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집 뜰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던 과실나무 중 하나가 살구다. 근래엔 보기 드문 과일이 됐지만, 여전히 건강에 좋은 주스나 잼으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살구의 기원을 살펴보면 약재로서의 기능이 더 강하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에 동봉(董奉)이라는 명의가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그는 환자들에게 치료비 대신 살구나무를 심게 했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에게는 살구나무 한 그루를 병이 중한 이들에게는 다섯 그루까지 심게 했다. 그러다 보니 그 고장에는 살구나무가 점점 많아져 숲을 이루게 됐다.
동봉은 수확된 살구를 곡식과 바꿔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주고 살구씨는 환자를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 치료받은 사람들은 ‘살구나무 숲의 선생’이라는 뜻으로 그를 ‘행림거사(杏林居士)’라고 불렀다. 후에 ‘행림(杏林)’은 올바른 의술로 덕을 펼친다라는 뜻으로 통하게 됐다.
한의학에서는 살구의 씨인 행인(杏仁)을 유용한 약재로 활용하고 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살구씨를 이용한 치료방법이 200여 가지나 기록돼 있을 정도로 그 쓰임새와 약효가 많아 실제로 ‘약방의 살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행인을 갈아서 만든 한방 외용제는 주로 기미, 주근깨 등 피부 색소 침착, 종기, 부스럼 등에 사용된다.
행인은 또 피부를 하얗고 윤기있게 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일찍이 궁중 여인네들은 살구씨로 피부를 가꾸기도 했다. 특히 찬 바람에 수분을 잃고 거칠어진 피부에 살구씨 가루를 사용하면 노화된 각질을 제거시켜 맑고 매끄러운 피부로 회복시켜준다. 또 미백 효과가 탁월해 하얀 피부결을 유지하는 데 그만이다.
가정에서 살구씨 팩을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살구씨 가루에 계란 노른자를 잘 섞고 여기에 꿀을 넣어 걸쭉하게 만들면 완성된다. 살구씨 팩을 할 때에는 눈과 입 주위를 제외한 얼굴 전체에 도포하거나 주름이 지기 쉬운 목과 지방질이 모이기 쉬운 앞가슴 부분 등에 잘 펴서 바른다. 바른 후에 25∼30분 정도 지난 뒤 미지근한 물로 부드럽게 닦아낸다.
그러나 아무리 효능이 좋아도 피부와 궁합이 잘 맞는지 미리 확인하고 사용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팩을 바르기 전 먼저 손등이나 귀밑 등의 부위에 발라 빨갛게 변하거나 발진이 생기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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