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민들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인 국립대병원 유치나 공공의료원 건립이 사업성을 이유로 정부의 타당성 검토 과정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지역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나 필수 의료인력 부족 등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정부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 더욱이 10년 가까이 인구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복지 수준을 개선하는 길이 추가적인 인구유출을 막는 길이라는데 이설이 없다.
이제 의료 인프라 확충을 자체적으로 찾아보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해 필요 의료전문인력을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 나왔다. 매우 고무적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으로부터 배출된 의료전문인력이 지역의 협력병원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의료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질 수 있다. 또한 전문 의료인력 확보에 목말라 있는 지역 의료 기관에 단비가 될 것이다. UNIST에 따르면 재정적 문제와 소요시간간 등을 고려해 자체 의대 설립이나 병원건립은 어렵다고 판단하고 인근 기장의 동남원자력의학원과 협력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안을 구상 중이다.
이는 공공의료원 설립 무산과 울산의 열악한 의료현실을 지역에 연고를 둔 고등연구기관이 모른척할 수 없다는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UNIST 설립 철학의 발로라 생각된다. UNIST는 과학기술의전원이 설립되면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산재전문공공병원과 협력병원 관계를 통해 전문의료인력풀을 구성한다는 복안이다. 만약 동남권원자력의학원과 협력관계가 형성된다면 설립비용 또한 최소한이 될 것으로 UNIST는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UNIST와 동남권원자력의 학원 간 기존 의료교수들을 인력풀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전임교원 확보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울산 캠퍼스 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려는 UNIST의 계획을 울산시민으로서 환영한다. 국립종합대학을 울산으로 유치하겠다는 염원으로 시작했던 일이 UNIST유치로 끝났지만, UNIST가 울산지역 사회에 공헌하는 연구대학으로 남는다면 UNIST는 지역사회를 지키는 든든한 동반자가 된다. 의료인프라가 낙후된 지역일수록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이 가속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고 인구감소를 막으려면 종합병원과 같은 의료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 전국의 지방의료원은 현재 35개 운영 중이다. 공공의료원이 없는 지자체는 전국에서 광주, 울지만 정부 지원 없이는 건립과 운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UNIST가 앞장서 지역에 필요한 의료전문인력을 배출할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고 하니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모쪼록 잘 준비해 조속한 시일 내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