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흙을 밟고 싶다.
고정현
습관화된 포장도로 걷다가
문득, 신발과 양말을 벗고
촉촉한 흙을 밟으며 걷고 싶어진다.
저녁 무렵 장마당에 모여
맨발로 닭싸움을 하노라면
따끔 거리는 잔돌맹이의 장난질,
발가락 사이를 비집고 오르는
물기 먹어 흐물흐물한 진흙과
가녀린 풀잎의 간지럼,
둔덕 오를 때
둔덕 틈 찾던 내 발가락,
벼 베던 날
검정고무신 터진 옆구리로
툭! 찌르는 벼 밑동의 감촉,
임진강 모래밭에 심은 땅콩을
한 손에 한 움큼씩
줄기 뽑아들고 맨발로 뛰었었지,
그래!
임진강 다슬기 잡을 때에도
나는 맨발이었어.
*제1시집 “붉은 구름이고 싶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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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흙을 밟고 싶다.
고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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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 08:0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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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흙의 느낌은 진실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