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계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MBC TV PD 수첩 "기적인가, 사기인가-나주 성모동산의 진실"을 보고
사적 계시에 대한 교회의 공식 입장은 무엇인가? 우리는 과연 무엇을 믿고 무엇을 구하는가? 진정 하느님 나라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 준 프로그램.
MBC TV는 지난 11월13일 'PD수첩'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한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적 계시에 대한 내용을 보도했다. < 기적인가, 사기인가-나주 성모동산의 진실>이란 이름으로 방영된 PD수첩은 아니나 다를까, 시청률이 폭증할만큼 뜨거운 관심 속에서 방송됐다.
전남 나주성모동산의 '피눈물 흘리는 성모상'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친다는 예고답게 MBC TV 'PD수첩'이 방송되면서 시청률도 평소보다 2배가량 껑충 뛰었다고 한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와 TNS미디어코리아의 집계에서 이날 방송의 전국 평균 가구 시청률은 각각 12.6%와 13.0%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처음 'PD 수첩'의 나주 율리아 방송 예고를 접하고 필자는 나주 성모상이 '아직도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라고 의아했다. 이미 광주대교구에서는 공식적으로 나주 성모상의 기적을 입증할 수 없다고 발표했으며 신자들에게도 현혹되지 말라는 공문을 수년 전에 발송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필시 방송에서 아이템을 찾다가 기적 운운하니까 약간의 선정성을 담보삼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가닥을 잡아 방송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주 성모상을 비롯해 몇몇 군데서 기적이라고 얘기하며 신자들을 모으고 있는 사적 계시 현장에 대해서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심층취재를 한 적이 있었기에 MBC TV의 PD 수첩은 이 사안을 어떻게 접근해서 풀어갈까 궁금해서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눈여겨봤다.
몇 년 전, 평화방송 TV에서는 21세기를 앞두고 특집으로 '사적계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한 바 있다. 아마 이맘때쯤이었다고 생각된다. 1999년이었는지 2000년이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지만 기획의도는 세기말적인 현상으로 사적 계시를 한번 다뤄보자는 취지였던 듯 하다.
피눈물을 흘린다는 나주 성모상, 상주 데레사 사건, 언양의 3개씩의 성체와 3번의 성호가 일으키는 현상, 대구의 하늘나라를 본 어린이들과 기도 모임, 보석으로 치장한 성모님 그림에서의 현상 등등 교회 내에서 은밀하게 혹은 공공연하게 기적 운운하면서 신자들을 현혹시킨 과거와 현재의 사건들을 파헤친 프로그램이었다. 잠행 취재도 했고, 몰래 카메라도 촬영하면서 어떤 땐 조마조마하기도 했고, 어떤 땐 어처구니없기도 했다. 조금만 신경을 쓰면 사실이 아닌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데 그 사안으로 빠져드는 신자들을 볼 때 안타깝기도 했던 것이 PD 수첩을 보면서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13일에 방송된 'PD수첩'은 지난 22년 동안 나주 성모동산에서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현상들을 추적, 보도했다. 피눈물을 흘리는 성모상, 동산 곳곳에 뿌려진 '예수의 피와 살점', 하늘에서 떨어진 성체 등 윤율리아씨가 주장한 700여 건의 사건들이 과연 사실인지에 주목했다.
'PD 수첩' 제작진은 우선 3월 나주의 윤율리아씨가 인도네시아 루뗑시에서 행한 '기적'을 살펴봤다. 윤율리아씨는 당시 기적수를 이용해 태어날 때부터 맹인이었던 이들을 치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적수는 윤 씨가 성모님의 계시를 받고 직접 손으로 땅을 파 얻은 샘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MBC 제작진은 직접 루뗑시를 찾았다. 제작진은 기적에 의해 눈을 떴다는 이들이 사실은 윤 씨의 방문 전에도 어느 정도 큰 글씨는 읽을 수 있는 상태였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연이어 방송되는 화면들은 나주 윤율리아씨 측이 제공했던 자료가 대부분이었다. 피눈물과 향유를 흘리는 자료화면, 성체가 떨어졌다는 자료화면, 성혈이 떨어졌다는 자료화면, 윤율리아씨 손에 난 예수님의 못박혔을 때 흘린 피와 같은 자욱의 자료화면...... 대부분 윤씨 측이 보관하고 있는 자료와 그에 대한 윤씨의 주장을 되풀이해서 보여주었다. 몇 년 전 평화방송 TV팀의 촬영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화면이었다.
