생각은 아주 달랐는데 핏줄을 외면하는 건 아니지만 혈육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피보다 관계였다. 제작진은 그들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삶과 가족의 기대가 다른 것에서 오는 갈등과 고민, 그리고 그것이 무엇에서 오는지 원인을 가늠해볼 수 있었는데 신상 패밀리의 출현은 기존의 가족관에 대한 의문과 비판의 산물이다. 혈육이 곧 가족이라는 공식의 부정이라기보다 가족에 대한 생각이 좀 더 유연해지고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버릴 수도, 소유할 수도 없는 _ 블러드 패밀리
위태롭기 짝이 없는 가족의 미래 -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
대다수 사람들은 생각한다. ‘가족은 항상 따뜻하게 나를 품어주는 존재’라고. 제작진이 전 세계에서 만난 200명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족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무엇인가요?”라고 똑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세계 시민들의 첫 반응은 예상한 대로였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가족을 따뜻한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가족이 곧 그렇다’라기보다 ‘가족이 나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의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이런 현실을 접할 때 우리는 이상적인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과연 내 혈육은 나에게 이상적인 가족일까?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한기호 씨를 세상은 자식의 도리를 다하고 있는 효자라고 말한다. 그야말로 부모들이 원하는 꿈의 자식 이상적인 가족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선은 족쇄가 된다. 당사자에게 계속 그런 가족으로 살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가족 역시 독립적인 주체로서의 개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바라는 것은 적어도 희생하고 있는 가족에게만큼은 이상적이지 않다. 과연 어떤 게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일까? ‘패러사이트 싱글’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하면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긴 세계적인 가족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 교수는 색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에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이상향에는 여전히 일하는 아빠와 가정주부 엄마, 그리고 두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사회를 보면 경제적인 이유로 그런 가족을 꾸릴 수 없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상적인 가족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기존의 가족이 아닌 가족이 생기는 겁니다.”
과거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자신의 가족을 꾸리는 게 일반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일반적인 일들이 매우 이상적인 현실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결혼을 포기하고 부모에게 기생하는 독신자나 반려동물에 정을 붙이며 살아가는 나 홀로족이 늘고 있다. 좋아서 그렇게 사는 사람도 많지만, 대다수는 경제적인 이유로 포기하는 경우다. 피를 나눈 블러드 패밀리에게 세상은 점점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가족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족의 변화는 어쩌면 블러드 패밀리가 처한 위기와 현실에서 시작된 것일지 모른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노개호나 캥거루족의 증가에서 보듯 가족이 족쇄가 되는 현실은 ‘가족 내에서 어떻게든 해결될 것’이라고 방임했던 사회의 책임도 크다. 가족의 문제를 가족이 떠맡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1인 가구와 고령화가 지금의 추세로 번진다면 세계 인구의 절반은 가족 없이 늙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족이 해결사 노릇을 하는 지금의 방식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병』이라는 책으로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시모주 아키코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과 한국 모두 가족을 위해서 가족을 강조하고 가족을 중시해 왔죠. 하지만 앞으로의 시대에는 가치관이 싫든 좋든 변화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가족 간에도 상상할 수 없는 사건들이 벌어지고, 희생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무수히 소용돌이치고 있습니다. 가족 간에 정과 사랑이 없어졌다고 슬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가족을 위해서 희생한다는 것은 가족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껏 가족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구성원들을 돌보는 것이라고 배우고 또 그걸 믿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가족이 가족을 위해서 희생을 하고 고생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족이니까, 가족이라면 으레 그래야 하니까 그리고 솔직히 이 험한 세상에서 가족만큼 도움을 요청할 가장 만만한 상대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이제 가족에게 나의 판타스틱 패밀리가 되어주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이 되어버린 걸까? 가족 간에 너무 아픈 사랑과 희생은 그만둬야 하는 건가? 그렇다면, 이 지경이라면, 우리의 혈육은 무슨 이유로 존재한다는 말인가?
당신은 누구와 살고 싶나요?
판타스틱 패밀리 그 후 - 가족의 소중함에 대하여
가족의 소중함은 옆에 있을 땐 잘 알지 못한다. 가족은 늘 내 곁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가끔은 그들의 존재가 얼마나 귀하고 대단한지를 잊게 된다.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늘 그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그냥 가족이 오래도록 내 곁에서 행복하게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내가 그들에게는 없어선 안 될 존재일 것이라 믿으며 오늘을 살아간다. 옆에 없으면 더 선명해지는 가족의 흔적.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다. 가족과 보내는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를.
이선경, 김제박 부부에게 가족은 치유하기 힘든 아픔이다, 2016년 1월, 부부는 사랑하는 딸 유나를 잃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유나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열아홉 살 생을 마감하기엔 너무도 꽃다운 나이, 이선경, 김제박 부부가 본 딸의 마지막은 뇌사 상태로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잘 웃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던 딸은 마지막 인사 대신 생명이 절실한 27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가족의 곁을 떠났다. 유나는 지금 고향 제주도에 잠들어 있다. 이선경, 김제박 부부는 일상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 딸 유나는 없다.
