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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이승환이 콘서트를 했었다고?
조 회 : 38 2000-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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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 문화예술극장에서 서울 공연분을 모두 마친 이승환의 'DREAM
FACTORY LONG LIVE'는 사실 이승환의 판단에 따라 '편하게' 갈수도
있는 공연이었다. 공연 제목부터가 최근 발매된 드림팩토리의 컴필레이션
앨범에서 따온 것이니 유희열 이소은 황성제 MGR 그리고 이승환등 드림
팩토리 뮤지션들이 시간별로 나서서 히트곡과 신곡을 부르는 콘서트를 기
획했어도 별 불만을 가질 팬들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공연장소인 정동 문화예술극장은 규모가 600석밖에 안되는, 소극
장에 가까운 곳이다. 무슨 얘기냐 하면, 이승환 특유의 물량공세나 대형
이벤트, 그리고 각종 음향장비들을 썼다가는 매진을 기록해도 밑지는 장
사가 되거나 이익의 거의 남지 않는 공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
럼 이럴때는 그 핑계(?)대고 입장료 좀 깎는대신 그런거 다 없애고 단촐
하게 할 수도 있다. 뭐, 그리고 나서 제대로된 음향장비 하나없이 연주자
들의 악기와 엠프만 들여놓고서 "음악감상만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적당히 둘러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도 쌓은 공연 노하우가 있
으니 그럭저럭 잘 넘어갈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승환은 그런 '편하고 돈남는' 방법대신 말그대로 '빡센' 길을 선
택했다. 'LONG LIVE'라는 이름 그대로 총 7일간 실제 공연시간만 4시간
(!)을 넘어서는 단독 라이브를 개최한 것이다. 이런 일정이면 다른 가수에
게는 무슨 체육관이나 세종문화회관쯤에서 할 규모의 공연이다. 그런데
이 돈도 안벌리는 공연에 이런 일정이라니?
그리고 더욱 황당한 것은 이 공연의 장비가 말그대로 '체육관 공연'급의
장비였다는 것이다. 물론 '무적' 공연당시 등장했던 대형 구조물등은 없었
지만 그 좁은 무대에 양편을 꽉 채울 정도로 두 개의 대형 멀티비전과 두
개의 스크린을 앞뒤로 배치했고, 음향장비와 악기 등은 자리가 없어 윗쪽
으로 쌓아놓을 정도였다. 아무리 정동문화예술극장이라지만 이승환이 좁
아서 뛰어다니질 못할 정도였다면 대충 짐작이 가는 규모 아닌가. 그래서
이 공연은 작은 공연장에 이승환이라는 '거물'이 평소의 공연 내용과 거의
똑같은 진행을 가지고 600석 규모의 극장에서 벌이는 매우 흥미로운 공연
이 됐다(곧 이어지는 지방공연에서는 다시 규모가 큰 공연장에서 한다니
어쩌면 이런 공연은 다시 없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까닭에 이 공연은 들인 장비가 장비인만큼 상당히 꽉찬 사운드를
들려 줄 수 있었고, 소규모 공연답지 않은 다채로운 진행이 가능했던 공
연이 됐다. 어쿠스틱 연주가 주를 이뤘던 '첫 날의 약속'이나 '고함' 등의
곡에서도 관객을 일으킬 정도의 박력있는 사운드 출력이 가능했고, 특히
'LET IT ALL OUT'이나 '붉은 낙타', 그리고 메탈리카의 곡을 커버한
'ENTER SANDMAN'등 헤비한 곡들이 주를 이루는 공연 막바지에서 록
음악의 파워를 최대한 발휘할수 있었다. 다만 공연장의 좌우측에서 음악
을 들었을때는 소리가 약간 뭉쳐 들렸다는 것이 아쉬운점. 하지만 소극장
공연이라고 터무니없이 빈 사운드를 들려주는 쪽보다는 이쪽이 나을 듯
싶다(게다가 이건 사운드 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극장 구조문제인 듯
하니).
