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줄 비석 인생
아사리밧 일 소
대구에는 일중 이중 삼중이란 중학교가 있었다
일중은 첫째라는 흰줄이 소매에 하나 있었고
이중은 둘째라는 흰줄이 소매에 두 줄이 있었고
삼중은 셋째라는 의미의 세 줄이 있었다
중학교를 서열화 시켰고 나머지는 등외라는 뜻
자연히 줄 하나냐 둘이냐에 대한 부러움은 대단
그 유래는 아마 일제 잔재에서 생긴 것 같다
시니어가 되어서 종로 삼가 환풍구를 지나다가
모서리를 밟아 대퇴골을 크게 다쳤다
출근 혼잡시간에 코너를 돌아 가다가 피한다는 것이
판단 착오로 모서리를 밟아서 생긴 사고
그로부터 지하철과 보상 문제를 놓고 다투어
점유물의 책임을 물어 나름대로 보상을 받았다
그 돈은 사업상 미결제 분이 있어 압류하여 갔다
그로부터 지하철 환풍구는 시공 때 가끔 세줄 홈을 표시
길 가다가 보면 서울 여기저기서 발견할 수 있다
다쳐서 절뚝발이가 되어 헌신한 훈장이 삼 줄 비석 홈
강남 등 여러 곳에서 지금도 그렇게 시공한 곳이 있다
어떤 곳은 바닥이 아니고 솟아오른 곳에도 세줄 표시
대략 반세기 동안 홈을 만드는 구조물 시설 관습은 존속
세상에 아무 것도 남긴 것이 없는데
내 대퇴골 파쇄 하여 절뚝발이 기록을 남겼으니
아무나 남길 수 없는 안전에 대한 문화유산
지하철 가는 곳 환풍구에서 가끔 발견된 이 표시
볼 때마다 자꾸 그날의 아픈 상처가 떠오른다
돌아보니 내 인생은 삼 줄 인생이었다는 증명 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