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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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형제 22회
무송 곁으로 다가간 금련은 비파를 멈추고, 은은히 여운을 남기며 노래를 끝맺었다.
살랑살랑 흔들어대던 엉덩이도 물론 멈추었다.
그리고 그녀는 한손을 가만히 무송의 한쪽 어깨에 갖다 얹으며,
“여보, 무송씨”
나긋한 목소리로 부른다.
무송이 돌아보자, 금련은 온 얼굴에 요염한 기색을 활짝 떠올리며 가느다란 눈으로 빤히 마주본다.
술에 취하고, 그녀의 노래에 취한 무송은 ‘여보’라는 말에 또한 얼떨떨해져서 눈을 꿈뻑이며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다.
“어때요? 내 노래가”
“썩 잘하는데요”
“아이 좋아라. 자, 술 한잔 더 해요”
금련은 비파를 놓고, 얼른 술병을 들어 무송의 빈잔에 찰찰 넘치도록 따라 준다.
무송이 쭉 들이켜자, 이번에는 젓가락으로 안주를 집어서 그의 입으로 가져다 준다.
무송은 몹시 어색하고 곤혹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바싹 입 앞에 와있는 안주를 도리 없이 덥석 받아 넣어 우물우물 씹어댄다.
금련의 얼굴에 흐믓한 미소가 떠오른다.
곧 그녀는 무송에게 몸을 기대듯 바싹 다가붙어 다시 그의 한쪽 어깨에 손을 얹으며 불쑥 묻는다.
“여보, 당신은 외롭지 않아요?”
무송은 형수의 입에서 ‘당신’이라는 말까지 튀어나오자 다시 멍해지는 듯 아무 말이 없다.
“아내도 없는 노총각이 외롭지 않냐 그 말이에요”
“ ..... ”
“여보, 왜 대답이 없어요?
대답을 안 해도 다 안단 말이에요.
당신의 심정을 ...
그러니까 오늘밤에 외로움을 풀도록 해요.
내가 있잖아요. 난 여자란 말이에요. 당신은 남자고요. 옆에 여자가 있는데, 남자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안 그래요?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란 말이에요. 알겠어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무송은 휘둥그래진 눈으로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한다.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끄떡도 안하고 우두커니 앉아만 있는 무송이 답답하고 안타까워서 금련은 두 눈을 힐끗 흘긴다.
그리고 서슴없이 또 반말로 아양을 떨듯, 그러면서도 명령조로 내뱉는다.
“여보, 안아줘. 날 안아달란 말이야. 안아서 저 침상(寢牀)으로 번쩍 들고 가라니까 그러네”
그래도 돌미륵처럼 아무 반응이 없자, 그만 그녀는 무송에게 안기려고 의자에 앉아있는 그의 두 무릎 위로 슬그머니 궁둥이를 들이민다.
마치 미끈한 암 여우의 궁둥이가 자기의 무릎 위에 징그럽게 와 닿은 듯해서 무송은 번쩍 정신이 들어 후다닥 의자를 뒤로 밀며 벌떡 일어서 버린다.
* 금병매(23편) *
제1장 형제 23회
“어머나”
금련은 비명을 지르며 무송의 무릎에서 미끄러져내려 보기 좋게 방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무송은 우두커니 서서 금련을 내려다보다가 그만,
“헛헛헛허”
기분 좋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금련은 어이가 없고 분하기도 해서 그대로 방바닥에 퍼져 앉은 채 매서운 눈초리로 무송을 쳐다본다.
“아니, 뭣이 좋아서 웃는거야? 사람을 뭐로 아는거지?”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지”
무송은 히죽 코웃음을 친다.
“뭐 저런 맹추가 다 있는지 모르겠어.
사내라는 것이 덩치만 덜렁 커가지고 뭘 모르니 말이야. 아마도 고자인 모양이지?”
“뭐 고자라고? 내가?”
“그래, 고자가 아니면 사내가 그럴 수가 있어? 여자를 이렇게 무안을 줄 수가 있느냐 말이야”
“짐승보다도 못한 여자는 무안을 당해도 싸다구.
남편이 있는 여자가 더구나 시동생한테 수작을 걸다니 ... 그게 사람이야?”
“아이 분해. 남편도 남편 같아야 말이지. 난쟁이인데다가 얼굴 생김새라고는 ... ”
“아가리 닥쳐!”
무송은 냅다 호통을 친다.
시커멓게 치솟은 눈썹이 더욱 쭈삣하게 솟구치고, 두 눈도 험악하게 찢어져 올라간다.
금련은 겁에 질려 그만 찔끔 목이 움츠러든다.
“한 번 더 우리 형님을 욕해봐,
용서하지 않을테니까.
미우나 고우나 결혼을 했으면 남편은 남편인 것이지, 무슨 그따위 소리가 있어.
그렇다고 남도 아닌 시동생한테 수작을 거는건가?”
어찌나 호통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는지 금련은 뭐라고 한마디 대꾸도 못하고 그만 분을 못 이겨 울음을 터뜨려 버린다.