그리고 멀티비젼등 공연 장비들 역시 공연진행에 있어 소규모 공연장에
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을 연출했다. 우선 멀티비젼과 스크린은 멀티비
젼이 이승환을 비롯한 멤버들의 모습을 좌우로 분리해서 다른 사이즈로
보여준다든가, 대화하는 인물들을 양편으로 나눠 공연의 입체감을 더했고,
앞쪽의 스크린들은 부르는 곡과 관련된 편집된 영상이나 드림팩토리측에
서 따로 촬영한 이미지들을 보여주면서 공연의 진행을 도왔다. 만약 그대
로 이승환의 모습만을 잡았다면 맨 뒤에 있어도 가수의 모습이 확실히 보
이는 이 공연장에서는 '구색맞추기'가 되었겠지만 소규모 공연장에 맞는
영상을 보여줌으로서 그것을 벗어난 것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극장의 시
설 미비(라기 보다는 이런 공연이 이 공연장에서 열릴 일이 없다고 생각
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 듯 하다)로 관객석 앞부분에만 뿌려졌지만 인공눈
을 동원한다든가, 폭죽과 물뿌리개 등을 이용해 이승환 특유의 다채로운
이벤트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공연 규모보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승환의 10년이 넘
는 관록에서 나오는 라이브에서의 음악적 역량이었다. 4시간 공연이라는
것이 말이 쉽지, 그저 체력만 좋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이벤트
기획만 잘해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4시간동안 지치지않고 노래를 부
를 체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레퍼토리의 곡들과 새로운 편곡, 거기에 관객을 콘서트에 몰입시킬만한
적절한 멘트와 분위기 전환용 이벤트도 필요하다. 그런데 이승환은 이 공
연에서 그것들을 모두 충족시켰다.
신곡 '그대가 그대를'을 시작으로 아마도 후반부쯤 나올 것이라 예상된
'멋있게 사는거야' 등을 앞에 배치해놓고, '애원' '다만'등 고음역대의 발라
드 등을 모두 부른, 약 3시간 가까운 라이브를 끝내고 나서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이 'LET IT ALL OUT'부터 세 번째(!) 앵콜의 '변해가는
그대'에 이르는 과격한 곡들을 부르면서도 '처음곡을 마지막같이, 마지막
곡을 처음같이' 부른다는 그 체력과 튼튼한 목(필자가 본 공연이 6일째
공연이었다고 한다...--;;;;;;)은 워낙 유명한 것이니 그렇다 하더라도, 그
수많은 곡들에서 뽑은 레퍼토리는 아예 공연 초반의 분위기 띄우기용, 토
크를 섞은 공연, 발라드 타임, 록 타임등으로 나눠서 부를 정도였다.
그리고 눈여겨 볼 것은 이 곡들이 이번의 신곡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연의 성격에 맞게 '밴드'용 음악으로 새롭게 재편곡 되었다는 점이다.
펑키한 댄스곡 '귀신소동'이나 '이승환식' 댄스곡이라 할만한 '이별에 대처
하는 우리의 자세'등을 비롯한 다수의 곡들이 록 스타일로 바뀌었고,
'JERRY JERRY GOGO'같은 로큰롤 스타일의 곡은 보다 강한 스타일로
편곡되었으며, '기다릴 날도 지워질 날도' 등의 조금 오래된 곡들은 리메
이크됐다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게다가 이 곡들은 지난해 발매된 라이브
앨범 '무적전설'과 또 다르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승환의 단독 콘서트
라고 하지만 5집 이후 계속 손발을 맞춰왔다는 세션들은 이승환을 '밴드
'의 음악이 가능한 발라드 가수, 혹은 콘서트 자체로만 보았을때는 록밴드
를 기반으로 발라드 음악을 섞는 가수라는 독특한 위치에 자리잡게 만든
듯 하다.