물론 MBC 'PD 수첩'도 나주 율리아의 기적 주장을 뒤엎을만한 증거와 인터뷰를 보도했다. <기적인가, 사기인가- 나주 성모 동산의 진실>이라는 제목과는 달리 이미 나주 윤씨가 주장하는 것이 진실이 아닌 것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검증하는 데 주력했다. 아울러 제작진은 율리아 부부 소유의 땅이 1985년에 비해 20배나 늘어났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문제는 공중파를 타고 방송된 '나주 율리아'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교회의 공식 입장을 강하게 밝혀주지 못했다는데 있다. 물론 광주대교구 장용주 신부의 인터뷰를 빌어 나주 윤율리아씨 측에서 주장하는 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프로그램의 구성과 흐름상 교회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기에는 역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교회 언론도 아니고, 다양한 종교를 가진 한국 사회에서 불특정 다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방송된 <기적인가, 사기인가-나주 성모동산의 진실>은 그야말로 선정적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과연 나주 성모동산을 향한 PD 수첩의 제작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왜 뜬금없이 이 시점에서 나주 율리아인가? 'PD수첩`은 지난 달 30일 한 주제의 집중 취재에서 벗어나 `시사 집중` `심층취재` `시청자참여` 등 다양한 코너로 세분했고,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는 드물게 생방송으로 전환했다. 첫 방송 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자아냈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링크된 뉴스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에 따르면 포맷을 바꾸기 전 PD수첩의 시청률은 5% 안팎에 머물렀다. 생방송 전환 후에는 상승세를 보이다 3주만인 13일에는 12.6%를 기록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인 KBS 상상플러스(13.1%)를 위협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기관은 TNS 코리아는 `PD수첩`이 `상상플러스`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PD수첩`의 이러한 선전은 이날 방송된 '기적인가, 사기인가-나주성모동산의 진실`편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기 때문. 제작진은 지난 22년 동안 나주성모동산에서 기적이란 이름으로 행해진 실체를 추적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중략/......실제로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나주성모동산을 취재한 제작진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PD수첩`의 변화된 포맷이 긴장감이 넘치고 생방송다운 생동감이 있었다"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새로운 구성이 `PD수첩`에 실어준 셈이다. >
시사 프로그램은 소재에 따라 시청률에 큰 차이를 보인다. 교회 밖에서 볼 때 '나주 율리아'는 분명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소재일 수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PD 수첩을 지켜본 마음이 편치 않았다. 사적 계시, 기적 등 이런 낱말들은 언제든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시에 대한 교회의 공식 입장은 분명하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뜻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시는 것을 계시,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여 응답하는 것을 신앙이라고 한다. 구약 시대 오랜 세월동안 하느님은 아브라함과 같은 성조들을 통해, 또 이사야와 같은 예언자들을 통해 당신의 뜻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보여주었고, 신약 시대에는 예수님을 통하여 당신의 뜻을 보여주었다. 이것을 공적 계시라고 한다. 공적 계시는 우리 구원에 필요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하느님 말씀이다. 이 공적 계시인 하느님 말씀이 ‘성전과 성경’의 형태로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성전은 입으로 전해지고 생활로써 실천되던 하느님 말씀이고, 성경은 글로 기록된 하느님 말씀이다.
그러면 사적계시는 무엇인가? 세월이 지나면서 개인이나 단체에게도 사적인 방법으로 하느님의 뜻이 전해지기도 했는데 이것이 바로 사적 계시다. 성모 발현은 하느님의 뜻을 사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하지만 사적 계시는 공적 계시를 도와주는 역할이 그 최종 목적이다.
1900년~2000년, 100년동안 성모 발현 사건은 전 세계에서 200여 건 이상이 보고되었지만 다만 3건, 즉 포르투갈의 파티마(1917년), 벨기에의 반느(1933년), 프랑스의 보랭(1932년)만이 교도권의 공식 인가를 받았다고 한다. 산다미아노, 루블란다, 헤롤드바흐, 가라반달, 베이사이드, 한국의 나주 등은 공식적으로 부인되었고, 나머지 대부분은 관할 교구장이 조사 중이거나 판단을 유보하고 전파와 신자들의 방문을 금지하고 있다.
성모발현과 사적계시를 누가 진실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나. 발현을 목격한 사람이 아니다. 자기가 발현을 목격했다고 해서 그것이 진실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 가톨릭 신앙은 공적인 신앙이기에 공적인 기관에서 그것을 확인하고 판단해 주어야 한다.
이번 'PD 수첩' 방송 때도 언급됐듯이 나주 성모동산이 이렇게 순례객이 많아지고 유명해진 데는 성직자가 한 몫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대부분의 경우가 그러했다. 몇 년 전 사적 계시를 취재할 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언양의 경우에도 사적 계시를 받았다는 사제가 사제직을 버리고 자기 주장대로 모임을 이끌고 있었다. 그 당시엔 무슨 비밀 결사대 같은 느낌도 들었었다. 반면에 그런 현상들을 단순히 기적화, 상징화 시키기에 앞서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고 기도하는 운동으로 삼을 때는 신자들의 혼란이 가중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이런저런 사적 계시로 혼란을 겪는 일은 오랜 교회 역사 속에서 드문 일이 아니지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은 보여지는 표상이나 징표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면 우리의 신앙을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불치병이 낫고, 성모상이 눈물을 흘리고, 십자가가 꿈틀거리는 그런 것만이 기적이 아니다.
기적은 우리네 삶 속에서 매일 일어난다. 하느님을 향하여, 하느님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뜻을 찾아 나를 변화시킨다면 그것은 아무리 작은 변화일지라도 자신에게 일어나는 매일매일의 기적일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면서 느끼는 기쁨 또한 나에게서 일어나는 작은 기적이다. 이웃과 나누면서 느끼는 작은 행복 또한 나에게 일어나는 기적이 아닐까. 나주 율리아를 소재로 한 'PD 수첩'은 오늘의 사회상과 나 자신의 삶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 http://cafe.daum.net/cchereandnow 상인숙 2007-11-15]
첫댓글 사적 계시라고요? 그건 사적 계시도 아닌, 완전 사기꾼이다.. 천주교를 빙자하여, 돈을 번 부동산 재벌, 윤씨의 사기극이요! 천정에서, 성체가 떨어지는 것이라든지, 손에 성체를 쥐고 있다가, 떨어지게 한다든지, 완죤 사기꾼이다. 이걸 가지고 천주교인들이 좋게 해석을 해주니깐, 이런 사기꾼들이 존재 하는 것이다.. 천주교 정의구현은 삼성 특검을 요구하기전에 먼저, 이런 천주교를 빙자한 완죤 사기꾼이나, 고발해라
김 웅렬 신부님께서 평화방송 말씀 여정에서도 말씀 하셨듯이, 교회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사적 계시나 이러한 곳에는 어떤 이유로든 절대 가지 않는 순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교회의 뜻에 따르는 것이 하느님께 순명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나주 사건은 엄연히 이단 행위입니다.
옳소!!!