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라...!
풀코스는 근 7~8년을 쉬다가
2019년 가을, 춘천에서 6시간 이내 가까스로 골인한 이후
어제 메이저 대회 참가니까 4년만일세 그려.
신작로 덕분에 지역 달리미들과
정서진과 김포 갑문을 다녀오긴 했지만
드문드문이라 당연히 연습량과 속도조절 훈련이 부족했지.
몸이 33km까지는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것은 연습주 성격이어서 달리다가 화장실도 수시로 들리고
커피와 빵도 사먹으면서 쉬는 시간이 길었어.
다다음주 제한 7시간 이내 국제대회 묻어가기로 했기 때문에
은근 신경이 쓰였는데
깍두기 배번호가 팔랑팔랑~
그 옛날 미련 떨던 가락이 있는데
까이꺼 비좀 맞으면 어때? 바람좀 불면 어때?
월드컵 공원역 2번 출구로 나오니
오매~
인간들 어마무시
젊은 애들이 많이 보이는 것이
상대적으로 내가 늙었다는 반증?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있었지만
목과 양팔 가위질 해온 세탁소 비니루 옷을 일단 걸쳤지.
맨 뒤 5시간 짜리 페이스 메이커 뒤를 따라가야겠어.
7:10 페이스로 가면 5시간 안에 골인할 수 있다니까...
해금이 나타나서 인증샷!
세후니의 배웅을 뒤로 하며 천천히 보폭을 뗏어.
절대 휘말리면 안 돼.
하프 이후가 문제니까...
여의도 10km쯤 오니까 빗발이 거세지대.
비니루 옷은 벌써 벗어던졌는데 말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17km 지점 광장시장까지 오면서 맞은 비는 옷을 적셨어.
옷 젖는 것 보다 전날 조카 결혼식 참석하느라 염색한 두발에서
염색물이 씻겨 내릴까봐 사실은 그게 더 신경이 쓰이더라고...
얼굴에 지렁이 기어간 자국 낼까봐 말이지.
곧, 교통이 해제되어 인도로 올라가라고 하길래 그때서야 뒤를 돌아다 보았어.
젊은 애들 포함 중늙이가 꽤 따라오더라고...
가는 데까지는 일단은 가보자!
비오는 일요일 아침, 동대문쪽은 꽤 많은 점포가 문을 열었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더라고.
당연히 걸구치지.
박수 치는 사람도 없고 뗘 간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고
교통이 해제된, 후미그룹은 투명인간 취급 당하는 기분이었어.
완주 할 욕심에 후반을 생각해서 너무 천천히 달린 꼬라지가 이 모양 요꼴
인도로 달리니까 신호등은 지켜야 되고
도저히 제한시간 내 골인은 안 되겠더라고...
천천히 따라오는 회수차량을 무시하다가
젊은 아그들에게
' 이 달리기는 의미 없다.
패잔병 수거차 타자!
그래도 존심이 있지
딱, 절반에서 올라타자! '
그렇게 몇 명을 주저 앉혔어.
출발 시간이 조금 남아 처음으로 해본 테이핑도 소앵이 없고
연습할 때 속도를 체크해야 했었어.
정차 수준 패잔병 수거차에서 덜덜 떨다 전철역이 보이길래
두 번 환승하고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렸어.
올해는 피니쉬 라인이 경기장 안 트랙을 돌리지 않고 끝내더군.
걸어주는 완주기념 메달 어정쩡한 폼으로 목 내밀고 먹거리 봉투 받아
물품 보관소 앞에 도착하니 신작로와 악발이가 기다려 주고 있더라구...!
악발이 실로 몇 년 만이지? 십년도 훨 넘은 것 같았어.
운동장 건너편 식당에서 뜨끈한 생태탕으로 몸을 덥히고
커피 까페도 앉을 자리가 없어
편의점 커피 사들고 공원에서 수다 떨다 헤어졌어.
강산이 한번쯤 변할 만큼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오랫만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어.
자주 만나는 사이처럼 주름살도 낯설지 않더라고...
왜지?
첫댓글 운동장의 함성소리에는
아직까진 설레지~
수고하셨어~
다음에는 꼭 완주 하도록 몸 만들어
ㅎㅎ 쥔장도 깍두기 난 배번호 기부받았음...ㅋ
민들레를 못만나 아쉽다
빗길에 완주 하느라 고생 많았고
건강 잘 챙기고 송년회 날 오산에서 만나자.
도전 한것만으로도 대단혀
흥미진진한 일기장 잘 보았네^^ 그수많은 정경들이 머리 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네^^
이번에는 비도 오고 춥고해서+ 초보들이 많아서 그런지 회수차에 올라가는 주자들이 꽤 많더라고^^ 완주율이 반타작이라도 될런지???
사실 교통통제를 급하게 푼 느낌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공지된 약속시간보다 20~30분 먼저 풀더라고ㅠㅠ
나는 레이스패트롤하면서 ~ 어떻게하든 첫 풀 완주하려는 피끓는 젊은 청춘들에게 절대 차 타지 말고 나만 따라오라 하며 에어파스 뿌려주면서~ 밀며끌며 독려를 했는데~
결승선 지나 2,3학년 이 아가들이 울먹물먹하며 연신 고맙다 하는데 얼마나 대견한지^^ (나는 저 나이에 뭘했나? 하는 생각이?)
고수님들 보기좋네요 ^^
친구야 욕봤다. 저기 내 사진이 있네 풍선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