또한 레퍼토리에 있어서 6집의 히트곡인 '그대는 모릅니다'와 '당부', 그
리고 1,2집의 곡들중 대부분을 부르지 않고서도 4시간 공연을 채울 수 있
었다는 것 역시 그가 10년간 쌓은 레퍼토리의 다양성과 공연에서의 역량
을 보여주는 것이다. 음악에 맞는 정확한 조명, 특수효과등은 너무 기본적
인 것이어서 자세히 설명할 필요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이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이승환의 공연을 관람한 팬들은 이승환
의 공연을 무척 독특한 형태의 공연으로 만들게 했는데, 그것은 다른 공
연에서는 볼 수 없는 가수와 팬의 '알아서 가는' 진행이 가능해졌다는 것
이다. 보통의 팬들은 이승환을 그저 가창력좋은 발라드 가수쯤으로 알지
만 공연을 관람하는 그의 팬들은 그의 신상이나 그의 유머 등에 대해 줄
줄이 꿰고 있어서 그의 '유치뽕'한 공연 분위기를 잘 소화해낼수 있다. 그
렇기 때문에 콘서트에서의 이승환은 TV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온갖 '15세
이상 관람가'쯤은 될 멘트들에 가요계에 관한 꽤나 직설적인 발언을 마다
하지 않고, 심지어 관객모독(?)과 비슷한 멘트들을 쏟아내고, 팬들은 다른
스타의 콘서트와는 달리 이런 발언들에 '눈하나 깜짝않고' 이를 즐긴다.
게다가 이승환의 멘트 그대로 "오는 사람들이 계속 오는" 공연이다보니
관객들이 공연의 포인트를 잘 알고 있어서 알아서 '환장'했다가 알아서 조
용해진다. 이승환 본인은 콘서트에서 말한 멘트처럼 '국내 최고의 음향과
국내최고의 스탭'이라는 자신의 콘서트를 많은 사람들이 못보는데 대해
불만을 가질수도 있겠지만 라이브 콘서트라는 것이 가수와 관객의 상호교
감인 것을 생각해보면 그의 공연에 있어서 관객은 그 완성도를 높이는 마
지막 요소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로, 이번 공연은 소규모 공연장 특유의 현장성과 열기
와 대규모 공연의 화려함이 함께 곁들여진, 이승환의 'LONG LIVE'를 설
명해주는 공연이 된 듯 하다. 처음곡부터 마지막곡처럼 부른다는 이승환
은 소규모 극장에서의 공연도 체조경기장 공연처럼 공연을 꾸밈으로서 그
의 팬들에게 끊임없는 신뢰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연에 다녀온 이승환의 팬을 제외하고는 사실 지금까지의
글이 그렇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음악과 영화평도 직접 보고
들은 다음 글을 읽는 것과 그냥 읽는 것이 큰 차이가 있는데 시각과 청각
을 동시에 자극하고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살아있는 공연
의 모습을 '죽어있는' 글로 표현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것에 가까
운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연을 직접 TV에서 보여주
거나, 아니면 그 일부라도 TV에서 충실히 보여주는 방법이 최고다. 네시
간짜리 공연을 단지 몇줄의 글로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다.
그걸 알면서도 이런 글을 쓴 것은 한국의 TV가 일반 공연문화를 소홀
히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TV에서 시청자들이 공연이 어떤 것이다라는
것을 알 정도로는 공연을 보여줘야 이승환 공연이 어떻고, 조성모 공연이
어떻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물론 케이블 TV에서 나름대로 공연
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국 케이블 TV는 공중파 TV에 비해 영향
력이 미미한데다가 두 개의 음악채널중 한 채널은 아예 국내 음악인의 공
연실황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마저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중파 TV의 역할은 더욱 커져야 정상이겠지만 한국 공
중파 TV는 국내 가수들의 공연은 명절 특집으로도 잘 보여주지 않고, 공
연 정보를 다루는 프로그램은 몇 개 연예 프로그램이 고작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그나마 공연을 심도있게 다루는 것은 SBS '한밤의 TV연예' 정
도이고, 그 프로그램도 사실 공연의 완성도나 분위기를 시청자들이 평가
할 수 있게 하는 것보다는 몇몇 인기가수의 공연들을 흥미위주로 편집해
서 보여줄 뿐이다.
