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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망졸망 5개섬 보석처럼…여수앞바다 모래섬 '사도' | |||||||||||||||||
흥겨움의 기운은 매일 밤 늦도록 여수의 밤하늘을 웅웅 떠다녔다. 새벽이 되니 그제서야 여수는 차분히 가라앉았다. 흥겨움의 파편이 널려있는 이른 아침 길을 달리고 바다를 갈라 찾아간 곳은 여수 앞바다 모래섬 사도(沙島)이다. 백야도 아래 백야리 선착장에서 철부선에 올라탔다. 여수항에서 출발한 철부선의 손님은 달랑 혼자. 철지난 바닷가 작은 섬으로 가는 뱃길은 외로울 정도로 한적했다. 자칫 빈 배로 갈 뻔했다 태운 손님이 반가웠는지 기관사는 조타실로 불러 커피까지 타줬다. 사도로 가려 한다니 “참 작고 예쁜 섬이다. 각시랑 들어가 며칠 푹 쉬었다 오기 딱 좋은 섬”이라 했다. 백야도에서 30분 걸려 도착한 사도. 선착장 앞에 2마리 실물 같은 공룡 조형물 티라노사우루스가 마중 나왔다. 사도는 수많은 공룡의 발자국이 꾹꾹 찍혀있는 공룡의 섬이다. 사도와 추도, 인근의 낭도 등을 합하면 공룡발자국 화석만 3,800여개에 달한다. 장원모(61) 이장은 “공룡 알이 없어 아쉽지만 발자국 수만 따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다”고 했다. 공룡이 뛰어놀던 사도는 공룡 몸집에는 어울리지 않게 작고 아담하다. 사도가 잇고 있는 섬들은 크게 5개. 사방을 모래가 두른 모래섬 사도가 중심이고, 바로 옆 간뎃섬(중도)은 사도교 다리로 연결돼 있다. 간뎃섬에서 모래톱으로 이어진 섬은 시루 모양이라고 시루섬. 시루섬은 또 갯바위들로 진뎃섬(장사도)과 연결돼 있다. 사도 백사장 앞에 떠있는 추도는 매년 음력 1~3월 사리 때면 바다가 갈라져 길이 열린다. 공룡발자국은 세계자연유산 등록이 추진중이고, 마을의 돌담길은 지난달 말 문화재로 등록됐다. 양쪽으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양면해수욕장에 충무공의 전설을 담은 기암괴석이 널린 보석 같은 섬들이다. 곱고 예쁜 섬 하나하나가 진주목걸이마냥 줄줄이 꿰어있는 것이다. 장 이장은 “예전에는 사도에만 60가구가 넘게 살던 부자섬이었다”고 했다. 먼바다와 가까운 바다의 경계에 있어 섬 주변은 항상 물고기가 득실댔다. 사도 사람들은 어선을 상대로 고기를 거둬 내다 파는 상고선(상선)도 많이 했다. 큰 배에 20~30개 큰 항아리를 채우고 바다로 나가 어선에서 잡은 고기를 거둬 소금에 차곡차곡 절여 쌓고는 그 독들이 다 차면 멀리 경남 마산까지 가서 팔아 많은 수입을 올렸다. 섬에는 많은 돈이 돌았고, 주민들은 인근 낭도에 농사지을 경작지를 사들이기도 했다. 그러다 1959년 사라호 태풍이 남해안을 덮쳤을 때 사도도 직격탄을 맞았다. “선창의 배 모두가 깨져불고 말았다.” 벌이의 수단을 잃은 섬사람들은 상당수 여수나 부산 등지로 떠났다. 지금 사도에 남은 집은 20가구. 추도에는 할머니 한 분씩 2가구만 남았다. 요즘 마을 주민들의 관심은 낭도와 사도를 잇는 다리 건설이다. 현재 고흥 영남-적금도-낭도-둔병도-조발도-여수 화양을 잇는 다리가 공사중이다. 낭도와 사도만 이으면 사도도 뭍과 연결되는데 기공식까지 가졌던 이 다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공룡발자국 인근이라는 이유로 철회됐다. 이 다리가 연결되면 빗물과 물배에 의존했던 식수 문제도 해결되고 섬을 찾는 관광객들도 많아질텐데, 엑스포도 됐으니 재추진되지 않을까 희망도 가져본다. 관광개발이 활성화되면 섬이 망가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주민들은 다른 소리다. “저희들 살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돈, 돈 하겠습니까. 이 섬이 살만해지면 떠났던 젊은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겠소. 이제 늙은이들만 가득한 섬, 한 세대 지나면 이 섬은 죽는 겁니다.” 