형수가 우니까, 무송은 좀 너무하지 않았나 싶어진다.
슬금슬금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본다.
첫눈이 함박눈이 되어 푸덕푸덕 내리고 있다.
겨울밤의 찬 공기가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자, 금련은 으스스 몸을 떨며 울음을 그친다.
그리고 발딱 일어나 잽싸게 도망치듯 계단을 내려가다가 우뚝 멈추어 서서 돌아보며 사납게 내뱉는다.
“나가! 시동생이고 지랄이고 한집에 살기 싫단 말이야. 당장 나가라구!”
무송은 입이 삐딱하게 이지러지는 그런 웃음을 떠올리며 대꾸한다.
“나가겠어. 그러나 당장은 안되겠고, 내일 나갈거야.
나도 너 따위 형수하고는 같이 살기 싫다구”
“흥! 저런 게 다 사내라구 ... ”
금련은 경멸하듯 눈을 흘기고는 얼른 아래층으로 사라져 버린다.
*금병매(24)*
.제1장 형제 24회
이튿날 점심 때 무송은 부하 포졸 두 명을 거느리고 와서 짐을 꾸려 가지고 다른 처소로 옮겨갔다.
형이 집을 비우고 없는 사이에 거처를 옮긴다는 것은 좀 도리에 어긋난다
싶었으나, 형이 돌아온 뒤에 옮길 경우 아무래도 일이 멋쩍게 되고 난처해질 것도 같으며,
또 간밤에 내린 첫눈이 무릎까지 묻힐 정도의 대설이어서 형이 그날 중으로 돌아올지 어떨지도 알 수가 없으니,
그냥 옮겨버리는 것이 현명한 일이라 여겨졌던 것이다.
금련은 미리 피하듯 이웃으로 놀러가 버리고 없었고, 영아만 혼자서 난데없이 짐을 꾸려 어디론지 이사를 가는 삼촌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삼촌, 왜 그래요? 어디로 가시는 거예요? 우리 집이 싫어졌어요?”
“아니야, 싫어진 게 아니라 ...
현청 가까운 데로 옮기는 거야”
“여기서도 가깝잖아요”
“더 가까운 데로 ... ”
무송은 좀 씁쓰레하게 웃으며 영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황아촌에 간 무대는 눈에 갇힌 듯 그날도 다음 날도 돌아오지 않았다.
무대는 사흘 뒤에야 초췌한 모습으로 해질 무렵에 귀가를 했다.
기어이 토종꿀을 구해서 말이다.
세 식구가 식탁에 마주앉아 저녁을 먹는데, 영아가 불쑥 입을 연다.
“아버지, 삼촌 이사갔어요”
“뭐? 이사를 가? 그게 무슨 소리지”
무대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어서 아내를 멀뚱히 바라본다.
“나중에 얘기할게요.
아이 있는 데서 창피해서 말을 못하겠어요”
금련은 생각만 해도 정말 불쾌하다는 듯이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고개를 살래살래 내흔든다.
잠자리에 들자 금련은 남편 곁으로 찰싹 다가붙으며 시치미를 뚝떼고 나불나불 지껄이기 시작했다.
“여보, 내 말 좀 들어봐요.
참 나 기가 막혀서 ... 뭐 그런 망나니 같은 자식이 다 있는지 모르겠어요”
“누구 말인데?”
“누군 누구예요. 무송인가 뭔가 그 자식 말이지.
아 글쎄, 시동생이라는 것이 형수를 어째 볼려고 살살 수작을 걸지 뭐예요”
“아니, 그게 정말이여?”
“정말이라니까요.
내가 뭐 할일이 없어서 그런 거짓말을 하겠어요.
한밤중에 이층으로 오라기에 가봤더니 글쎄 ... 나 참 기가 막혀서 ...”
“음, 무송이가 그런 사람이 아닌데 ... ”
“뭣이 어째요?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야! 뭐야!”
금련이 냅다 반말로 쏘아붙이자, 무대는 과연 줏대가 없는 사람답게,
“알았어, 알았어. 그래서 내쫓았다 말이지? 잘했어”
이렇게 말하고는 슬그머니 돌아누웠다.
🎈금병매 (25)
●제2장 색한 서문경 1회
무송이 형네 집에서 나온 지 십 여일이 지난 어느 날 이었다. 지사가 순포도두인 무송을 자기 방으로 불렀다. 무송은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히 여기며 지사의 집무실을 찾아갔다.
청하현의 지사는 부임해온 지 이년이 넘어 있었다.
그 동안 지사는 적지 않은 돈을 긁어모았다. 지사의 임기는 삼년으로 되어 있었다. 삼년을 채우고 나면 수도인 동경(東京)으로 가서 천자(天子)를 배알하게 되어 있었다. 그 때 거액의 돈을 상납하지 않으면 다시 관직을 누리기가 어렵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사는 긁어모은 돈을 미리 동경에 있는 친척집으로 가져가 그곳에 보관해 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동경까지 돈을 무사히 운반해 가는 일이었다. 도적의 무리가 횡행하는 세상이라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지사의 머리에 문득 떠오른 것이 무송이었다.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호걸이니 그에게 그 일을 맡기면 무사히 잘 해낼 것 같았다. 그래서 무송을 불렀던 것이다.
