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들어서자 오른쪽 벽면에 여성용 화장품과 이온수기가 진열돼 있었다. 이 약국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브랜드는 40개가 넘고 품목은 1000여 개에 이른다.
약국 중앙 진열대에는 유기농 면으로 만든 아기 옷, 진드기 방지 침구, 유기농 소재 기저귀, 칫솔, 목욕용 거품 타월 등이 놓여 있었다. 주스와 과일 건조 스낵, 생식을 비롯해 치약, 손목 발목 지지대도 판매한다.
정태형(鄭泰亨) 약사는 “인근에 병원이 거의 없어 처방전에만 의존하기 힘들기 때문에 건강 관련 용품은 모두 도입하려 하고 있다”며 “전체 매출에서 의약품 이외 품목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고 말했다.
약국이 변신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병원 인근을 제외하고는 수입이 격감하자 건강 생활용품을 판매하며 ‘품목 다변화 전략’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 W스토어 등 의약품과 화장품, 생활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드러그 스토어(Drug Store)’가 최근 속속 등장하면서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 “없는 거 빼고 다 팔아요”
“삐∼. 음료수 1병에 1600원입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강온누리 약국에서 김민수(金敏洙) 약사가 바코드 인식기기를 이용해 제품 가격을 확인하고 있었다. 40평 규모의 이 약국에서 의약품이 차지하는 공간은 약 3분의 1. 나머지 공간에는 ‘비타민류’ ‘밴드류’ ‘계절용품’ 등 품목별 진열대를 마련해 손님이 직접 제품을 고를 수 있다.
김 약사는 “손님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약국 문턱을 낮춰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요즘에는 주스, 커피 등 캔 음료도 판매하면서 손님들 반응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 미용 관련 제품과 경영 시스템을 소개하고 서비스 교육도 실시하는 약국 체인에 가입하는 사례도 많다. 대표적인 약국 체인 ‘온누리’의 회원 약국은 △2000년 1074개에서 △2001년 1130개 △2002년 1190개 △2003년 1245개 △2004년 1300개로 늘어나고 있다.
애완견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도 확산되는 추세.
의약품 공급업체 비알팜 이광인(李光仁) 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약국에 애완견 의약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는데 현재까지 주문을 의뢰한 약국이 800개 정도 된다”고 말했다.
○ 조제 전문형-드러그 스토어형 분화
최근 도심 곳곳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올리브영, W스토어 등 ‘드러그 스토어’는 약국과 편의점, 화장품 전문점을 결합한 형태.
약과 화장품은 물론 샴푸 린스와 같은 생활용품을 비롯해 과자 음료 등을 한 번에 살 수 있어 20, 3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1999년 처음 등장한 CJ의 올리브영은 현재 수도권에 24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매장을 40개로 늘릴 계획이다.
코오롱웰케어의 W스토어는 지난해 5개 매장을 연 데 이어 6월 현재 8개로 확대했다.
올리브영이 직영점 체제로 운영되는 데 반해 W스토어는 기존 약국을 대상으로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대한약사회 김병진(金炳鎭) 이사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드러그 스토어가 보편화돼 있다”며 “병원 인근 약국은 조제에 중점을 두고 나머지 약국은 다양한 생활용품을 판매하는 형태로 경영 방식이 뚜렷하게 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