마침 이날 저녁 여수에서는 사도 향우회가 열린다고 했다. 150여명이 모인다니 적지 않은 규모다. 주민들은 오후배로 여수로 나가 밤새 예전 함께 살던 이웃들과 포회를 나눌 것이다. 사도에 사는 사람은 사도의 미래를 걱정하며, 사도를 떠난 사람은 사도를 그리워하며, 밤새 술잔을 부딪힐 것이다. ■ 老松·쪽빛바다 ‘한폭 그림’ 사도 관광은 마을 뒤편 언덕의 산책로에서 시작된다. 새파란 마늘밭을 지나 벼랑 위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벼랑 아래는 책상만한 혹은 장롱만한 둥글둥글한 바위들이 가득 해안을 메우고 있다. 바위의 생김새가 꼭 공룡알이다. 화산폭발 때 생긴 부산물이다. 건너편 낭도의 하얀 등대와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그려낸다. 노송 우거진 산책로. 발끝에선 아직 지지 않은 새하얀 구절초와 보랏빛 해국이 스친다. 고흥 외나로도가 보이는 벼랑 위 전망대에선 벤치에 앉아 모든 걸 잊고 망망한 바다만을 바라볼 수 있다. 쪽빛의 바다 위로 햇살이 떨어지고 부드러운 남녘의 바람이 불어논다. 정상의 높이는 고작 25m. 언덕을 한바퀴 돌아 내려오는데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간뎃섬으로 건너가는 사도교 아래가 공룡의 놀이터다. 예전 이곳은 진땅, 앞쪽 바다는 거대한 호수였다고 추정된다. 호수로 향하던 공룡이 진흙에 발자국을 남겼고 굳어진 자국 위로 흙바람 불어와 모래가 덮었다가 사암층이 벗겨지며 다시 그 발자국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사이 7,000만년의 시간이 흘렀다. 건너편 추도에는 길이 84m 되는 보행열이 있다. 공룡의 긴 발자국 행렬이다. 이 발자국들로 공룡이 어디서 멈춰서고 어디를 둘러봤는지, 걸었는지 뛰었는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간뎃섬과 시루섬을 잇는 백사장은 양쪽으로 바다를 즐길 수 있는 양면해수욕장이다. 조개껍질이 부서져 만들어진 사장이라 빛이 희고 곱다. 모래 위엔 지난밤 달빛 아래 놀다 간 해달의 발자국들이 선명하게 찍혀있다. 시루섬은 기암의 천국이다. 입구의 거북바위는 거북선과 비슷한 크기로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발명한 모티프가 됐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사람의 옆모습을 닮은 단발머리 소녀바위와 얼굴바위를 돌아 들어가면 높은 돌천정을 갖춘 야외음악당 모양 같은 멍석바위가 있다. 사도 주민 이성수(45)씨는 “이곳은 천연 음악당이다. 음악회가 아니더라도 라디오 하나 들고 와 해풍을 맞으며 음악을 듣고 있으면 세상 어느곳도 부럽지 않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며 작전을 구상했다고 한다. 고래 모양의 큼직한 고래바위, 커다란 단지 모양의 복바위가 멍석바위에 함께 놓여져 있다. 따개비 고동 천지의 갯바위를 조금 돌아가면 웅장한 용꼬리 바위다. 돌과 돌 사이로 마그마가 분출돼 굳어진 모양이다. 영락없이 바다에 꼬리 끝을 담그고 이제 막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용의 꼬리를 닮았다. 섬 주민들은 이 꼬리를 가진 용의 머리가 제주에 있는 용두암이라고 농을 건넨다. 대문 앞에서 일출을 보고, 담 너머로 일몰이 물드는 섬 사도. 조용한 모래섬에서 수천만년의 시간여행은 느리게 가슴으로 번져온다. 사도로 가는 배는 여수항에서 여객선이 하루 2번(오전 6시10분, 오후2시) 출발하고, 백야도 백야리 선착장에서 철부선이 오전8시, 오후2시에 출발한다. 철부선은 오전 7시 여수항을 출발한다. 사도의 민박집에서 예약을 하면 회와 식사를 함께 준비해준다. 모래섬전통한옥민박(061-666-0679, 010-4662-5404), 사도식당회집 (061-666-9199, 018-624-65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