무송을 가까이 앞에 앉히고서 지사는 나직하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순포도두 자네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서 그러는데 ... ”
“무슨 부탁이신지, 제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지 해드리고 말고요. 어서 말씀해 보시지요”
“다름이 아니라, 저 ... 내 가까운 친척 한 분이 지금 동경에서 관직에 있는데, 주면(朱勔)이라는 분이지. 전전태위(殿前太尉)로 계신다니까”
“전전태위라고요?”
무송의 눈이 약간 휘둥그래진다.
전전태위라면 근위부(近衛部)의 장관으로, 무관으로서는 최고위직인 것이다.
“그분에게 자네가 심부름을 좀 가주었으면 해서 ... ”
“그러지요. 그거야 뭐 어려운 일입니까”
“오랫동안 소식을 못 전했기 때문에 문안 겸 선물이라도 좀 보낼까 하는데, 중도에 무사할까 그게 걱정이거든. 도적의 무리들이 들끓고 있으니 말일세. 그러나 자네라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 ”
“염려 놓으십시오. 제가 오늘 이렇게 순포도두라는 분에 넘치는 직위에 올라있는 것도 모두가 지사님의 특별하신 은덕 때문이 아닙니까. 지사님의 분부시라면 무슨 일을 못하며, 어딘들 못 가겠습니까.
더구나 동경은 아직 제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수도입니다 수도구경도 할 수 있으니 저로서는 더없이 기쁜 임무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더욱 좋은 일이지. 일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면 상을 후하게 내릴 생각이네”
“고맙습니다, 지사님. 그럼 언제 출발을 할까요?”
“빠를수록 좋지. 내일 출발했으면 좋겠는데 ...
어떤가?”
“예, 그러지요. 염려 놓으십시오”
금병매는. 25회로써 마감을 합니다
이유는 성적인 묘사가 너무 적나라해서. 입니다
금병매는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가 아닙니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누구나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는 문학 작품입니다.
다만 성(性)적인 묘사가 매우 구체적이고 적나라하기 때문에, 청소년 보호법에 따라 청소년 관람불가(성인용) 도서로 분류되어 성인 인증이 필요할 뿐입니다.
하지만 《금병매》가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금서(禁書)'의 대명사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왜 그런 오명을 썼고, 왜 지금은 다르게 평가받는지 3가지 핵심 포인트로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역사 속에서의 진짜 '금서' 시절
명나라 후기에 쓰인 《금병매》는 출간 직후부터 파격적인 성 묘사 때문에 수많은 조정과 사대부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중국 봉건 왕조의 탄압: 명나라와 청나라 시기에는 조정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불태우거나 판매를 금지하는 음서(淫書, 음란한 책)이자 금서로 지정되었습니다.
현대 중국에서의 규제:
현대 중국에서도 한동안 전면 금지되었다가, 현재는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출간은 허용하되,
성적인 묘사를 대거 삭제한 ‘축약본(삭제본)’ 위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학술용 연구 목적의 완역본은 극히 제한적으로만 접근이 가능합니다.)
2. 단순히 '야한 책'이라서 금지되었을까?
과거 지배층이 이 책을 격렬하게 금지한 이유는 단순히 남녀의 성적 묘사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그 밑바탕에 깔린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인간의 탐욕에 대한 폭로가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지배층의 위선 폭로:
주인공 서문경은 돈과 권력을 쥐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악덕 상인이며, 그와 결탁한 관료들의 부패가 적나라하게 그려집니다.
도덕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
당시 지배 이념이었던 성리학적 도덕주의를 비웃듯, 인간의 본능적인 물질욕과 성욕을 여과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즉, 체제를 위협하는 '위험한 책'으로 낙인찍힌 것입니다.
3. 현대 문학사적 평가:
중국의 4대 기서"
오늘날 세계 문학사에서 《금병매》는 《삼국지연의》, 《수호전》, 《서유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중국 4대 기서(奇書)’ 중 하나로 당당히 평가받습니다.
최초의 본격 리얼리즘 소설:
영웅이나 신선이 주인공이 아니라,
당대 서민과 부르주아들의 세속적인 삶과 일상(의식주, 풍속, 언어)을 현미경처럼 묘사한 최초의 사회 소설입니다.
인간 본성의 통찰:
욕망의 끝을 달린 서문경과 인물들이 결국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깊은 도덕적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과거 왕조 시대에는 사회를 어지럽히는 '금서'로 탄압받았지만, 현대에는 인간의 욕망과 당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가장 사실적으로 그려낸 **'위대한 고전 문학'**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성인이라면 아무런 법적·도덕적 문제 없이 자유롭게 읽으셔도 좋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