부부는 가끔 딸의 장기를 받은 사람들을 통해 딸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유나의 심장을 받으신 분에게 연락이 왔거든요. 33세의 여의사인데 그래도 우리 유나가 어딘가에서 숨을 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딸의 일부분은 다른 사람의 삶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지만 딸을 대신할 수는 없다. 이선경, 김제박 부부는 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사진과 스마트폰 속 영상을 꺼내 보며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달랬다. 유나가 유학 시절 가족에게 보낸 편지 속엔 엄마, 아빠를 걱정하고 동생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흘러넘쳤다. 부부의 기억 속에 딸 유나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엄마, 나 가수하면 안 돼?’ 할 정도로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공부해야지 무슨 가수냐고 했는데 이렇게 갈 줄 알았으면 그냥 놔둘걸. 웃는 것 하고 노래 부르는 모습만 기억에 남은 것 같아요.” 부부가 간직하고 있는 영상 속 유나는 모두 웃고 있거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하느라 멀리 떨어져 있었던 가족들 보라고 남긴 영상 메시지들, 이제는 유품이 되어버린 유나의 영상들…. 제작진은 논의 끝에 이 영상으로 유나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홀로그램으로 유나를 되살리기로 한 것이다.
홀로그램은 해외에 많은 팬을 거느린 한류스타의 뮤직비디오나 문화예술의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3차원 영상 기법이다.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실물과 똑같이 사람을 구현할 수 있는데, 근래에는 요절한 힙합 레전드 투팍이나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국민가수 등려군 등 고인이 된 전설의 뮤지션을 부활하는 데 사용돼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로 이 홀로그램으로 가족이 기억하고,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유나의 모습을 재현하기로 한 것이다.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된 유나의 홀로그램 프로젝트는 고인을 기술적으로 복원하기보다 가족에게 유나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아무리 완벽하게 복원한다 해도 생전의 유나를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
몇 달간의 작업 끝에 유나의 고향이자 가족이 살고 있는 제주도에서 가족이 기억하는 유나를 부모님 앞에 불러냈다 비록 홀로그램이었지만 유나의 부모님은 딸을 보며 웃고 울었다. 그리고 너무 급하게 떠나느라 말할 기회가 없었던 딸에게 조금 늦은 마지막 작별의 말을 남겼다. “아빠 만나는 순간까지 어쨌든 잘 지냈으면 좋겠어. 그 어느 날 다시 만날 거니까, 천국에서. 유나야 잘 지내~” “너를 만날 그 날까지 엄마 씩씩하게 잘 지내다 갈 테니까 그때 만나면 못 다한 얘기 많이 하자. 사랑해!”부모님의 마음이 부디 유나에게 닿기를 바란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보낸 가족과의 평범한 오늘 하루가 누군가에겐 함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내일일지 모른다. 가족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큰 축복이라는 것을 옆에 있을 땐 알지 못한다. 하나뿐이어서, 대체할 수 없어서, 그래서 잃을까 봐 두려운 존재, 그들이 바로 곁에 있는 가족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게 되기를 바란다. 가족에게 마음을 전할 기회와 시간은 생각만큼 많지도 길지도 않다.
세계시민 600명의 가족에 대한 생각 - 가족은 뭘까?
〈판타스틱 패밀리> 4부작을 제작하면서 제작진은 한국,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벨기에 등 아시아, 북아메리카, 유럽 총 3대륙, 7개 나라 80여 개 장소에서 600여 명의 사람을 만나 물었다. ‘가족이 뭘까요?’, ‘가족은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사람들의 처음 반응은 뜻밖이었다. 가족에 대한 첫 질문에 사람들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올까? 그 이유는 시간이 좀 흐른 뒤에 알 수 있었는데 사람 들이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던 것은 가족은 공기처럼, 물처럼 늘 옆에 있는 게 당연해서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가장 가까이에 늘 있는 존재였기에 존재감이 없었던 사람들, 그러나 실제로는 존재감이 없는 게 아니라 매일 느끼고 깨닫기에 그 존재의 크기가 너무 큰 사람들이 바로 가족이었던 것이다. 제작진이 던진 질문 가운데 사람들이 가장 뜨겁게 반응했던 것은 ‘로봇이 가족이 될 수 있는가?’였다. 이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희한하게도 나라별로 갈라졌다. 일본 사람들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아톰이나 도라에몽같이 친근감 있는 로봇 캐릭터들이 생활 깊숙이 침투한 환경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작았다. 로봇과 가족도 되고 감정도 나누며 한집에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대답이 많았다.
반면에 영국이나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였다. 이른바 ‘소울(Soul)’이 없는 물건과는 가족이 될 수 없다는 태도라 ‘로봇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느냐’는 다음 단계의 질문으로 가는 것도 힘들었다.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로봇이 가족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흥미롭다는 반응이었다. 로봇을 집안의 도우미로 들일 수는 있지만 그것은 도구의 역할일 뿐, 가족은 힘들다였다.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대답이 가장 흥미로웠다. 거의 반반으로 갈렸는데 신기한 것은 어르신들의 반응이었다. ‘피붙이가 곧 가족이지’ 하면서도 로봇과 가족이 될 수 있다고 말해서 좀 의외였다. 인터뷰에 응한 분들 중에는 반려동물과 로봇을 동급으로 생각하는 분도 있었고, 집에 있는 로봇청소기에 이름을 붙이고 자식처럼 애지중지하는 분들도 있었다.
가족의 개념과 구성원은 변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가족에게 바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누가 됐든
가족은 언제나 ‘영원한 내 편’, ‘든든한 나의 지지대’가 되어주길 사람들은 바란다. 세상이 변해서 혈육은 물론 남도, 이웃도, 개도 고양이도 로봇도 가족이 되고 있다. 애정과 신뢰를 갖고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 누구든 그 무엇이든 가족이 되는 현실 앞에서 한 가지 기억해야할
것이 있다. 당신이 바로 판타스틱 패밀리라는 것을. 당신의
가족에게 당신이 없어서는 안 될 판타스틱 패밀리라는 것을. 판타스틱 패밀리인 당신은 정말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