이러니 조용필이 지난해 말 공연에서 발표한 곡들의 시대에 맞춰 사운드
를 모노 - 스테레오 - 서라운드로 들려주기 위해 공연 개런티를 몽땅 쏟
아부으면서 예술의 전당 시설을 일부 수정해도 알아주는 사람 하나없고,
이승환이 소규모 극장에서 공연한번 하려고 온갖 장비를 쏟아부어도 기사
한줄 안나오는 것 아닌가. 조용필과 이승환 정도의 지명도를 가지고 있는
인물들의 공연이 이정도 '취급'을 받으면 다른 음악인들의 공연은 오죽하
겠는가. 그러니 이승환 스스로가 콘서트 도중 "우리 공연은 스포트 라이
트를 덜 받는다. 그래서 모 가수가 '무적' 콘서트처럼 해달라고 공연 기획
사측에 얘기를 하고, 정말 똑같이 했지만 오히려 그 가수의 공연에서 보
여준 것들이 마치 최초의 공연처럼 보도가 되기도 했다."는 '어처구니 없
지만 진실'을 말하지 않는가.
이러면서도 공연문화가 죽어간다고 걱정만 하는 것이 능사인가? 공연은
순수/대중예술의 꽃이며, 특히 가수의 라이브 콘서트는 종합예술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공연이 공연 자체의 완성도로 평가받지
못하고 단지 그 당시의 인기나 흥미거리 등에 의해 판단된다면 그것은 그
나라 대중문화의 수준이 걱정될만한 일이고, 특히 한국의 경우는 TV가
나서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TV가 제대로 되지 못했다면 자꾸 그것
을 지적해줘야 한다. 그래서 이런 '어정쩡한' 글을 써봤다. 과연 대중들은
언제쯤이나 한국 대중가수의 공연을 "정신없는 10대들이 비싼 입장료 내
고 악쓰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될까.
잡담 1 : 이승환이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밝힌 것에 따르면, 그는
내년까지만 콘서트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것이 어떤 배경에
서 나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또
한번 한 개인이 공들여 쌓은 노하우를 잃어버리게 되는 셈이다.
잡담 2 : 이승환은 오늘 또 홍대에서 공연이 있다고 한다. 도대체 뭘 먹
고 사는지, 무슨 운동을 하는지 궁금해진다. 4시간 30분짜리 공
연 7번을 마친게 4일 전이다.--;
잡담 3 :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이승환의 '팬'이 되기는 힘들 것 같다.
'대단한 것'이나 '인정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
이니. 노래도 좋고('가족'이나 '바램' '당부'같은 곡들은 개인적으
로 정말 좋아한다), 그 음악하는 자세도 마음에 들지만 그 이상
의 '가슴뛰는' 뭔가가 느껴지지 않는다. 체질적으로 안받는건지
아니면 내가 우들스에 들어와서 이렇게 된건지.... (그럼 관두면
다시 살아날까?) 여기 들어온 이후로 정말 좋아하는 뮤지션은
비틀즈 하나만 남은 것 같다. 나머지는 그냥 음악만 좋다. 다만
분명한건, 조만간 드림팩토리 종합 선물세트 앨범에 대한 글도
쓸거란 것이다. 좋건 싫건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글 : 강명석 (lennon@castnet.co.kr)
* 이 기사는 보도자료 없이 이뤄진 우들스의 독점적인 기사로, 타 ip업체
의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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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 살아만 있다면 만날 수 있을까요 ###
###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언제나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